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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2020-08-11

 

 

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장편소설 민음사

정용준/민음사/2020/172/13,000원



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로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내 첫사랑은 열한 살 때 만난 부반장이다. 치아에 금속 교정기를 장착하고 이마엔 좁쌀 여드름이 퍼진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아이였는데 그때 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7쪽

 

 

 

누구를 좋아한단 말도, 누구를 싫어한단 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그 모든 표현이 쉽지 않은 사람이 있다. 생각은 많지만 표현이 어려운 사람들, 넘쳐나는 생각을 정리된 언어로 말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심금을 울린다. 정용준의 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말을 더듬는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열네 살 소년의 목소리로 이 ‘표현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절절히 느끼지만 모든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 소년에게는 사랑도 우정도 아주 사소한 일상적 소통도 어렵다. “하늘 끝까지 헹가래질하다가 마지막에 받아 주지 않을 거잖아. 웃게 만든 다음 울게 만들 거잖아. 줬다가 뺏을 거잖아. 내일이면 모른 척할 거잖아.” 아무도 날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으니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열네 살 소년의 굳은 결심은 가슴 시리도록 아프다. 하지만 언어치료를 통해 조금씩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내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내면아이의 아픔을 조용히 일깨운다.

 

추천사 : 정여울 위원(『헤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0년 <8월의 추천도서> 문학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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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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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바벨』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프롬 토니오』 『가나』 『세계의 호수』 『유령』 등의 소설이 있다. 「선릉 산책」으로 황순원문학상과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로 소나기마을문학상을, 「사라지는 것들」로 문지문학상을, 『프롬 토니오』로 한무숙문학상을 받았다. (이미지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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