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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박찬일 쉐프

먹는 삶을 통해 더 나아가기

2017.07.11


  • 박찬일 쉐프

계속되는 인문학 열풍 속에서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오히려 갈증을 느끼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인문이란 무엇인가?’
이 우문에 현답을 들려주실 아홉 번째 손님으로 박찬일 쉐프를 모셨습니다.

Q. 인문이란 무엇일까요?

A.“삶에 대한 해답을 조금씩 주는 것 같아요.”

삶 자체가 인문에요. 문자로 된 기록과 대화, 삶 이런 것들이 모두 인문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유럽의 역사에서 자연과학 외의 다른 것들을 설명할 만한 것이 필요했고, 인문적인 성과들을 나타낼 수 있는 적절한 말을 찾다보니 ‘인문’이 등장했다고 알고 있어요. 지금은 인문의 영역이 더 확장되었고 인간의 모든 삶을 포함하고 있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각박하게 사는가’ ‘밥술을 뜨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가’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다보니 인문이 주목받은 것 같아요. 인문은 강단이나 학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에서 시작한 거에요.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도 과학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위로해줄 수 없었어요. 인문학이 그런 것들에 조금씩 대답을 해줬던 것 같아요. 최근에 미디어나 책을 통해 인문이 주목받고 그 영역이 확장되면서 요리사들까지 그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힘든 삶을 치료할 것인지 논의를 하지만 사실 인문은 어려운 것이 전혀 아니에요. 다들 이미 중학교 때부터 인문계로 나뉘면서 접해온 거거든요. 과학과 수학, 인문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인문을 배워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 박찬일 쉐프

Q. 요리에 대해 고수하는 철학이 있나요?

A.“요리할 때 고수하는 철학은 이윤행위에 대한 고민이겠죠. 물론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 이윤의 폭을 적절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맛이 있어야죠. 예전에는 건강한 음식이어야 된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식당은 우선 이윤을 내는 곳이에요. 그래서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이윤 폭 안에서 줄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저의 모든 행위는 철학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희생할 수 있어야 철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본주의에서 요리사가 하는 일에는 철학이 개입되기 어려워요. 요리할 때 고수하는 철학은 이윤행위에 대한 고민이겠죠. 돈 받고 팔지 않는 요리에는 철학이 있겠죠. 물론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 이윤의 폭을 적절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15%의 재료비로 이윤을 남기는 건 재주에요. 그러나 내가 가진 직업윤리에 빗대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철학이라고 볼 수 있죠. 요리를 사먹을 때, 만들 때, 우리들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명제를 수립한다면 거기엔 철학이 개입할 수 있어요. 요리에 쓰이는 재료가 되는 돼지가 좋은 동물 복지 환경에서 길러졌는가 보고, 이런 재료를 찾아 써야 하는 것인가 고민해볼 수도 있겠죠. 그런 논의는 더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나라는 그런 것들이 잘 안 돼있고, 특히 직업윤리가 적용이 잘 안 돼있어요. 자본주의의 질서에 익숙해서 그래요. 식당의 주인이 모든 걸 통제하고 알고 있는 게 아니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에서 똑같은 레시피로 손만 빌리는 경우가 많아요. 또 빨리 바뀌고 망해요. 식당이 거대한 카오스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살아남기 바쁘다 보니 요리 철학에 대한 논제를 던지고 이야기할 여력이 없는거죠. 그러나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돼요. 그러면 우리의 급식이나 요리문화가 바뀔 여지가 생길 거에요. 사람들의 요리와 재료에 대한 인식을 깨워주도록, 우리가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요리사로서 그런 일에 보탬이 될 수 있겠죠.

  • 박찬일 쉐프

Q. 먹는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생존 그 이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A.“퍽퍽한 삶 속에서 온전히 내 것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죠.”

살기 위해 먹거나, 먹기 위해 살거나 사실 답이 없어요. 논리적으로는 살기 위해서 먹죠. 그러나 먹기 위해 사는 건 쾌락의 측면이 있어요. 하루 평균 세 번 매일매일,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쾌락을 유지할 수 있는 행위가 바로 먹는 것이에요. 섹스나 마약보다 쾌락이 결코 적지도 않고 더 간단하게 얻을 수 있어요. 먹는다는 것이야말로 일상적인 쾌락이죠. 어떤 음식은 대마초의 서너 배에 달하는 도파민을 생성하기도 한다고 해요.
먹는다는 것은 쉬는 시간이기도 해요. 옛날 악덕 기업은 식사 시간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기도 했죠. 쉬는 시간이 없는거죠. 예나 지금이나, 책상 노동자나 육체 노동자나 유일한 희망이 밥 먹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이자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인 거죠. 요즘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하는 다른 쾌락의 여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요. 그나마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시간이 밥을 먹는 시간이에요. 먹는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당을 섭취해서 일어나는 이화학적인 쾌락을 얻는 것뿐 아니라 퍽퍽한 삶 속에서 온전히 내 것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죠.

  • 박찬일 쉐프

Q.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A.“사회와 사람에 기여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어떻게 나를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해요.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하는 것은 공공의 영역을 제외하고 자기자신이 결정하는 거에요. 남에게 비난 받지 않고, 사람 구실하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삶이죠. 내 시간이든 금전이든 마음이든, 도울 수 있으면 도우면서 사는 게 좋고요. 내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삶이라면 좋겠어요. 회사에 매출을 얼마 올리는 것 말고요. 사회와 사람에 기여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저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책을 읽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시간도 포함돼요.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그런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요. 사실 그런 삶을 바꾸면 되는데 욕망 때문에 못 바꾸는 거죠. ‘더 벌어야지’ ‘더 잘해야지’. 저는 공공에서 나의 삶을 지탱해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얼마를 벌어놔야 할지 최소한의 노후 자금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스스로를 불안에 빠뜨리는 것 같아요. 그런 불안의 측면에서 보면 공공의 복지도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리연구가 칼럼니스트 인문쿠킹스토리 요리
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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