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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두물머리 작은 밥집에서 피어난 작은음악회

‘원지강변로55’ 변도희 씨

조경국

2018-12-07


원지강변로로 오오~


경호강과 양천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물안개와 이름 모를 철새가 반기는 원지강변로55. 그 풍광에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는 변도희 씨는 원지에 뿌리를 내린 지 22년째다. 5년만 살고 제주도로 떠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20년이 넘었다. 창원이 고향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강원도와 지리산, 제주도를 옮겨 다니며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변도희 씨


그녀는 김병천 선생이 강원도 횡천에 세운 한국통나무학교에서 여성으론 처음으로 조교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지리산을 찾아 이곳 원지로 내려왔다. 학교에서 함께 일했던 조교들과 함께 건축일을 시작했고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에 여섯 채나 되는 통나무집을 지었다. 기술만 좋았지 사업 수완이 없었던 젊은이들이라 남는 것이 없었다. 그 후 함께 했던 동료들과 헤어지고 원래 본업이었던 음식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좌) 원지강변로 55 외부, 우) 원지강변로 55 내부


“1년 전쯤 이곳으로 식당을 옮기면서 가게 이름을 뭐로 지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공모까지 했었죠. 가게 청소하면서 ‘원지강변로55’라고 적힌 주소표지판을 닦다가 ‘원지강변로로 오오~(오시오~)’라고 제가 혼잣말을 했었나 봐요. 그때 제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동생이 그거 좋다고 해서 결정했어요.”


‘원지강변로55’는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주로 이용해 요리한다. 벽에 쌀은 어느 집에서, 채소는 어느 집에서 온 것인지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미리 밥을 해두는 여느 식당과는 다르게 예약 전화가 오면 시간에 맞춰 밥을 안친다. 찬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조리할 수 있는 것으로 가장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내놓는다. 그렇다고 밥값이 비싼 것도 아니니 손님의 입장에선 좋지만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겠구나 싶다.


“이렇게 식당을 꾸리면 돈이 안 되죠. 돈은 다른 일로 벌어요. 잔칫날이라든가 행사용 음식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많은 음식을 할 때면 신이 나요. 뭔가 만들어 내는 즐거움이 있죠. 예전부터 200인분, 300인분 그 많은 음식도 밤을 새우며 만들어냈으니까.”

 

 

좌)원지강변로 55 메뉴판, 우)원지강변로 55 원산지 표시판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삶


변도희씨는 20여 년을 살면서도 항상 떠날 것을 생각했기 때문에 집도 마련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작은 주택을 구입했고, ‘원지강변로55’도 열었다. 2015년부터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셀러로 참여하는 플리마켓 ‘목화장터’의 운영진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목화장터에서는 200인분의 굴떡국을 끓여 장터를 찾은 사람들과 나누었다. 그날도 밤을 새워 음식을 만들었다. 떡국값은? 공짜였다.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돈을 벌고 싶은 마음보다 훨씬 크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 사람들과 공유하며 지내는 삶이 좋아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를 해야 하는 시절인 듯해요. 목화장터는 그런 의미를 잘 살리는 지역장터죠. 한 달에 두 번 열리는데 고정 셀러만 40여 분 정도나 되어요. 함께 오는 가족들까지 치면 100명이 넘는 분들이 매번 참여하죠. 대부분 직접 기르거나 만든 농산물이나 제품들을 가지고 나오세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지에서도 신선한 제품을 구하러 많이 오세요. 몇 년 사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네요.”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산청군SNS기자단의 기자로 지역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창원을 떠난 이후의 그녀의 삶은 대부분 이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 머물고 싶은 제주도는 가지 못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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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

조그만 동네 헌책방 소소책방을 여섯 해째 꾸역꾸역 꾸리고 있는 책방지기다. 책 파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계속 의심하고 있다. 엉덩이가 가벼워 오토바이 타고 이곳저곳 쏘다니기를 좋아한다. <필사의 기초>,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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