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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 평전

조선을 흔든 개혁의 바람

이종수

2020-06-08

 

조광조 평전 이종수 지음 조선을 흔든 개혁의 바람 생각정원 

▲ 이종수/생각정원/2016/324쪽/15,000원

 

 

이 길이다. 끝까지 따라가라 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눈길 위로 걸음을 내딛기가 쉽지 않았다. 매섭게 후려치는 바람을 앞세워 추위도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다시 눈발이 이어지려는 기세였다. 그렇다고 마냥 따스한 계절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이 긴 겨울이 언제 끝나겠는가. 추위 따위로는 억누를 수 없는 간절함이었다.

평안도의 겨울은 북쪽 땅을 실감케 하는 한기로 가득했다. 이런 계절 속에서 시린 마음을 다듬고 계시겠구나. 가까이 뵌 적은 없었지만 이미 마음의 스승으로 모신 분이었다. 그 아름다운 이름을 따라 예까지 온 것이 아닌가. 추위가 걱정이 아니었다. 혹 선생께서 받아주지 않으신다면……. 청년은 잠시 숨을 고르며 고이 품고 온 소개장을 떠올렸다. 진심을 알아주시겠지. 저 길 끝에 나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광조 평전』 24쪽



조광조를 생략한 조선왕조 역사를 논할 수 있을까? 사림의 상징이며 개혁의 풍운아였던 그의 삶은 압축적이고 파격적이지만 조선 유학의 고갱이가 단단하게 박혔다. 의외로 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단편적이다. 국사책에서 짧은 한 단원 혹은 윤색 편집된 TV 드라마에서 얻은 정도쯤이다. 조광조에 관한 저술들이 제법 많지만 ‘평전’으로서 이 책만큼 극적인 추적과 묘사는 드물다. 우리 지식생태계에서 평전의 영역이 빈약하다는 건 안타깝다. 그나마 어떤 평전들은 주관적 해석, 혹은 자료만 잔뜩 나열한 것들도 많은데 이 책은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역동적이라는 점에서 평전으로서 좋은 전범이다. 조선을 흔든 개혁의 바람이 어떻게 일었고 어떻게 소멸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사고 시대사다. “오늘 실행하면 내일은 제도가 된다.”는 그의 역설은 지금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그를 소환하여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물어봐야 한다. 좋은 책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잊혀지게 하는 건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추천사 : 김경집 위원(인문학자·前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0년 <6월의 추천도서> 인문예술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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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이종수

이종수는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인문과 예술을 결합한 독특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류성룡, 7년의 전쟁』, 『그림문답』, 『그림에 기댄 화畵요일』, 『이야기 그림 이야기』, 『벽화로 꿈꾸다』등이 있다. (이미지 출처 : 종로문화재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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