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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빈문화원

일상으로 스며드는 인문학

인문쟁이 오용택

2015-11-29


고요하고 한적해 사색하기 좋은 빈빈문화원 외부  
▲고요하고 한적해 사색하기 좋은 빈빈 문화원. 사진=오용택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깊이가 있는 빈빈

  10월 중순. 가을이 무르익음을 자랑하듯 하늘은 높고, 햇볕은 따뜻하며, 바람은 시원하다. 광안리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끼며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빈빈 문화원’ 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한적한 동네의 주택을 깔끔하게 꾸며 운영하고 있었다. 건물 뒤편으로는 인문학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서 사색하며 걷기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빈빈 문화원은 김종희 대표가 96년 개원한 ‘빈빈 아카데미’ 를 시작으로, 2010년에 남천동에 자리를 잡아 부산 지역사회에 인문학을 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지속해왔다. 특히 나날이 줄어드는 인문학 입지 탓에 갈 곳이 요원해진 대학교의 신진학자들과 시민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이들을 소통하게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원은 지역 나름의 인문학적 시선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옛 부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매축지, 이바구길 등지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구술사로 정리하여 책으로 펴내는 등, 옛 지역 이야기의 인문학적 가치를 발견해내는 작업이 그러하다. 또한, 부산에 그리스도요양원, 정신건강지원센터 등 15여 개 단체와 함께 인문학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기도 하고, 법무부 교정시설에서 수감자들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사회 소외계층과 함께 인문학을 진행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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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_빈빈문화원 김종희 대표

 

빈빈문화원 김종희 대표

 

▲빈빈문화원 이종희 대표. 사진=오용택


문_ 인문학 열풍이 시작되기 전부터 빈빈문화원은 오랫동안 활동해 오셨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습니까?

답_ 인문학 강좌가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킨 것은 10년 가까이 되겠죠.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한 5~6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인문학적 활동이란 것은 단순히 옛 고전을 지식으로써 축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고민함으로써 스스로 삶의 변화하고 성장하자고 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기준에서만 살아가지 그 기준을 내가 스스로 내 내적 가치를 통해서 자기 성장을 하는 것에는 아주 낯설어요. 

  그래서 빈빈이 추구하고 빈빈이 지향하는 인문학 활동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키워드식 강좌가 아니라 지속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빈빈문화원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문_대표님께서 말씀해주신 것과 다르게 최근 인문학 열풍은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_  현대 사회의 인간의, 사회의 문제를 인문학이 다 해결해줄 것처럼, 지금 인문학이 해결 방안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인문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근원적인 부분, 그 속에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돌아보게끔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지, 인문학을 한다고 해서 기업에서 생각하는 창의적 사고가 배가 된다던지, 인문학이 학생들의 경쟁력을 확대 해준다던지 이런 것이 되던가요?

  인문학은 자의식을 길러주는 에너지원이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아요. 인문학은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방안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생각하는 힘을 키워서 세계를 발견하게 돕는 의식의 흔들림이죠. 지금 현재, 사회의 붐처럼 일어나고 있는 이런 괴현상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_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시던데, 어떻게 시작하셨고 왜 시작하셨나요?

답_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 대한 관심, 결국은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 인문이잖아요. 사회 구성원으로써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주변에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기회를 찾아갈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소자인 경우에는 이미 범죄인으로써 격리되어 있잖아요? 그들은 본인 스스로가 범죄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제도적으로 격리하여 교화가 일어나도록 하고 있지만 제도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문학을 통해서 제소자 스스로가 자기 처지, 자기 발견을 하게 해서 자기와의 화해를 실현하는 거죠. 내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나와 화해가 되어야만 사람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기 안에 들어있는 그야말로 순수한 나, 아무리 범죄자라도 가지고 있는 작은 순수성을 건드리게 하는 힘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소자들이 시나 수필이라는 글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기 발견, 자기 인식,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과의, 사회와의 화해를 추구해나가는 프로그램을 6년 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장기수들이 수업을 듣는데, 사회에서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인데 이들과 1년에 30회 정도 진행했어요. 보통 인문학은 1~2회 들어가지고 사람이 변할 수가 없어요. 사람이 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죠.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처럼 계속해서 물을 주다보면 콩나물이 커 있잖아요. 인문학 강좌는 그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제가 사회에 나왔을 때, 건강한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교도소에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_ 시간이 허락 된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왜 그 책을 읽고 싶은가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 책에 대해 아는 범위까지만 설명해주세요.

답_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싶어요. 저는 사기를 읽어보려고 30대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첫째 그것을 끝까지 읽지 못했던 것은 번역하시는 분들이 현대적 언어로 번역해주시지 않고 번역문체가 제 정서와 맞지 않아서 다 읽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다시 사기를 읽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사기라는 것이 중국의 역사를 넘어서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결국 잘 사는 것은 많은 삶의 모습을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해보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내 삶에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 다시 생각났던 것이 사기였어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번역자, 김영수 선생님께서 사기를 번역하게 되셔서 나오고 있는데 나오는 족족 읽고 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거꾸로 읽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책 안에 몰입하기 보다는 책 속 인물과 내가 함께 걸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듯 읽는 것을 즐겨요. 이렇게 사기를 읽어나가는 것이 책 속 인물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듯해서 사기가 참 좋네요. 세가 편을 시작으로 읽고 있고, 열전은 아직 번역이 안돼서 본기 1,2와 세가는 지금 다시 보고 있어요. 본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세가는 제왕들의 삶을, 열전은 인물별로 기록된 것을 말해요.

 


빈빈문화원 강의실 내부
▲빈빈문화원 강의실 모습. 사진=오용택
     

자신의 색을 지켜나가는 빈빈

 

  최근 경영학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마치 인문학을 만능열쇠로 여기는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부산의 빈빈문화원은 그 만의 장기적이고 성찰적인 인문학, 일상에 스며있는 인문학의 학풍을 유지해 오고 있다. 원전 강독을 매주 진행하고, 음악, 건축, 그림 등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프로그램을 동네 주민센터와 지역도서관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굵은 뿌리가 느껴지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바로 이곳, 일상에 스며든 인문학적 공간, 빈빈문화원에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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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문화공간 빈빈


빈빈문화원 ☎ 051-627-2063_수영구 남천동 남천초등학교 옆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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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택
인문쟁이 오용택

[인문쟁이 1기]


오용택은 강과 바다가 가까운 부산 광안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자립을 꿈꾸다가 2015년 새해 결심으로 부모님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후, 부산 청년주거공동체 잘자리에 기거하며,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잘 살기 위해 나,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밥벌이를 위해 버둥거리던 중, 원고료가 탐이나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이참에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더 자유로워지려고 한다.
yongtaek16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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