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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떠나보내며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2019-08-02


서재를 떠나보내며 책표지 / 서재를 떠나보내며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알베르토 망겔 지음 / 이종인 옮김



나의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스타킹을 수십 켤레 사주었고 할머니의 신분증을 집 안 장롱에 보관했다. 

하지만 물건을 그렇게 잃어버려도 할머니는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러시아에 있던 집을 잃어버렸어. 친구들과 부모를 잃어버렸어. 나는 남편도 잃고 언어도 잃었어.” 

할머니는 러시아어, 이디시어, 스페인어가 뒤섞인 기이한 말로 말했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니라, 

현재 기억할 수 있는 것을 즐기게 되니까. 우리는 상실에 익숙해져야 해.” 


『서재를 떠나보내며』 108p




“모든 서재는 일종의 자서전이다”


『서재를 떠나보내며』는 ‘책의 세헤라자데’ ‘도서관의 돈 후안’ ‘우리 시대의 몽테뉴’라 불리는 알베르토 망겔이 70여 개의 상자에 3만 5천여 권의 책을 포장하며 느낀 소회와 단상을 담은 에세이다. 서재를 해체하고 책들을 상자에 집어넣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망겔은 자신에게 서재가 어떤 의미인지, 책을 서가에 꽂거나 창고에 처박아두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또 문학의 효용가치가 의심받는 이 시대에 문학이 갖는 힘은 무엇인지 사유한다.

망겔은 자신이 앞으로 살 나이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다면서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책과 도서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압축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통찰은 대략 언어와 이야기의 관계, 재현을 둘러싼 신과 인간의 관계, 꿈과 현실의 관계, 읽기와 쓰기의 관계, 그리고 책과 도서관의 관계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서재를 잃고 실의에 빠진 망겔의 슬픔을 어루만져준 다정한 문장들과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로 가득한 이 회고록은 동서고금의 책과 작가들을 매개로 거미줄처럼 이어지며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료 제공 - 더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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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겔
알베르토 망겔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

2018년 구텐베르크 상 수상자이자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작가이자 번역가, 편집자,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구겐하임 펠로십과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책의 수호자’ ‘우리 시대의 몽테뉴’ ‘도서관의 돈 후안’ 등으로 불리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 프랑스의 메디치 상을 수상한 『독서의 역사』와 영국의 매키터릭 상을 수상한 『낯선 나라에서 온 소식』, 독일의 만하임 상을 수상한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이 있다. 이미지_ⓒFronteiras do Pensam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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