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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독립서점 “슬기로운 낙타”

꿈을 담아내는 작고도 큰 책방

인문쟁이 김지은

2016-01-04

 


 

여기 또 거기, 고향에 돌아온 낙타의 꿈 이야기

여름 무렵 대학가에서는 청운의 꿈을 품은 청춘의 찬란함이 느껴진다면, 겨울 즈음의 대학가에서는 왠지 모르게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산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 겨울의 초입, 경북대학교 서문(후문) 근처에 둥지를 튼 ‘슬기로운 낙타’를 찾았다.

프랜차이즈 상점들로 휘황찬란한 북문과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정문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의 90년대 정서를 만날 수 있는 서문, 그 골목 어귀에 자리한 ‘슬기로운 낙타’는 올해 6월에 문을 연 새내기 서점이다. 경북대를 졸업한 방지민 대표가 서울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와 호기롭게 선보인 공간이다. 소규모 독립 출판의 불모지라고도 할 수 있는 대구 지역에서는 흔치 않은 1인 출판물 서점이 탄생한 셈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작고도 큰 공간에서는 독립 출판의 기획에서 제작,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책 만들기 워크샵 ‘booking booking’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온 독립 출판물들을 매장에서 판매하며, 또한 독자나 작가 등이 모여 각자의 여행 이야기들을 나누는 ‘T(tea, travel, trip, table)-party’도 열리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방지민 대표의 표정은 이 공간에 채워 넣을 콘텐츠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독립서점 슬기로운 낙타 간판


독립서점 슬기로운 낙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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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서점 ‘슬기로운 낙타’ 방지민 대표

낙타 인형

문_서점 이름이 ‘슬기로운 낙타’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_회사를 다니다가 관두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모로코에서 낙타 인형 하나를 만난 다음부터는 늘 이 낙타 인형을 앞에 두고 여행 사진을 찍었어요. 귀국 후 여행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책 제목을 위해 <슬기로운 낙타>라는 이름을 만들고 표지를 위한 일러스트를 완성했었는데 그 시점에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서점을 갑자기 열게 되는 바람에 처음을 기념하는 의미 겸 해서 그냥 바로 서점 이름으로도 정하게 되었네요. 저야말로 제 책을 내다가 결국 서점까지 만든 케이스인 거죠.


문_소규모 독립 출판 분야에 잘 모르는 일반인이 1인 출판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답_우선 책 만들기 워크숍 등을 통해 접근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때 원고를 미리 다 완성하시고 출판을 의뢰하시는 경우도 있고, 출판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시면서 그 때부터 원고를 같이 채워나가시는 경우도 있어요. 비용 면에서는 5, 60부 정도라면 10~20만원 선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출판된 책들은 전국 각지의 서점에 구매 의뢰를 하고 비치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판매되게 됩니다.


문_출판 외에도 이 공간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_학교 다니면서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많았어요. 근데 나는 지금 학생이니까, 공간이 없으니까 라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못 하고 지나왔었죠. 지금 후배들도 분명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해요. 단적으로는 “모르는 사람 생일 파티에 가보기“ 이런 뜬금없지만 재밌는 발상 같은 거요. 얼마 전 문득 이걸 떠올려서 실행해 봤는데 의외로 성공리에 끝이 났거든요. 물론 책을 만들고 파는 것이 이 공간의 기본 목적이겠지만 가능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걸 꿈꾸는 사람들의 아지트로 쓰고 싶어요.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로 또 하나의 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구요.


슬기로운 낙타 내부1슬기로운 낙타 내부2슬기로운 낙타 내부3

 

 


문_마지막 질문입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은 철학자, 혹은 사상가는 누구인가요? 또한 그 이유는 무언인지요?

답_ 철학자는 아니지만요, <달과 6펜스>와 <면도날> 등의 작가 ‘서머셋 모옴’ 을 만나보고 싶어요. 그의 소설에서는 잘 나가던 증권맨이 갑자기 일을 관두고 그림을 그리러 외국으로 떠난다거나 하잖아요? 지금도 실현하기 어려운 일인데, 무려 100여년 전에 마음 속 꿈을 현실로 끌어 오는 상상을 했다는 점에서 존경하고 있어요. 


청춘 낙타의 여행은 계속된다.

언젠가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소망일지도 모른다. 여기 그 꿈을 현실로 바꾼 청춘 낙타 한 마리가 있다. 대학가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가능성에는 세대 간의 가로막음이 없지 않을까. ‘슬기로운 낙타’가 나이뿐 만 아니라 마음이 청춘인 사람들이 여러 가지 꿈을 같이 꾸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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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낙타' 


☎ 010-4404-9945


장소 정보

  • 대구
  • 독립서점
  • 슬기로운 낙타
  • 경북대학교
  • 서머셋 모옴
  • 독립출판서점
김지은
인문쟁이 김지은

[인문쟁이 1기]


김지은은 어쩌다보니 스무 살 이후 쭉 대구 북구를 못 벗어난 채 살고 있다. 해야 되는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 인간 개개인의 본성이 사회에 녹아드는 메커니즘에 호기심이 많다. 그림 보는 기쁨을 가르쳐 준 ‘미대 친구’ 의 추천으로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jeje512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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