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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 김영진

전통에 변화를 입히다

김선주

2018-03-06

Q. 맞춤 한복을 만들다가 세컨드 브랜드인 ‘차이킴’을 통해 기성 한복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맞춤의 영역이 전통 안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옷을 만들어 제시하면 어떨까 싶어서 차이킴을 시작하게 됐어요.”
어릴 때 극단에서 우리 극을 하면서 우리 옷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옷뿐만 아니라 전통춤이나 소리, 항아리 같은 우리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패션 쪽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복으로 연결됐죠. 그렇게 ‘차이김영진’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맞춤 한복을 만들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맞춤의 영역이 전통 안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일대일로 만나 그 사람의 옷만 만들려니까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기 어려웠죠. 대부분 한복에 고정관념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옷을 만들어 제시하면 어떨까 싶어서 차이킴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디자인을 제안하면 손님이 매장에서 ‘이런 제안 좋은 것 같아’ 하면서 고를 수 있는 거죠. 기성복이기 때문에 손님은 꼭 저와 만나지 않아도 스태프를 통해 충분히 쉽고 편안하게 사갈 수 있고요. 하지만 차이김영진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손님이 뭘 원하는지 알기도 어려웠겠죠.



  • 패션디자이너 김영진


Q.맞춤 한복과 기성 한복의 제작 과정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맞춤 한복은 고객이 하고 싶은 것과 제가 해주고 싶은 것의 접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심이에요.”
맞춤 한복 브랜드인 차이김영진의 경우, 상담을 통해 고객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아내고 그에 맞는 옷감과 디자인을 선택하죠. 고객이 하고 싶은 것과 제가 해주고 싶은 것의 접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중심이에요. 기성복 브랜드인 차이킴은 제가 디자인한 옷을 공장에서 만들어내죠. 저 혼자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똑같은 디자인이어도 찍어내는 사람에 따라,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Q. 시대와 문화를 따르게 되는데, 오히려 한복은 정통성을 엄격하게 따지고 구분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전통도 15세기의 것과 16세기의 것이 다 다른데, 자신이 본 것만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전통이라는 개념이 고정된 거죠.”
전통이냐 아니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패션은 사전적 정의와 달리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가까워요. 살아 움직이고 계속 변화해요. 전통도 15세기의 것과 16세기의 것이 다 다른데, 자신이 본 것만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전통이라는 개념이 고정된 거죠. 전통에도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좋은 소재가 있으면 그걸 쓰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그래서 저도 레이스 같은 원단을 쓰기도 하고 또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려 하는 것이고요. 흔히 너무 이질적이면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패셔너블한가’예요. 전통에 갇히고 머물러서 새로운 것과 거리를 둘 수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패션이고 ‘입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입는 거죠.
일본의 옷과 유사하다며 한복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중국, 일본, 한국은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없어요. 문화는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고 우리가 가진 걸 일본에 공유하기도 하죠. 역사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았는데, 오직 우리 것만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편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 보면 디자인은 변할 수 있고, 그렇게 여러 지점이 만나는 곳에서 저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거겠죠.


패션디자이너 김영진한복 저고리


Q. 의상도 예술이 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결국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지점이 분명한 컨셉트와 만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 같아요.”
패션 디자이너가 예술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자기 철학이 생기고 표현하고 싶은 지점이 생겨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분들도 유명 아티스트와 견주었을 때 결코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마다 추구하는 자기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죠. 어떻게 만들고 멋을 내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지점이 분명한 컨셉트와 만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 같아요.


Q. 한국적인 멋을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동양 복식이 서양 복식과 다른 지점이 뭔가 하면 바로 평면재단이에요.”
동양 복식이 서양 복식과 다른 지점이 뭔가 하면 바로 평면재단이에요. 서양과 달리 한국은 평면재단을 하거든요. 전 일부러 입체 재단을 하지 않아요. 입체 재단으로 그리다 보면 한복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안 나와요. 패션 한복이라고 임시방편으로 패턴을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제 지점을 찾는 거죠. 가령 한복은 입는 사람에 따라 주름 모양도 달라지는데, 평면재단을 할 때 그런 한국적인 세밀한 지점들을 포착해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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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변화는 도전이기도 한데요,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새로운 걸 추구할 때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일단 시도하는 거죠. 기존에 있던 것을 하면 중간은 가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머리에서 나온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화라기보다는 삶의 지점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가령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사랑 못 해요. 하지만 자신이 손해 볼 줄 알면서도 결국 사랑하잖아요. 옷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새로운 걸 추구할 때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일단 시도하는 거죠. 기존에 있던 것을 하면 중간은 가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머리에서 나온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든요. 그렇게 하루하루 자기 자신에게 충실히 살아가다 보니까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마다 절대 바꿀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직업으로 삼고 한복을 만드는 입장에서 ‘어제와 오늘을 같게 만들 거면 굳이 왜 오늘까지 이걸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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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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