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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읽는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

짧고 간결한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짜 메시지

김지혜

2018-12-27


창작동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 아동문학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연극, 애니메이션 그림책, 영화까지 제작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매체를 통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장편소설 <엑시트(EXIT)>는 10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으로 십대 미혼모의 가슴 아픈 현실을 담아냈다.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가정의 의미에 대해 전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로 어른에게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동화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라 말하는 황선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황선미 작가


Q. 작가님의 동화책은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A. 짧고 간결한 이야기 속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 <마당을 나온 암탉>은 직접 알을 품고 싶어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청둥오리 ‘나그네’의 죽음 후 홀로 남은 오리알을 품어 얻게 된 아들 ‘초록머리’의 이야기예요. ‘잎싹’은 ‘초록머리’를 헌신적으로 키워내 독립시키고, 한겨울 굶주리는 족제비와 그의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주는 슬픈 결말이죠.


독자들은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엄청나게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모성을 보게 되는데 사실 내면에는 ‘잎싹’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과 자유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암탉의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소망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나에게 본래 있었던 것은 무엇이고 왜 사는가에 대한 기본적 질문일 수 있죠. 동화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미혼모가 주인공인 첫 장편소설 <엑시트(EXIT)>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집필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붕괴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알게 되었어요.


2007년도에 스위스에서 열린 우리나라 책 전시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본 스위스 시청 직원이 식사자리에서 한국 입양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했고, 부끄러웠습니다. 입양, 이라는 단어가 얹혀버렸죠. 너무 큰 이야기라 그때는 쓸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지내던 중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관련 이야기를 써 달라고 부탁을 받았죠. 여러 사례를 접하면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붕괴된 가정에 대해 한 발 더 가까워진 거죠. 그렇게 위탁 가정에 대한 이야기인 <열한 살의 가방>을 쓰게 됐어요. 그 후로도 미혼모와 입양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보호 없이 방법도 모르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으니까요. 미혼모 이야기인 <엑시트(EXIT)>를 쓰는 것은 저에게 해결해야 할 숙제와 같았습니다.


황선미 작가


Q. 묵직한 주제인 만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거 같습니다.

A. 현실을 전하고 싶었어요. 미혼모 가족에 대한 편견을 가진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길 바랐습니다.


사회적 기준에서 탈락한 아이들은 문제의 원인도 대처 방법도 모르고 방치됩니다. 십대 미혼모 역시,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극복해낼 능력이 없죠. 부모가 포기하면 다음은 시설인데 그곳도 이해관계가 얽혀서 오래 있기 힘들어 하더라고요. <엑시트(EXIT)>를 보면 미혼모인 ‘장미’가 시설에서 나와서 사진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요. 그곳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은 건물 청소부예요.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장미에게 청소부가 묻죠. “거기, 안에. 너 괜찮니?” 라고요.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런 것들이 모든 문제에서 첫 번째예요. 그게 이해와 배려예요. 장미의 사연이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르면 불편하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상황을 어른들이 모른 척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길 바랐어요. 변화는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Q. 작가님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시는 거 같습니다.

A. 제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그리기도 합니다.


<내 푸른 자전거>와 <꺽다리집>은 제 가족 이야기를 아주 많이 반영했죠. 그 외에도 가족의 이야기는 많이 등장해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쓴 동화였고요.


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가족의 형태를 보면 전형적이지 않은 모습들이 많아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죠. 전형적이지 않은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필요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가족의 형태에 대한 시선이 매우 보수적이에요. 완벽한 것은 없는데 말이에요. 아무도 비난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적 뒷받침만 된다면 가족의 형태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어요. 


마당을 나온 암탉, 엑시트 표지

▲ <마당을 나온 암탉> ⓒ사계절, <엑시트> ⓒ비룡소



Q. 많은 분야 중에서도 ‘동화’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글, 맞춤 옷과 같은 글이 있다면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의 엄마가 되면서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던 거 같아요. 제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글, 맞춤옷과 같은 글이 있다면 ‘동화’였죠. 아이들과 동화책을 함께 읽으면서 재미있었고,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며 빠져든 것이 바로 동화였다는 사실을 환기하게 됐어요. 동화로도 충분히 사람 살아가는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해서 30대 초반에 새로이 동화작가라는 길을 걷게 됐죠. 책이라는 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주목하고 다시 생각하게 하고 의미를 찾아보게 하는 거예요. 그게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죠. 동화 역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에 대한 확인이라고 생각해요.



Q.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기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A. 아이들에게 올바른 독서습관을 길러주세요.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하고 쓰고 표현하는 것까지가 독서예요.


제 유년시절에는 책이 귀했어요. 학교에 도서관이 생겼을 때 정말 기뻤죠. 해 질 녘까지 책장을 넘기다가 제일 나중에 집에 돌아가고는 했죠. 요즘은 그 반대인 것 같아요. 필독서도 너무 많고 책을 교육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니까요.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독서는 그 자체 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해요. 내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고가 확장될 때 비로소 책을 제대로 읽게 되는 거예요. 사유의 시간이 사라지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모르게 되고, 언젠가 자신이 왜 괴로운지도 모르고 구멍이 난 채로 살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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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지혜
김지혜

사람이라는 텍스트를 좋아하는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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