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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암골' -전쟁 피난민들이 모인 작은 마을

색을 수놓다

인문쟁이 우인혜

2016-03-22


수암골 입구

 

전쟁 피난민의 작은 안식처, 달동네가 되다

 

수암골은 청주시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이 동네의 발생 배경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한국 전쟁 이후 울산 23육군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살던 피란민들이 청주로 이주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산 중턱 어느메에 지어진 작은 동네는 지금에야 우암산을 지나는 큰 도로가 뚫려 오가기가 쉬워졌지만, 그 옛날엔 아랫마을 시내에 오르내리기도 힘든 곳에 위치해있다.

지금도 시내버스를 타고 우암초등학교에서 내려 걸어 오르는 길은 여전히 가파르고 복잡하다. 골목골목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수암골’이라 쓰여진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아직도 파랗게 물든 슬레이트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을 촬영하기 전까진 이 곳은 청주 시내에 위치한 볼품없는 달동네였다. 찾아가기도 힘들지만 딱히 찾는 이도 없던 곳이 이제는 청주시를 대표하는 동네가 됐다. 산 중턱에 위치해있어 마을 입구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청주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얼마 크지 않은 동네라 금방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유일한 골목가게인 삼충상회를 지나 벽을 가득 수놓은 수암골 지도가 먼저 반긴다. 지도를 따라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면 이제는 비어진 집도, 긴 골목 끝에 심드렁히 누워 우리를 올려다보는 강아지도 볼 수 있다. 골목엔 쌍문동의 이웃들처럼 정겨운 사람냄새가 난다.


수암골 가는 길


수암골 골목 지도(벽화)


드라마의 여운을 느끼며 먹는 우동 한 그릇


수암골에 가면 이제는 많은 카페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지만, 그래도 수암골에 온다면 따뜻한 우동을 값 싸고 푸지게 먹을 수 있는 서문우동을 추천하고 싶다. 우동 한그릇을 시키면 족히 2인분은 될 것 같은 푸짐한 양의 우동이 담겨 나온다. 추운 겨울날, 골목을 배회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손가락이 푸근하게 녹아나는 것 같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길고 도톰한 반달형으로 썰어주는 단무지도 매력이다.


수암골 우동


서문우동은 식당인 동시에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한 수암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는 이 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영광의 재인> 대본이 꽂혀있다. 더불어 촬영 사진도 곳곳에 걸려있다. 식당 입구에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그네가 걸려있어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한다.

밤에는 창가에 비치는 청주시내의 야경도 즐길 수 있다. 야경을 즐기는 것은 물론 수암골에 있는 다른 모든 카페에서도 가능하지만 말이다. 수암골이 유명해지면서 많은 카페들이 생겨났다. 늦은 밤 카페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청주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배가 불렀다면, 후식으론 추억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배경지인 ‘팔봉제빵점’ 을 가보길 바란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도 직접 드라마에서 나온 빵과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판매하고 있는 빵의 메뉴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단팥빵, 크림빵, 소보루빵, 옥수수빵을 판매한다.


벽화에서 연탄까지, 작은 손들이 모여 하나의 예술이 되다

 

카페들이 즐비한 아랫골목 위로는 벽화마을이 이어진다. 수암골 입구에는 수암골 안내도우미 활동을 하시는 주민들이 있으며, 곳곳에는 청주시민들과 함께 그린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수암골은 몇 년까지만 해도 사람이 찾지 않는 여느 달동네와 다를 바 없었다. 잿빛 시멘트 담을 두르고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이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고, 적적한 노인들이 모여살던 이 동네에 새로운 빛이 든건 2007년이다.


연탄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이홍원 화백을 비롯한 충북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충북 민예총 전통미술 위원회 회원 작가, 청주대, 서원대 학생들이 ‘추억의 골목 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벽화를 그렸다. 그렇게 수암골은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15년 크리스마스, 마을에는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마을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겨난 것이다. 버려지는 연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약품처리를 하고 그 위에 다양한 표정을 그리는 연탄작가 림민씨의 작품이다. 이 트리는 물론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꿈을 청주시민들이 함께 응원해주었기에 가능했다. 적은 돈을 기부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연탄트리’ 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연탄으로 크리스마스트리


수암골은 여전히 작은 달동네다. 주민들은 여전히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암골의 멋을 찾는 당신이라면, 적어도 저녁 8시 이전에 마을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멋을 누리고 간다면, 그 작은 마을이 당신의 가슴에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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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찾아가는길 _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수동 1

043-200-2231

 

장소 정보

  • 충북
  • 청주
  • 수암골
  • 촬영지
  • 체험마을
  • 피난민
  • 달동네
  • 벽화마을
  • 연탄트리
우인혜
인문쟁이 우인혜

[인문쟁이 1,2기]


우인혜는 충북 청주시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현재는 대학 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며 블로그 웹진 및 보도자료 작성을 하는 뚜벅이 기자다. 공학도로서 바라보는 인문학에 관심이 높고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욕심이 많다. 헤드윅이란 작품을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나보고 싶다. 인문학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번 기회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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