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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문캠프

들숨의 사유, 날숨의 움직임

인문쟁이 권혜린

2016-04-22

 

 


‘예민한’ 이들의 젊은 인문

중앙대학교 근처 골목에 있는 자유인문캠프 사무실에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늘 지나다녔던 길에 사무실이 있었다니, 익숙했던 장소가 새롭게 다가왔다. 아늑한 사무실 안에 옹기종기 모여든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잠수함 토끼들’은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도 인터뷰에 즐겁게 응해 주었다.


2016 겨울 자유인문캠프 포스터


자유인문캠프는 중앙대 학생들이 중앙대 안에서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인문학 플랫폼이다. 자유롭지 않은 대학의 모습에 대한 비판이 생산적인 활동으로 점화된 결실이 ‘자유’라는 이름에 녹아들어 있다. 학문의 장(場)이어야 할 대학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현실에 대해 사유하고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트위터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자유인문캠프를 탄생시킨 것이다. 또한 기획단의 공식 명칭인 ‘잠수함 토끼들’은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서 산소 부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토끼를 잠수함에 태워 산소를 측정했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지었다고 한다. 이는 사회의 미세한 변화를 먼저 알아채는 이들을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예민함’이 인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고민이 반영되어 ‘자기-교육 운동, 해방의 인문학’이라는 슬로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펙 쌓기와 같은 수동적인 자기계발과 달리, 능동적인 ‘자기교육’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공부를 할 때 해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젊은’ 인문 활동은 대학의 자화상을 새롭게 그려내고자 한다.


종횡무진 네트워크

자유인문캠프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실제적인 움직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회를 바꾸려면’, ‘혐오와 반동의 시대를 진단한다’ 등의 이름으로 열리는 공개 강연은 문제의식 있는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새내기 교양학교’ 는 대학에서 배우는 ‘교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서동진 선생님 공개강연 <혐오와 반동의 시대를 진단한다>

▲ 서동진 선생님 공개강연 <혐오와 반동의 시대를 진단한다>(사진=자유인문캠프 페이스북)


기획강좌도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마다 이루어진다. 지난 ‘2016 겨울 자유인문캠프’ 때에도 ‘사유의 해방’, ‘상상력의 도약’, ‘감각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박해천), <사회철학 입문 ― 괴물과 함께 살기>(정성훈), <독서의 문화사, 한국 현대사 70년>(천정환), <성/노동의 정치경제학적 이해>(김주희), <사진의 요술과 과학>(이영준/박상우), <퍼포먼스 ― 공연을 몸으로 착각한 예술을 넘어서>(송주호) 등 다양한 강좌들이 열렸다. 강의를 듣는 것뿐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 사유를 나누는 활동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강좌마다 뒤풀이가 활발한 이유도 자유로운 피드백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상호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토끼들’은 뒤풀이가 사람을 얻는 곳이자 만남의 장소라고 했다. 특히 강연자에게서, 자유인문캠프에서 강의하는 것이 마치 휴가를 온 것 같았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다큐나이트 논픽션 다이어리

▲ 다큐나이트 1월 상영회 ‘논픽션다이어리’(사진=자유인문캠프 페이스북)


무엇보다 서로간의 소통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은 문화와 결합한 프로그램들이다.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뒤 대화를 나누는 ‘다큐 나이트’(골방에서 나와 함께 다큐 보기), 공중캠프(http://kuchu-camp.net/xe/?mid=page_top)와 공동 주최하는 ‘알콜 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린다. “지속가능한 삶으로서의 청년 활동” 등을 주제로 오픈 토크를 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연출가 권은영 씨의 도움으로 연극 <입시특강-이것이 대학이다>를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이렇게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는 것은 들숨의 사유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가져올 뿐 아니라, 날숨의 움직임을 통해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과도 연결되고 있었다.


목소리들의 난장(亂場)

이러한 활동들은 백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들의 난장(亂場)이 있기에 가능했다. ‘잠수함 토끼들’은 보통 일주일에 1번 이상 회의를 하는데, 많을 때는 2~3번도 하고 후원의 밤 같은 행사를 준비할 때는 매일같이 회의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나오는 목소리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었다.


독립저널 잠망경

▲ 독립저널 <잠망경>(사진=권혜린)


특히 생생한 목소리들의 흔적을 담은 것이 독립저널 <잠망경>이다. <잠망경>은 신문으로 발행되며, 유튜브에서도 ‘잠망경 TV'를 구독할 수 있다. 한 학기에 1-2회 발행하고 새내기 특별 호도 나온다. 이는 대학의 언론이 공론장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대안적인 언론으로서 얼어붙은 공론장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잠수함 토끼들’은 전했다. 기획단이 70프로의 글을 담당하지만 페미니즘 학회 등 학내 학회의 기고와 독자 기고, 외부 기고도 30프로를 차지한다.

이렇게 대학의 내부에서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자유인문캠프는 자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내부의 제도와 시스템이 복원되고 보완되는 것, 무균실 같은 캠퍼스에 영향력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방향성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대학교에서 과연 인문이 무엇일지 자유인문캠프는 끝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알콜토크

▲ 알콜 토크 <‘거물급 포주’ L의 치부(致富)‘>(사진=자유인문캠프 페이스북)


자유인문캠프의 목표는 ‘지속 가능성’이라고 한다. 처음에 활동 기간을 10년으로 잡았으나 현재 20년으로 연장되었다고 했다. 이것이 30년이 되고, 40년이 되고, 그 이상이 되는 게 지속적인 목표일 것이다. 또한 이렇게 통시적인 목표뿐 아니라, 공시적으로도 대학 내부에서 대안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스스로 인문 활동을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살아 있는’ 인문 정신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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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사이트

홈페이지 http://www.freecamp.kr(자유인문캠프)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univfree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reuniv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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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린
인문쟁이 권혜린

[인문쟁이 1기]


권혜린은 서울 흑석동에서 산다. 주로 집과 학교를 왔다 갔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일도 좋아한다.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하고 있으며, 창작과 비평에 관심이 많다. 평범함이 콤플렉스인 특성을 상쇄해 줄 특이한 사람, 딴소리 하는 사람, 재미있는 사람에 관심이 많다.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필연이 될 것 같아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온몸으로 하는 인문학’ 을 체득하고 싶다.
lingi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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