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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안부 인사

하명희 외 7인

2021-09-13


하명희 십일월이 오면 조해진 혜영의 안부 인사 임솔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이승은 피서본능 오수연 솥 박서련 권여선 기억의 왈츠 강영숙 남산식물원 여덟 편의 안부 인사 8인 신작 소설 강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하명희 외 7인 지음/강/2021년/14,000원



혜영은 찬우 선배의 시집을 열어 여백에 썼다.

주원아.

왜. 

실은 오늘 하루 종일 말하고 싶은 게 있었어. 

뭔데? 

뭔데…… 

혜영은 더 이어 쓰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어떤 과정 속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혜영은 그렇게 묻고 싶었다. 주원이 곁에 있었다면 무슨 과정을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을 테고, 혜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한 채 허공 속에서 열망의 형태가 천천히 윤곽을 드러내길 기다렸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는 과정. 잠시 뒤 혜영은 다시 썼다.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 시간이 문장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사는 건 시시하지만은 않겠지, 그렇지?


 『여덟 편의 안부 인사』 속 「혜영의 안부 인사」 중에서



팬데믹을 테마로 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잃어버린 것, 새로 발견한 것을 중심으로 쓴 국내외 작가의 책들을 읽고 생각한다. 집이 원(球)이라면 그 핵심은 가족이며 원의 가장 가까운 바깥은 친구와 이웃들일 거라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다 보니 누구를 만나자고 청하는 일도 실례처럼 느껴지고 선약도 취소하는 게 배려인 듯싶기도 하다.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소식을 전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오래 안부를 전하지 못한 이름들. 어떤 이들은 제때 안부를 전하지 못해서 영영 멀어져 버리기도 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누구를 만나지 못해서 안타까워할 게 아니라 안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작정으로 책상 서랍에서 몇 장의 엽서를 꺼낸다.


그렇게 먼 데서 온 엽서 한 장을 받는 기분으로 『여덟 편의 안부 인사』라는 소설집을 읽었다. 임솔아, 이승은, 박서련 같은 젊은 작가들과 권여선, 강영숙, 조해진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국내 작가 여덟 명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단편 소설집.


강영숙의 <남산식물원>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공간과 그 순간을 함께 한 사람에 대하여, 권여선의 <기억의 왈츠>는 꿈처럼 지나가 버린 여름 한때의 추억과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 대하여, 박서련의 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놓치지 않으려는 청춘들의 희망을, 조해진의 <혜영의 안부 인사>는 차츰 희미해져 가는 꿈 이야기를 소곤소곤 아프고 애틋하게 들려준다. 테마 소설집의 특징은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작가들의 개성적인 목소리와 시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선물상자라면 그 상자 안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말을 믿는다. 어떤 감정들, 그러니까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


작가들은 독자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하는 듯하다. 지금은 “어떤 과정” 속을 지나가는 시간이며 막막하지만 서로의 시간을 잘 견뎌내 보자고. 책을 덮고 나자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진다.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 추천사: 조경란(소설가)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1 <9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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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하명희 외 7인

하명희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2014년 『나무에게서 온 편지』로 전태일문학상, 2016년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19년 『불편한 온도』로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백신애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와 소설집 『불편한 온도』 『고요는 어디 있나요』가 있다. 조해진 2004년 『문예중앙』에 중편 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등을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임솔아 2013년 시 「옆구리를 긁다」로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장편 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을 썼다. 문학동네대학소설상, 신동엽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은 2014년 단편소설 「소파」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오늘 밤에 어울리는』이 있다. 오수연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현대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난쟁이 나라의 국경일』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소설집 『빈집』(강)을 펴냈다. 이후 2년간 인도에 다녀와서 연작소설 『부엌』(이룸 2001/강 2006 개정판)을 펴냈다. 2003년 ‘한국작가회의’의 이라크 전쟁 파견 작가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 다녀왔으며, 2004년 보고문집 『아부 알리 죽지 마―이라크 전쟁의 기록』(향연)을 펴냈다. 2006년 팔레스타인 현대 산문선집 『팔레스타인의 눈물』(아시아)을, 2008년 팔레스타인과 한국 문인들의 칼럼 교환집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대화』(열린길)를 기획, 번역하여 펴냈다. 2007년 연작소설 『황금지붕』(실천문학), 2012년 장편 『돌의 말』(문학동네)을 출간했다. 한국일보문학상, 거창평화인권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신동엽창작상 등을 받았다. 박서련 음력 칠석에 태어났다. 소개를 쓸 때마다 철원 태생임을 반드시 밝힌다. 시상식 때 입을 한복을 맞추려고 적금을 붓는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승률은 높지 않다. 가위바위보조차도 잘 못 이긴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등이 있다. 테마소설집 『서로의 나라에서』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등에 참여했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지금 무슨 생각해?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권여선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분홍 리본의 시절』 『안녕 주정뱅이』 『아직 멀었다는 말』, 장편소설 『레가토』 『레몬』 등이 있습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강영숙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8월의 식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날마다 축제』, 『아령 하는 밤』, 장편 소설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X』 등을 썼다.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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