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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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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숙 지음/사계절/2021년/13,000원



아이들과 나는, 그러니까 우리는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관계는 아니게 되었다. 누가 일방적으로 무엇을 베푸는 관계도 아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얼마만큼이든,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란한 색, 강력한 힘은 아닐지언정,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물들이고 있다.


『소년을 읽다』 68~69쪽


쉽고 좋은 책을 소년의 손에 자꾸 쥐여주고 싶다. 그것은 결국 ‘책’이 아니게 될 것이다. 책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화化할 것이다. 우리는 소년에게 책을 주지만 소년이 손에 받은 것은 자신을 돌보며 사는 마음 아닐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음 아닐까.


『소년을 읽다』 116쪽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교정·보호하는 법무부 소속 특수교육기관. 소년원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다. 2019년 3월부터 1년 동안 교육부의 ‘의무교육단계 미취학·학업중단학생 학습지원’ 시범 사업 파견 교사로 소년원에서 가르쳤다. 그 경험을 담은 책이다. “자라온 가정환경이 안온하지 않은 아이, 소년원에서 형기를 마치고 나가도 마땅히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 극심한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외우고, 토론을 하고, 작가를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일반 학교에서라면 오히려 하기 힘든 특별한 국어 수업. 김동식, 박찬일, 이종철, 탁경은, 정은정 등 작가들이 소년원을 찾아주었다. 아이들은 작가 편지 낭독, 인상 깊은 구절 낭독, 작가 소개 등을 맡았다. 그 경험은 아이들에게 특별했다.


“환대로 사람을 맞이하는 경험, 자신이 주체로 활동하는 경험은, 나도 타인도 소외시키지 않는 연습이다.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연습이다. 이런 연습이 쌓이면 삶에서 적어도 ‘나’를 소외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막 살지 않을 것 같다. 길 밖으로 떨어지더라도 자신을 돌보며 다시 삶의 길 위에 올라서게 되지 않을까. 두 다리에 힘주고 걸어가게 되지 않을까.”


강준이(가명)가 저자에게 묻는다. “제가 이전과 다르게 살 수 있을까요? 그게 제일 겁나요. 여기 들어오기 전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될까 봐….” 전국 10곳 소년원에 1000여 명이 수용돼 있다. 소년원생 중 40%가 재입소한다. 동수(가명)가 말한다. “방 밖에 나가도 역시 소년원이잖아요. 감옥방을 나가야 또 감옥인데요 뭐.”


저자는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을 말한다. 그 돌봄이란 ‘좋은 삶’에 대한 욕망을 일깨우는 일이다. “나도 좋은 삶을 살고 싶다. 소년이 이런 삶을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이 사회와 사회의 어른들이 소년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욕망이 가는 길을 바꾸는 것이 최고의 교정·교화가 아닐까. 소년이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좋은 삶을 욕망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소년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추천사: 표정훈(평론가)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4월의 추천도서>실용일반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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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숙

인생의 절반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살고 있다. 알고 보면 뼛속 깊이 재미주의자. 공무원 사회에서 지루한 얼굴로 살 뻔했는데, 가슴 설레는 재미난 일을 만났다. “이 책, 같이 읽을래?”라는 말로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이끄는 일이다. 덕분에 직업이 삶이고 삶이 직업인 시절을 즐기고 있다. 2019년 우연히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하게 되었고, 소년원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2020 청소년 책의 해’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책 읽는 소년원’을 꾸려나갔다. 지은 책으로『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공저)가 있다. (이미지 출처: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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