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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통한 즐거운 여름나기

더위를 물리치는 8가지 일,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

진종훈

2017-08-24

 

예나 지금이나 여름은 당연히 덥지만 요즘은 더 빨리 오고 길어진 여름 때문에 일상의 쉼표가 더욱 간절하다. 그럼 옛사람들의 여름나기는 어떠했을까? 조선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1762년에 태어나 당쟁의 희생양이 되어 1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전라남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유배에서 돌아 온 다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여름을 지내면서 한시 '소서팔사(消暑八事)' (더위를 물리치는 8가지 일)를 지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매해 여름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현대인들의 휴식차원에서 이 글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김홍도의 <활쏘기>

 

신윤복의 <임하투호> 풍속도

▲ 김홍도의 <활쏘기>와 신윤복의 <임하투호> 풍속도

 

다산 정약용은 더위를 물리치는 8가지 방법에 대해 시로 적었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은 피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피서(避暑)'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과거 선조들은 더위를 피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무더위를 불 끄듯 없애버리는 소서(消暑), 더운 기운을 쫓아내는 축서(逐暑), 굴복시키는 제서(制暑), 즐기는 낙서(樂暑) 등 여름을 극복하거나 즐기는 대상으로 여겼다. 소서의 내용으로는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를 즐기는 송단호시(松壇弧矢),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를 즐기는 괴음추천(槐陰鞦韆), 넓은 정각에서 투호를 하는 허각투호(虛閣投壺), 대자리 깔고 바둑을 두는 청점혁기(淸簟奕棊), 연못의 연꽃을 구경하는 서지상하(西池賞荷), 숲 속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동림청선(東林聽蟬), 비오는 날 한시를 짓는 우일사운(雨日射韻), 마지막으로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는 월야탁족(月夜濯足)이 있다. 덥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통해 더위에 맞서고 즐긴 것이다.

 

도시 사람들은 다산의 소서팔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시처럼 도시 사람들이 피서를 즐길 수 있을 지 의문이지만, 선조들처럼 적극적으로 피서를 즐기는 방법을 주변에서 찾아보는 것도 더운 여름을 나기에 좋지 않을까 한다.

 

축구공

 

텅빈 교실 풍경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 교실에는 선풍기도 없었고 더워도 그러려니 했다. 지금의 학교 건물에 빼곡히 달린 에어컨 실외기를 볼 때면 ‘세월이 좋아졌구나’ 싶으면서도 그때보다 더욱 더워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가지 떠오르는 일화가 있는데, 학교 다닐 당시 남자 아이들은 더운데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땀 범벅인 상태로 다음 수업에 들어오곤 했다. 선풍기도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점심시간 후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이 윗도리를 벗고 속내의 차림으로 잠시 잘 수 있도록 해주고, 자신은 돌아다니며 쟁반으로 부채질을 해 주셨는데 20년이 넘은 지금도 더울 때면 그때의 서늘하고 시원한 바람이 생각난다.

 

에어컨

▲ 에어컨 이미지 출처.LG전자 홈페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바람도 필요 없이 무조건 에어컨을 찾게 되고 더위를 무서워하게 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요즘 여름 피서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저마다 교통체증, 숙박전쟁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똑같은 방법으로 피서지를 찾는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고 땀은 흘려야 제맛인데 말이다. 사람의 몸은 36.5℃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진대사와 몸의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한 온도이기 때문이다. 이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몸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발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럼 온도를 올리게 되면 우리의 몸은 어찌 될까?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도 “온열요법을 통해 어떠한 질병도 극복할 수 있으며 온열요법으로 치료되지 않는 병은 불치의 병”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의 체온은 1℃만 떨어져도 면역력의 30%가 떨어지고 1℃를 높여주면 면역력이 70%가 올라간다는 이론이 온열요법이다. 이 더위에서 움직임을 통해 면역력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여름에 맞서고 즐겨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더위를 무서워하거나 피하지 않았듯이 자신의 사소한 일상에서 더위를 물리치거나 그대로 받아들여 즐기는 방법으로 남은 여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선조들이 여름을 대하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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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진종훈
진종훈

문화마케팅(경영학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콘텐츠사업 부문 전문위원으로 있다.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 활용과 융합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성공하는 문화마케팅을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케팅을 위한 패션쇼 기획과 지역문화축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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