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사물 180˚] - 1

함돈균

2015-11-26

사물 180˚____일상의 사물을 ‘새롭게’ ‘낯설게’ 생각해보는 순간!


서서 걷는 인간과 호모에렉투스 Homo erectus 관련된 사물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기본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다.디자인적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종류로 변주된다.이 사물과 관련된 동사 (?) 는 이 사물이 사회적 서열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암시한다한 공간 안에서 같은 종류 일을 하면서도 직급에 따라 이 사물은 '차별적으로' 주어진다 현대인들의 경우, 이 사물과 신체를 접촉하는 일상 시간은 다른 사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잦고 길다일상적 실내 공간에 '평등'이라는 인문적 가치를 디자인 하려 한다면 이 사물에 주의를 기울여라

 

의자

 

인간을 규정하는 여러 학명 중에 '서서 걷는 인간'(호모에렉투스 Homo Erectus)은 '슬기인간'(호모사피엔스 Homo Sapiens)'이나 '정치적 인간'(호모 포리티쿠스Homo politicus)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호모로쿠엔스Homo loquens)과는 달리,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인간을 규정한 명칭이다. '서서 걷는 인간'은 척추를 하늘로 곧추세움으로써 걷거나 눕는 경우를 빼면 어딘가에 '앉아야' 한다. '의자'라는 사물은 이러한 인간 신체구조의 특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된 사물이며, 이는 의자 디자인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는 놀랄 만큼 다양한 스타일 변주가 가능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능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지위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왕의 의자는 그 장식만 보고도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 한 회사 안에서 같은 종류 일을 하지만 사장의 의자와 부장의 의자와 신입사원의 의자는 다르다. '앉다'라는 말에는 영어의 'chairman'이나 '어떤 지위에 앉았다'('사장 자리에 앉았다')는 말의 무의식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사회적 서열의식이 스며있다.
그러나 왕이나 백성이나, 사장이나 신입사원이나 모두 '서서 걷는 인간'이 아닌가. 종교도, 문학도, 정치도 거기에 스민 인문정신의 궁극적 핵심은 '평등'이라는 가치에 닿아 있다. 어떤 실내공간을 '인문적으로' 디자인하려 한다면, 모든 인간은 동일한 생물학적 뼈대를 가지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편하고 멋진, 그러나 '같은' 의자를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사물180도
  • 호모에렉투스
  • 호모사피엔스
  • 호모프리티쿠스
  • 사회적서열
  • 일상적실내공간
  • 평등
  • 인문적가치
  • 디자인
  • 의자
함돈균
함돈균

(기획자문위원)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한국문학과 인문고전에 관한 강의·글쓰기를 하고 있다. 실천적 인문공동체 시민행성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공성과 창의성을 담은 다양한 인문 기획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문학평론집 『예외들』 『얼굴 없는 노래』 인문철학에세이 『사물의 철학』등의 책을 썼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사물 180˚] - 1'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