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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역사아카데미 : 실감(實感)의 인문학, 소통의 인문학

푸른역사아카데미 "실감(實感)의 인문학, 소통의 인문학"

인문쟁이 권혜린

2015-11-30

열린 공간, 열린 강좌, 열린 인문학


‘푸른역사아카데미’를 찾아가는 길은 발걸음부터 설렜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아카데미 입구에 도착하니 나무로 된 바탕에 곧고 검은 글씨로 ‘푸른역사’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간판에서부터 소신 있게 인문학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올곧음’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내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는데, 정면을 꽉 채우고 있는 책장이 가장 눈에 띈다. 강의실 역시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입구의 문을 열자마자 바로 마주하게 된다. ‘푸른역사아카데미’의 공간 자체가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오른 편에 위치한 청사실(靑史室)이다. 좌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차를 마시며 좌담회를 하기 좋을 법한 공간은 아늑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 그 옆에 위치한 세미나실 역시 탁 트인 공간이다. 강의를 하는 저녁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대실이 가능하다. 아쉽게도 수강생들조차 공간 대실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최근에 직장인이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규모로 자발적인 독서 모임이나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공간은 그대로 ‘대중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푸른역사아카데미’의 성격과도 통한다. ‘제도 밖에서 역사의 미래를 찾다’라는 비전을 지닌 ‘푸른역사아카데미’는 역사 전문 출판사인 푸른역사에서 만든 기관으로서 2011년 4월에 개관했다. 이렇게 출판사에서 별도의 아카데미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역시 제도 안에 갇힌 역사가 아닌, 대중과 가깝게 호흡하는 실감(實感)의 역사를 추구하는 것과 연결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와 관련된 강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철학, 예술 등 ‘학제 간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강의를 열고 있다. 또한 ‘집단지성’의 일환으로서 집단 서평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더불어 ‘실내의 인문학’이 아닌 ‘실외의 인문학’으로서 <서촌에서 놀다>라는 낭독극을 진행하기도 하고 성악, 국악,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이렇게 읽고, 보고, 듣고, 노는 인문학을 추구하는 ‘푸른역사아카데미’는 다양한 방면에서 풍성하게 개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푸른역사아카데미 입구의 간판, 집단 서평회 - 김현경의 사람,장소,환대  푸른역사아카데미 전경(강의실과 서재), 푸른역사아카데미음악회  김상훈 선생님의 아쟁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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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_ 푸른역사아카데미 담당자 홍현영 간사

 

문_ 푸른역사 출판사와 연결된 아카데미라는 점에서 독특한데, 이 공간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답_ 푸른역사 출판사 박혜숙 대표와 제주대 중문과 김은희 선생님이 함께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푸른역사아카데미’의 시작은 푸른역사 출판사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지요. 즉, 제도 안에서의 선행 연구나 기존의 견고한 관념에 갇힐 수 있는 역사에서 벗어나 참신한 연구자들의 실험적인 시도들을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통해 풀어내기 위한 시도로 출발했습니다. ‘푸른역사아카데미’ 는 처음에는 회원제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점차 대중화에 목표를 두고 공개 강연 등을 열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문_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를 소개한다면?

답_ 푸른역사가 역사 전문 출판사이기는 하지만, 강의는 역사 책 위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월요일에는 주로 문학 강의를 하면서 문학을 해석하기 위한 방법론과 관련된 정치 철학, 법철학, 섹슈얼리티, 세계문학 등의 주제도 다양하게 다룹니다. 수요일에는 들뢰즈, 푸코 등의 철학 강의를 합니다. 그 외에도 한국미술사 강의가 열리기도 하고, ‘아트앤스터디’ 와 협업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2013년에 열렸던 ‘안드로메다 문화비평 제1탄’ 등, 신진 연구자들에게도 기획 강좌에 대한 커리큘럼을 의뢰 받아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문_ 차를 마시는 곳, 세미나실, 서재 등등 열린 공간이 ‘소통’을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생각하는 인문학적 ‘소통’은 무엇인가요?

답_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지향하는 인문학적 소통은 지식의 위계 서열을 타파하는 것입니다. 지적인 우월성을 내세우거나, 지식을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서평회 등을 통해 대중과도 같은 책을 읽으며 활발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서평회에서도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방학 때에도 사학과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이 와서 세미나를 하는데, 활발하게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도 느낍니다.


문_ 앞으로의 ‘푸른역사아카데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답_ ‘장기적인 자생’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현재 ‘푸른역사아카데미’ 를 유지하는 기반은 인적 네트워크지요. 하지만 안정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이러한 네트워크와 지적인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장기적인 기획을 통해 커리큘럼도 안정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수강생들도 꾸준히 확보해서 독자적인 자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문_ 시간이 허락된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이며, 읽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_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형식면에서도  ‘대중인문학은 이렇게 씌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고, 내용면에서도 ‘생활과 밀착된 인문학’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개별적인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고, 같은 이유로 내용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삶 속에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고민하게 해 주고, 이를 삶의 사소한 변혁과 연결해서 앎과 삶의 일치를 알게 해 준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인문학 후원자’가 되는 날을 위하여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푸른역사아카데미’ 이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의 현실적․정신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비록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인원이 적지 않지만 광화문에 위치한 입지적인 조건과, 고정적인 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지속 가능한 인문학 공동체’로 가는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담당자의 말을 빌면, ‘푸른역사아카데미’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한 중요한 동력은 시작 때부터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던 후원자들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공간 운영비를 제외하면 강의 수입료의 대부분을 강사에게 지급하는 상황에서, 재정적인 뒷받침이 될 뿐만 아니라 서평회와 음악회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후원자들은 큰 힘이 된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이러한 후원자들이 앞으로는 더 큰 규모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결국 인문학의 힘을 받는 것도 인간이고, 인문학에 힘을 주는 것 역시 인간이 아닐까. 모두가 ‘인문학 후원자’가 된다면, 세상이 한 뼘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헬 조선에서 게임을 읽다 강의문화속의 정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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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푸른역사아카데미


○ 사진 제공 : 푸른역사아카데미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diddlrh
○ 푸른역사아카데미 카페 : http://cafe.daum.net/purunacademy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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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린
인문쟁이 권혜린

[인문쟁이 1기]


권혜린은 서울 흑석동에서 산다. 주로 집과 학교를 왔다 갔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일도 좋아한다.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하고 있으며, 창작과 비평에 관심이 많다. 평범함이 콤플렉스인 특성을 상쇄해 줄 특이한 사람, 딴소리 하는 사람, 재미있는 사람에 관심이 많다.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필연이 될 것 같아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온몸으로 하는 인문학’ 을 체득하고 싶다.
lingi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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