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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2019-09-27


아파트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후마니타스

발레리 줄레조 지음 / 길혜연 옮김



"대단지 아파트는 도처에서 대규모 도시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들을 결집시키며, 여러 형태의 감시체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대단지의 형태는 그 자체로 사회 공간적 차별화를 낳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러한 차별화를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관리와 유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필연적으로 그 비용을 더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도시 형태의 견고함을 취약하게 만들어 프랑스에서처럼 쇠락의 길로 접어들거나, 한국에서처럼 일상화된 재개발의 결과를 낳는다. 주택이 유행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_ 『아파트 공화국』, 251p 중에서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아파트 현상'


한국 사회가 온통 아파트의 나라가 되었는데도,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은 없었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무슨 아파트일까? 아파트와 아파트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유형 분류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파트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선호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파트가 대량으로 양산될 수 있었던 체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가 기원을 두고 있는 건축이론 내지 도시계획 모델은 어디서 왔을까? 한국의 건축가들은 도시가 아파트로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서구의 대단지 아파트 모델이 실패로 귀결된 반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모든 계층이 선호하는 이상적 주거형태가 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아파트 모델은 대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질문은 하나같이 중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대량생산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재벌-중산층의 이익연합에 대한 분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렴한 택지공급과 급성장한 아파트 건설시장으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얻어 성장한 재벌 건설사와, 중산층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주택의 대량공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재벌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가 있는 한 한국의 아파트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중산층의 현실 안주 정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구조 위에서 가능했다. 저자는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다. 


아파트를 통해 한국에서의 근대화와 현대성의 문화적 양상을 분석한 대목도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이다. 아파트 안에서의 신발의 움직임, 상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저자가 얼마나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는가를 읽어 보라. 이 과정에서 저자가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솜씨는 감탄스럽다. “주택이 유행인 나라”, 미학적 기준에 반하는 도시 경관, 그나마도 매일매일 변하는 “하루살이 도시”, 그래서 결국 “지리학에 반하는 도시”가 된 한국의 아파트 공화국에 대해 이 책보다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료 제공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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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줄레조(Valérie Gelézeau)

프랑스에서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젊은 연구자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érieure)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서울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연구로 파리4(소르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현재까지 마른-라-발레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을 연구대상 지역으로 삼고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 국립동양어연구원의 문을 두드렸을 때 느꼈던 설렘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1993년, 그녀는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놀라 이를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그녀는 동료 연구자들 사이에서 ‘왜 한국의 아파트냐’는 회의적인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에서의 조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땅은 좁고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한국의 아파트 현상을 의문의 여지없이 받아들여 온 한국인들에게 그녀는 당연한 것을 이해 못 하는 순진한 외국인으로 취급되기 일쑤였고 자주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 했다. 이처럼 상식과 편견에 도전하여 마침내 이뤄낸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의 아파트를 다룬 그녀의 박사학위 논문은 2003년 책(Séoul, ville géante, cités radieuses)으로 출간되었고, 그해 프랑스 지리학회가 수여하는 가르니에 상(Francis Garnier Prize)을 수상했다. 이미지 ⓒValérie Geléz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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