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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김경집, 인문학적 영감을 불어넣다

성찰과 연대를 통한 사회 변화를 꿈꾸다

홍노을

2018-09-05


21세기는 창조, 혁신, 융합의 시대라며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명쾌하게 이야기해 주는 이는 많지 않다. 여기 인문학을 대중의 눈높이로 설명해주는 인문학자가 있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골든타임》, 《생각의 융합》, 《엄마 인문학》, 《인문학은 밥이다》 등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왕성한 강연활동을 통해 인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인문학자 김경집이다.  

 

Q. 대중들이 여느 때보다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반갑기도 하지만 일시적으로 소비되고 마는 것은 아닌가 우려의 시각도 있는데요, 인문학이 일회성이 아닌, 우리 삶에 잘 안착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A. 인문학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질문을 던지는 도구가 되어야 해요.

 

지금의 인문학은 마치 패키지 상품처럼 질문과 답이 그 안에 다 들어있어요. 이대로라면 인문학은 그저 기호품으로 소비될 뿐이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인문학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질문을 던지는 도구로서 기능해야 해요.


인문학은 성찰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또 우리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이죠. 이런 성찰은 일시적일 수 없고, 일생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의 기호품처럼 소비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적 진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자 김경집


Q. 구체적으로 개인이 성찰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A. 나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보세요. 

 

IMF 이후 자기계발서에 지치고, 사회적 시스템이 결여된 위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질문을 시작했어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책을 찾아나섰죠. 헌데 ‘나는 누구지?’에 대한 답은 칸트에서만 찾으려 하고, ‘정의는 무엇이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만 봅니다. 그것은 그들의 생각이지 나의 것이 아니에요. 내가 무엇이 왜 궁금한지, 정의가 가진 딜레마는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해보고 정의에 관한 다양한 학자들의 책을 보면서 사유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비슷한 분야의 책을 5~10권 묶어서 읽어보세요. 그러면 그 분야에 대해 생각도 정리되고, 그러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겁니다.


Q. 개인의 성찰이 사회적 진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연대해야 합니다.


하나는 ‘삶의 연대’이고, 하나는 ‘앎의 연대’예요. 이제는 한 개인이 거대한 사회의 구조에 대해 저항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 비판하고, 저항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신념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연대가 필요해요.


연대는 문제에 대해 각자 신중하게 고민하고, 타인의 생각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가운데 개인의 삶을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토론하고, 행동하는 거죠. 결국 지적 연대는 집단지성입니다.


사회적인 문제에 연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볼까요?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마트나 기업 앞에서 시위를 하는 행동은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없어요. 공동행동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으면 써 붙이세요. 현관문에, 자동차 유리창에, 이러한 이유로 몇 일째 불매운동 중 이렇게. 전국적으로 이런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 회사는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나의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일을 벌려야 해요. 일을 벌리는 것이 머리띠 매고 앞장서서 주변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에요. 누군가 시작한 작은 행동이 주변에 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지요.


제안 하나 해 볼게요. 휴가지에 갈 때 책 한 권 들고 가서 남이 잘 보이는 곳에서 책을 보세요. 누군가 멋있다. 나도 다음에는 휴가 갈 때 책 가져 가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바로 선한 자극을 주는 연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인문학자 김경집

 

Q. 각 개인의 연대를 통해 사회가 바뀔 수도 있지만, 제도적인 부분에서는 정치나 경영이 그 역할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문경영이 그 답이 될 수 있을 까요?

A. 올바른 인문경영은 세상과 사람을 읽는 능력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인문경영은 논어를 읽고 뜻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훨씬 넓은 눈으로 세상과 시장과 삶을 읽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에요.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마윈은 중국의 그 많은 인구와 네트워크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몰이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먼저 찾았습니다. 쉽게 믿지 못하는 중국인들의 습성상 물건을 받지 않고 결제하여 돈을 먼저 지불하는 인터넷 쇼핑 시스템을 꺼려했던 것입니다. 마윈은 중국인들의 심리적인 핵심 문제를 알리페이*를 개발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해요.


지금 우리는 ICBM (IOT, Cloud, Big data, Mobile)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이것들은 공장이나 형태가 없습니다. 비형태적 가치를 읽어낼 수 있는 힘이 미래가치를 만들어요. 인문경영은 결국, 비형태적 가치를 이끌고 사람들의 안에 있는 잠재성과 미래가치를 이끌어내는 겁니다. 우리나라 경영계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자의 80%가 가업계승자라는 데 있어요. 애플이나 구글, 알리바바와 같은 자기창업자는 미래가치를 보지만, 가업계승자는 위험부담을 떠안고 싶지 않으니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면 미래의 일자리를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책을 만들고 사회에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돼요.


*알리페이: 구매자가 제품 구입시 알리페이로 대금을 지급하고, 물건을 받은 후 제품에 만족했다고 표시하면 판매자에게 비용을 송금하는 구조/ 편집자 주


Q. 사람이 가진 잠재성과 미래가치라는 말씀에서 교육이 생각났어요.

A.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그 판을 완전히 뒤집어야 합니다. 


저는 지방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강연을 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저는 늘 이렇게 주장합니다. ‘교육 판을 다시 짜자’고요. 우리나라 부모들이 교육에 필사적인 것은, 그들이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세대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거기까지입니다. 이미 끝난 판은 접고 새로운 판, 미래에 맞는 판으로 가야 하죠.


이를 테면 상위 20%에 집중된 학교 교육, 그래서 하위 80%는 학원에서 그 모자란 것을 채우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 학원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수준별 학습은 학원에서 선행하고, 학교에서는 이것을 토대로 문제를 풀고 토론을 해보는 거죠. 토론은 집단 지성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요소인데, 지금은 학교에서 토론 수업한다고 하면 두 명만 참여해요. 이 힘을 학교에서 길러주어야 합니다. 질문의 개수가 힘인데 이런 힘을 길러주고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실제로 학습능력도 좋아지고 미래에 맞는 방식으로 훈련이 될 겁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왕성하게 집필 활동도 하시고 강연도 많이 다니시고 계신데요. 스스로를 행동가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인문학적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행동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영감을 찾아내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어떤 지식을 접했을 때,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겁니다. 이것은 반짝이고 참신한 아이디어와는 달라요.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 끝에 얻어낸 인문학적 영감이니까요. 이를 통해 주변에 선한 자극을 주고, 조금씩 선동하며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모델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제 일입니다. 그래서 책과 강연은 물론이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구체적인 정책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한 뼘이라도 더 낫게 진화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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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홍노을
홍노을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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