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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농부시장 마르쉐@를 만드는 사람들

‘당일배송’이 아닌, 직접 장보기의 즐거움

2019.12.25

 

농부시장 마르쉐@

'농부시장 마르쉐@'은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쉐(marché)에 장소 앞에 붙는 전치사 at(@)을 더해 지은 이름으로, 어디에서든 열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2012년 10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첫 장을 연 마르쉐@는 ‘돈과 물건의 교환만 이루어지는 시장’ 대신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이 작은 시장을 통해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부터 조금 더 즐거운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홈페이지: http://www.marcheat.net/



마르쉐 합정 채소시장 풍경


마르쉐 농부시장

 

트렌드에 가장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는 곳 중 하나가 시장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손바닥 위 작은 세상 속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한다. 쇼핑 역시 어느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당장 무엇인가 필요하다면 마트 어플을 열어서 주문을 하면 그만이다. 다음 날이면 문 앞까지 배송을 해주고, 때론 당일 원하는 시간에 받아볼 수도 있다. 오일마다 장이 열려, 축제처럼 장날을 기다렸다는 옛날 이야기가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변화다.  


이러한 편리함 이면에는 여러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당일배송, 익일배송이라는 ‘빠른’ 서비스를 위해 택배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업무 물량과 일정을 감당해야 한다. 배송을 위해 사용되는 과도한 포장재는 곧장 환경문제로도 이어진다. 


그런데 모두가 ‘스마트한 쇼핑’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마트와 온라인 시장이 아닌, 작은 시장들이 곳곳에 열리고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농부시장 마르쉐@ 역시 그렇다. 마르쉐@는 ‘어디에서나 열리는 시장’이란 뜻으로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등이 모여 만들어진 시장이다. 지난 11월 26일 합정의 한 카페에서 열린 ‘채소시장 마르쉐@합정’을 방문해, 시장을 함께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르쉐 농부시장 풍경



농부시장 마르쉐@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처음에는 정말 작은 규모의 시장을 열었습니다. 농부가 되고 싶은 사람,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람, 수공예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궁리해 시장을 꾸렸죠. 그리고 저희들 힘만으로는 시장을 열 수가 없어서 주변에 농사를 짓는, 시장에 물건을 팔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았어요. 도시 근교에서 도시의 경작지를 지켜가며 작은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 농부들, 그리고 귀농 귀촌했지만 아직 땅도 경작 기술도 부족한 소규모 귀촌 귀농, 가족농 그런 분들이 자신들이 배우면서 키운 소규모 텃밭 농산물들을 가지고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그러면서 내가 어떤 것을 더 키워야할지 농사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귀촌자들을 주로 초대했었고요. 또 한 그룹은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으려는 젊은 농부들이었어요. 그 분들을 초대하면서 조금씩 식구가 늘어났고 지금은 백여 분 이상의 농부님들이 함께하는 시장이 되었지요.” 

_ 이보은 농부시장 마르쉐@ 상임이사 



마르쉐 농부시장



생산자에게 농부시장 마르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농부들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마르쉐를 만날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지만 사실 마르쉐의 여태까지 지난 6,7년간의 큰 성과라고 하면 소농이고 다양한 작물들을 키우는 약간 구석진 곳에 있는 농부들을 발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꼭 산업농 중심으로 농사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례를 도심에서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_ 이상린 농부, 고양찬우물농장 



마르쉐 농부 시장



농부시장 마르쉐@를 찾는 손님들은 어떤 소비자일까요? 

“요즘은 크게 두 부류의 소비자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점점 배달음식이나 간편 식품들이 많이 생기면서 집에서마저도 햇반을 돌려 먹는 세대와, 반면 그런 흐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가 먹는 것들에 더 관심 갖고, (먹거리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만들었나 궁금해 하며 직접 내 밥상을 차리는 그런 손님, 그렇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저희도 ‘누가 요즘 밥을 해먹어?’라 생각하면서도 1차 농산물을 계속 판매하려하고 그런 손님들에게 밥을 해먹는 즐거움, 내가 내 상을 차리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밥 먹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손님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끼고요. 시장에서는 저희가 일회용품을 안 쓰면서 장바구니, 그릇, 텀블러를 가져올 것을 요청드리고 있는데, 처음에는 텀블러 정도였다면 요즘에는 장바구니와 텀블러는 기본이고 정말 자주 오시는 분들은 개인 식기도 많이들 가져오시고, 그런 것들이 점점 눈에 보이고 있어요. 시장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많이 챙겨오시고 준비해오시는 분들, 항상 스케쥴에 따라 찾아와 주시는 것 같고...” 

_ 서은송 농부시장 마르쉐@ 팀장 



마르쉐 시장



시장이 특히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컵라면 먹고 배달음식 먹고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굴리고 있는 세상인 건데... 마르쉐 채소시장에 요즘 젊은 청년들이 좋은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많이 오시거든요. 그 분들이 자신의 시간을 덜어서 자신의 밥상을 챙기고 이런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그런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하면 세상이 바뀔 것 같아요.”

_ 이보은 농부시장 마르쉐@ 상임이사  



마르쉐 시장 중에선 작은 규모의, 게다가 채소로만 한정되는 시장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평일 오전부터 신선한 채소를 사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시장을 찾았다. 싱싱한 먹을거리를 고민하면서 고르고, 직접 가져온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얼굴이 무척 즐거워 보였다. 자신의 식탁을, 그리고 삶을, 하나씩 꼼꼼하게 챙기고 채우려는 단단한 의지가 그 작지만 따스한 공간에 가득했다.



○ 인터뷰이 - 이현주, 이소영, 이상린, 이보은, 서은송


○ 인터뷰어 - 민소연


○ 영상, 스틸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 도움 주신 곳 - 농부시장 마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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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소연
민소연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에 깃든 이야기를 보고 들어 글을 쓴다. 언젠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이미지_ⓒ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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