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마주보며 맞이하는 또 다른 세상

관계를 디자인하는 건축가 유현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화목한 건축을 꿈꾸다

2018.09.19


당대의 삶과 문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건축. 지금 우리는 어떤 건축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 대한민국 사람들의 60%는 아파트에서 살며, 학생들은 교도소와 똑같은 구조의 학교에서 12년을 보낸다. 좁은 공간에 사는 1인 가구도 점점 늘어 가고 있다.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를 통해 인문학적 시선으로 현대 도시 공간의 문제점들을 진단하면서, 우리가 사는 공간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제시하는 건축가 유현준을 만나봤다.


건축가 유현준


Q. 현대 도시 건축 구조를 우리 사회 소통 단절의 원인으로 꼽으셨어요.

A. 공간이 소득별, 세대별로 계속 나뉘면서 점점 더 소통이 단절되고 있어요.


한옥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가족끼리의 대화가 단절되었고, 원룸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주로 SNS를 이용하여 소통합니다. 끼리끼리 만나면서 닫힌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한 방향 소통은 자칫 과격한 대립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더라도 마찬가집니다. 걷거나 차를 타고 계속 움직여야만 합니다. 어디 가서 앉고 싶으면 돈을 내고 카페에 들어가야 해요. 중학생은 편의점이나 PC방에 가고 성인들은 소득수준에 따라 들어가는 공간이 다르죠. 이처럼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세대별로 소득수준별로 공간이 계속 나뉘다 보면 사회가 붕괴하지 않을까 염려돼요.



Q. 이를 해결하려면 공간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A. 공공의 공간을 만들거나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만들어줘야 해요.


아파트 거실 쪽에서 방을 보면 다 막혀 있잖아요. 방에서 거실을 내다볼 수 있고, 방에서 방을 볼 수 있도록 창문을 만들면 좋겠죠. 또, 3m 넓이의 테라스를 만들어 하늘을 볼 수 있고 비를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무를 바닥에 심고, 채소도 기르고 차도 마시는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기존의 아파트라면 리모델링을 할 때 소통하고 화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도록 연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을 했는데, 확장한 부분과 내력벽을 합치면 1.8m 정도의 공간이 생겨요. 그 부분에 창문을 만들거나 문을 만들면 좋겠죠. 그렇게 하면 집이 훨씬 더 넓게 느껴집니다.



Q. 원룸이나 고시원처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는요?

A.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최저 기준을 만들고, 원룸에서 할 수 없는 걸 도시가 해결해 줘야 해요.


예전에는 5000원 식당 밥이 최하였다면 요즘 3500원짜리 컵밥으로 낮춰졌습니다. 20평대 아파트가 최저 아니냐고 했는데 원룸에 이어 창문이 없는 고시원이 나왔죠. 아파트 건축법규에 동지 때 햇볕이 4시간은 들어와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법규에 저촉받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주거 형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주거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원룸에서 할 수 없는 걸 도시가 해결해 줘야 해요.


첫째, 길거리에 벤치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1㎞마다 공원을 하나씩 조성해 집에서 10분 내에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셋째,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마을 도서관이 들어서면 좋겠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세금을 공원과 도서관을 짓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청원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퍼블릭 공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정치인들이 선거 공약을 내놓을 겁니다. 그 나라 건축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의 사회 가치관 수준입니다.


건축가 유현준


Q.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학교 건물이 교도소 구조와 흡사하다고 개탄하셨는데요.

A.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면 획일화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기와 다른 사람은 다 틀렸다고 보는 거죠. 라이프스타일이 획일화되면 자기만의 가치가 없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다양한 체험을 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되겠죠. 우선 옥상을 개방하고, 빈 교실이 생기면 부셔서 테라스를 만들길 권합니다. 교무실을 가장 높은 층으로 옮기고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밖으로 빨리 나갈 수 있는 1층으로 와야죠. 창문턱을 없애고 폴딩도어를 달아 날씨 좋은 날 활짝 열어젖히고 정원을 보며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A. 직장인들도 다르지 않아요. 종일 답답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요.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건물마다 계단실을 개방하면 계단참은 발코니나 테라스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입주자들을 위한 시설인 데다 비 들이친다고 건물주들이 싫어해요. 계단에 물건 쌓아 놓는 것이 보이는 게 싫어 도로 쪽으로 계단을 낼 수 없도록 법을 만든 구청도 있습니다. 옥상을 꾸미거나 중정이 중간중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여건을 갖춘 건물이 많지 않죠. 이런 상황이니 전망 좋은 곳에 탕비실을 만들어 아일랜드식 주방을 마련해주는 정도만 해도 좋겠죠. 벽을 보면서 커피만 타서 나갈 게 아니라 서로 얼굴 보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합니다.



Q. 책과 방송 출연, 강연을 보면 ‘화목한 건축’이란 표현을 자주 쓰세요. 화목한 건축이 무엇인가요?

A. 스타일에 포커스를 맞추는 건축이 아닌, 공간구조를 바꾸어서 사회를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입니다.


사회의 건강지수와 성공지수는 ‘얼마나 화목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갈등지수가 높습니다.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과한 비난을 SNS로 증폭시키고 있죠. 해결책은 건축이라고 봅니다. 얼굴과 얼굴을 보며 소통을 하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을 조성하여 화목을 이루어야 합니다.


화목한 건축은 적절한 프라이버시와 적절한 소통이 있을 때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계급의 위계가 명확한 경우에는 약간 차단을 해야 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면 시어머니 방은 1층에, 며느리 방은 2층에 두는 식으로 둘의 관계가 평형을 이루게 해줘야 합니다. 100% 개방은 통제나 다름없어요.


저는 디자인을 할 때 창문과 계단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문은 열면 상대방이 쉽게 들어오게 되지만, 창문은 열어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창문은 일차적으로 차단해주면서 선택적으로 소통하게 해주는 창구인 거죠. 또 계단은 다른 높이에 있는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적절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A. 현재 DMZ 평화도시 설계와 기업의 대규모 단지 개발 컨설팅을 하면서 화목한 공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경기도의 한 사립중학교 교실 20개 증축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8개동으로 분리하는 구조입니다. 각 동 사이에 마당과 연못, 느티나무, 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죠. 빈 교실을 부숴서 테라스 만들고 싶은데 공사비가 얼마 정도 드는지 문의를 해온 곳도 있습니다. 또 3m 넓이의 발코니가 있는 14층 아파트의 설계를 끝내고 심의를 넣어놓은 상태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중학교와 서울 서빙고의 아파트가 빨리 완공되어 케이스 스터디에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건축가 유현준


Q.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으세요?

A. 건축은 사람들의 관계와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회를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요.


책을 내고 강연을 하면서 ‘1만 평짜리 공원 1개보다 1000평짜리 공원 10개를 만들고, 100만 권 소장 도서관 1개보다 1만 권 소장 도서관 100개를 지어라. 차선 폭을 좁히고 선형 공원을 만들어라. 아파트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어린이도서관을 짓자.’와 같은 얘기를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제 메시지를 들은 분들 가운데 10%만 공감해주시면 그 수치가 누적되면서 조금씩 바뀔 거라고 기대합니다. 


유현준 유현준교수 어디서살것인가 건축 화목 소통 이근미 공간 관계 건축가
필자 이근미
이근미
경험을 나누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 인터뷰어. 인터뷰 경험을 바탕으로 『+1%로 승부하라』 『프리랜서처럼 일하라』 『대한민국 최고들은 왜 잘하는 것에 미쳤을까』를 냈다.

공공누리

'관계를 디자인하는 건축가 유현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