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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이동귀 교수

나에게서 찾는 관계의 해답

김선주

2018-02-14

 

Q. 최근 현대인들에게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늘면서 심리 치유 관련한 도서나 방송이 많이 등장했어요. 부쩍 이런 현상이 심화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다 보니 그에 따른 피로감도 심해져서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알기 어려운 거죠.”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되다 보니 그에 따른 피로감도 심해져서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알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정작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뭘 원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게 되고, 정신적인 아픔이 치유되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이럴 때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오히려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는 말하기 어려우니까요. 걱정시키고 싶지 않기도 하고, 말해봤자 어떤 반응이 올지 예상되거든요. 아직까지 한국은 상담이 제도권 내에서 의료보험에 편입이 안되어 있다 보니 상담료가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의 편견이나 시각 때문에 상담 받기를 꺼려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정신적인 감기가 걸렸을 때도 충분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고, 실제로 그런 것들이 좀더 실용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심리학자 이동귀 교수

Q. ‘관태기’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새로운 관계 맺기에 권태를 느끼고, 비대면 관계에서 안정을 느끼는 관계 단절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A. “사회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필연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세대가 SNS로 관계를 맺는 것은 일면 이해가 돼요.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고, SNS를 통해 직접적인 관계의 부담이나 유지비용을 피하면서도 손쉽게 많은 사람들과 빠르게 관계 맺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렇기에 갈등에 대한 참을성은 좀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사회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갈등을 해결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상황 자체를 피하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기엔 자신의 일이 너무 바쁜 세상이에요. 스펙 쌓고 취업하기 바쁜 시대잖아요.
이러한 비(非)대면 관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반작용도 감수해야 해요. 간접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때로는 피상적일 수 있다는 걸 감수해야 할 때가 있죠.

Q.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대신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상대와의 갈등을 막기 위해 나만 무조건적으로 변해야 하는 걸까요?
A.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더 힘들어져요. 상대에게 미움을 갖게 되고, 갈등의 과정에서 계속 내 안에 모난 돌을 굴리게 되고 그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하거든요.”
“쟤가 나한테 잘못 했는데 왜 나만 변해야 해?” “왜 나만 이해해야 해?”라고 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아마 지금 힘드실 거예요.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더 힘들어져요. 상대에게 미움을 갖게 되고, 갈등의 과정에서 계속 내 안에 모난 돌을 굴리게 되고 그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하거든요. 그게 어렵다면 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세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어떨 때 얘기하는 것이 그나마 괜찮은지 잘 소통될 수 있는 시간을 찾고, 그 사람과의 안정적인 접점을 찾아야 해요.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필연적이에요. 때문에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해요.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관계가 갈등으로 갈 것인가 공존으로 갈 것인가로 나뉘는 거죠. 그리고 나의 호의에 대해 응답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분노할 필요도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건 자신의 자유지만, 그 사람이 내 기대에 맞게 행동해야만 할 이유는 없어요. 그럴 땐 자신이 만든 규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거짓말을 세 번 하면 끝이라며 속으로 카운트를 하고 혼자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보다 자신이 어떨 때 상처를 받는지 터놓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에요.

 
  • 심리학자 이동귀 교수
  •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 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 지금 그대로도 좋은 당신을 위한 하루 심리학 책 표지

Q. 지난해 방송을 통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성 인간관계인 ‘티슈 인맥’을 소개해주셨어요. 연대와 상부상조가 사라진 인맥 중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A. “사회적인 흐름이 효율적인 방향으로 가다 보니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있죠.”
아무래도 간접적이고 부담 없는 관계를 선호하다 보니 인간관계에서 소위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 거죠. 어떤 사람을 만난다고 했을 때 시간을 얼마나 투자해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계산하게 되고요. 현실적이고 단순한 것 같지만 다른 면으론 효율성의 틀에 갇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죠.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직접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바쁘기도 하고 사회적인 흐름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있죠. 이런 모습을 기성세대들이 봤을 때 인간미가 부족해 보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Q.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만큼 갈등도 많이 겪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서로 이해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A.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함으로써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어요.”
우선 자기를 알아야 해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에 예민한지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자신을 무방비 상태에서 예민하고 싫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 얻어 맞은 데 또 맞는 격이 되는 거죠.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어떻게 그래?’라는 말을 하게 돼요.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함으로써 그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어요.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해요.
무엇보다 갈등이 생겼을 때 ‘너’라는 말로 시작해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지난 과거까지 끌어와서 나중에 후회할 말을 하는 건 좋지 않아요. 그래서 갈등이 생겼을 때 바로 말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생각할 잠깐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아요.

 
  • 심리학자 이동귀 교수

Q.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서로 관점이 달랐을 때 기꺼이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물론 자기의 욕구를 충족하는 삶이 행복해요. 그런데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 욕구를 충족하되 상대방의 욕구를 제한하지 않아야 해요. 자유와 책임이 있는 것처럼, 각자 50%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50%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타인의 50%를 막거나 방해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서로 관점이 달랐을 때 기꺼이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관점이 다를 때 그것을 조정해가는 것을 배우고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는 거죠. 그것이 건강한 관계 맺기에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충분히 추구할만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Q. 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휩쓸리다 결국 진정한 나의 모습을 잊어버리기도 하는데요, 자기다움을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여러 길 속에서 자신이 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따라 중심을 지켜나가는 거죠.”
우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선택할지 생각해보는 거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어요. 인생을 최적의 X,Y 좌표를 이어 가는 것처럼 순탄한 길로만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여러 길 속에서 자신이 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따라 중심을 지켜나가는 거죠. 그리고 인생에서 좋은 사람을 보고 살아야 해요. 좋은 사람들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아가는 거예요. 과거는 이미 지난 순간이니 후회할 필요가 없어요.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도 주어진 순간에 충분히 깃들어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삶이 언제나 안정적일 것 같지만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잖아요. 매일매일이 감사하게도 새롭게 주어진 날들이고, 매년 새로운 나이를 사는 거죠. 그래서 지난 날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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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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