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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2021-05-10

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창비

박희병 지음/창비/2020년/16,000원



엄마는 인지저하증을 앓고 계셨지만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자식에 대한 관찰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 엄마는 늘 나를 관찰하고 걱정하셨으며 내게 필요한 충고를 하셨다. 엄마와 같은 환자를 보는 패러다임을 바꾸면, 그리고 그런 환자가 보여주는 언어적·비언어적 반응들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면, 환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된다. 패러다임에 따라, 그리고 해석의 태도와 방법에 따라 존재는 다르게 표상된다. 인문학에 종사하는 나는 엄마가 언어적·비언어적 기표(記標)들을 가능한 한 세심히 관찰하고 분석하고 음미하고자 했다. 그 결과 엄마의 많은 신체적·언어적 기표에 어떤 맥락과 의미가 내재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 속 본문 중에서



국문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생의 마지막에 놓인 엄마의 곁에서 엄마의 일상을 관찰하고 엄마와 주고받은 말들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가 기록하는 엄마의 말은 대개 경상도 사투리로 된 짧은 문장들이다. “공부하다 오나?”, “고마 죽어야 할낀데”, “내가 아파 니 기 챈다”(귀찮게 한다), “늙으나 젊으나 전다지 물건 덩어리다”(모두 골칫덩어리다), “진짜 마이 에비따”(많이 야위었다) 같은 이 짤막한 문장들, 엄마의 마지막 말들, 은유와 환유, 상징 같은 그 말들을 들으면서 저자는 인문학자답게 그 말들에 담긴 뜻을 해석한다. 그것은 말기암에 인지저하증(치매)을 앓는 환자이면서도 자나 깨나 자식에 대한 걱정과 애틋함을 품고 있는 엄마의 사랑의 표현이면서,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둘러보며 생로병사의 수레에 갇힌 사람의 일생을 애달파하는 말이기도 하다. 엄마의 말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몇 줄 남짓한 짧은 단상에서, 엄마의 말에 담긴 가족의 삶의 역사에 대한 추억, 호스피스 병원의 현실에 대한 긴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것은 결국 “나는 어떻게 죽어야 하나”라는 마지막 질문으로 이어지며,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저자의 통찰로 연결된다. 죽음은 결국 삶의 일부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의 연속인 것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둔 독자들에게는 더욱 실감나는 기록으로 읽힐 것이다. 가족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5월 인문예술 분야의 책으로 추천한다.


추천사: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5월의 추천도서> 인문예술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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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병
박희병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문학 연구의 외연을 사상사 연구와 예술사 연구로까지 확장함으로써 통합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 연구를 꾀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고전인물전연구』,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한국의 생태사상』, 『운화와 근대』, 『연암을 읽는다』,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유교와 한국문학의 장르』, 『저항과 아만』, 『연암과 선귤당의 대화』, 『나는 골목길 부처다-이언진 평전』, 『범애와 평등』,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 『한국고전소설 연구의 방법적 지평』 등이 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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