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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어느 '어도락가'의 삶과 공부

신견식

2021-06-21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어느 '어도락가'의 삶과 공부 신견시 지음 SIDEWAYS 15개 언어에 통달한 '언어천재' 번역가 신견식의 세계를 만나다 언어의 세계로 이끄는 가장 믿음직한 안내자 황석희(번역가)

신견식 지음/사이드웨이/2020년/17,000원



삶의 목적이 여럿일 수도 있으니 목적과 수단의 경중을 꼭 가릴 필요도 없고, 목표 달성으로 나아가는 길에 수단을 어떻게 써먹느냐가 더 큰 관건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어를 여러 방식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언어나 외국어가 수단일 뿐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짝 야릇한 기분도 든다. 그 말이 틀렸다고 꼭 반박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언어가 수단인 사람도 당연히 많다. 하지만 언어가 목적인 사람도 있다.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머리말’ 중에서



맛있거나 진귀한 음식을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을 식도락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신견식이 자처하는 어도락가(語道樂家)는 언어를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는 10개 언어를 사전 없이 읽을 수 있고, 사전을 참조한다면 라틴어, 핀란드어, 터키어 등 15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 이렇게 25개 언어를 우리말로 옮긴 경험을 갖고 있지만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 없고 외국어 학원도 다닌 적 없다. 38살 때 떠난 신혼여행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이런 저자가 쓴 책이니 외국어 공부 비법을 소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비법은 없다. 신견식에 따르면 “엄청난 왕도는 없고 시간을 쏟아 붓는 수밖에 없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쉽게 얻으면 쉽게 잃고 효율만 뒤쫓으면 깊이와 즐거움이 달아난다.” 남의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외국어 공부에서도 스스로의 정답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더욱 큰 의미와 재미도 느낄 뿐만 아니라 감동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풍부한 언어 지식에 바탕을 둔 삶에 대한 성찰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부분. “지갑을 여는 일은 무엇을 가능케 하는가. 영어 ‘페이pay(돈을 내다·치르다)’의 원뜻(진정·만족시키다)은 라틴어 ‘파카레pacare(평정·조정하다)’에서 왔고, 이는 ‘팍스pax(평화)’의 파생어로 결국 평화롭게 만든다는 뜻이다. 돈을 내야 상대가 만족도 하고, 조정도 되고, 이래저래 평화로운 관계가 된다. 평화로움은 조용함도 뜻한다. 조용한 태도와 돈을 내는 행위는 이렇게 일맥상통한다.”


책에는 우리의 어문(語文) 생활 및 현실에 대한 비판적 지적도 있다. “많은 이가 얘기하듯 한국은 매우 높은 교육 수준에 비해 글이든 말이든 자국어를 잘 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옮기는 번역가들이 특히 이걸 많이 느끼곤 한다. 꼭 언어의 유형론적 차이 탓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글의 문장도 두서없고, 어휘 선택도 엉망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 비범한 번역가, 아니 어도락가의 경험과 생각을 통하여 언어와 삶과 세상의 관계를 흥미롭게 되짚어볼 수 있는 비범한 책이다. 좋은 책의 기준 가운데 하나가 ‘이 저자만이 쓸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면, ‘번역가 신견식만이 쓸 수 있는 이 책’은 단연 좋은 책이다.


추천사: 표정훈(평론가)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6월의 추천도서> 실용일반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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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견식

번역가. 20여 개 언어를 해독하는 ‘언어 괴물’로 불린다. 기술 번역에서 출판 번역까지 다양한 부문의 번역 일을 한다. 비교 언어학, 언어 문화 접촉, 전문 용어 연구 등 언어와 관련된 다방면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콩글리시 찬가』가 있다. (이미지 출처: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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