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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통하면 더 많이, 더 잘 보이는 만화의 세계

- 장르문화 속 숨은 인문 찾기 -

박세현

2021-12-30

장르문화 속 인문찾기는? 흔히 웹툰, 웹소설, 만화, 게임 같은 장르와 이들 장르가 사용하는  맨스, 추리, SF, 스릴러, 무협, 코미디같은 패턴 등을 아울러 ‘장르문화’라고 부른다. 이상한 것은 이들 ‘장르문화’가 점점 큰 인기를 얻고 산업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아직 예술작품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교과서, 언론 등에서도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점이다.  이에 이미 일상과 문화 곳곳에 깊숙이 파고든 다양한 장르문화 콘텐츠들과 그 속에 숨어있던 인문적 가치와 요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새롭게 발굴해 함께 나눠보려고 한다.


동굴 선사학자 마르크 아제마는 “쇼베 동굴 벽화를 그린 크로마뇽인은 최초의 호모 시네마토그래픽스, 움직임을 그려내는 인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태초의 인간은 정지된 화면을 그린 화가가 아니라,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한 최초의 만화가였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태초에는 회화가 아니라 만화가 먼저 있었다….



만화에도 미학이 있다고?



“내가 변기를 갤러이에 갖다 놓으면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원래 나의 꿈은 만화가였어.” 작품제목: 샘 / 마르셀 뒤샹

(그림 출처: 손영오)



대체 만화에도 예술성이 있는가? 아니, 그냥 읽고 보고 버리면 되는 게 만화인데, 대체 만화도 미학을 따져가면서 봐야 하는가? 솔직히 만화에서 미학과 예술성을 찾는다 것 자체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괜히 만화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만화는 재밌지만, 만화 비평은 재미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만화도 역사와 이론을 알고 보면 또 다른 각도의 재미와 만화 예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사실 만화는 미술에 적잖은 빚을 지고 있으며, 반대로 현대 미술은 만화에 빚을 지고 있다. 원시 시대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만화 같은 그림을 그려 왔고, 많은 작품들이 만화적 요소를 띠고 있다. 심지어 만화가를 꿈꾼 위대한 예술가도 많았다. 그중의 한 명이 바로 다다이스트(dadaist: 예술적 전통을 부정한 예술가)이면서 예술계의 이단자였던 마르셀 뒤샹이다. 이 글은 우리가 흔히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만화를 조금 색다르게 보고, 조금 깊이 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예술 이론을 담았다. 쉽게 보고 즐기기만 했던 오락 문화인 만화에도 이처럼 심오한 이야기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태초에는 만화가 먼저 있었다!



“우리가 바로 최초의 만화가지!”

(그림 출처: 손영오)



미술이 그렇듯, 만화의 기원을 찾는 일은 1만 5천 년 전의 프랑스 남부 라스코 동굴 벽화와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동굴 벽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식(祭式: 하늘을 섬기는 의식)과 자연 숭배, 그리고 수렵 생활을 묘사했던 원시인들에게 그림을 그릴 캔버스는 당연히 그들이 거주하는 동굴의 벽이었다. 라스코 동굴과 알타미라 동굴에 그려진 소, 말 등 가축들 그림에서 만화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 동남부 아르데슈에서 발견된 3만 5천 년 전의 쇼베 동굴 벽화는 훨씬 더 만화적이다. 참고로 쇼베 동굴은 라스코나 알타미라 동굴보다 1만~1만 5천년 이전의 것이다.


1994년에 발견된 이 쇼베 동굴 벽화에 그려진 동물 그림에는 앞뒤 동물들의 거리감과 원근감이 표현되어 있으며, 달리는 짐승의 다리와 뿔 등은 여럿 겹치게 그려 애니메이션 기법이 적용됐다. 사실 원근법은 16세기 초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고, 움직이는 사물의 동적인 표현은 20세기 미래주의 화가들에 의해서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쇼베 동굴 벽화를 그린 인류의 조상들은 시대를 초월했던 존재들인 셈이다. 쇼베 동굴을 조사한 동굴 선사학자 마르크 아제마(Marc Azéma, 1967~)는 “쇼베 동굴 벽화를 그린 크로마뇽인은 최초의 호모 시네마토그래픽스, 움직임을 그려 내는 인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태초의 인간은 정지된 화면을 그린 화가가 아니라,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한 최초의 만화가였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태초에는 회화가 아니라 만화가 먼저 있었다.



스토리를 가진 알레고리 예술로서의 만화



“결국 대중문화의 성패는 누가 더 알기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하느냐에 달려 있지.” 신화, 우화, 전설, 소설, 영화, 만화 / 발터 벤야민

(그림 출처: 손영오)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알레고리는 초월적이고 추상적인 상징보다 사물들의 무상성에 대한 통찰과 이들을 영원으로 구원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표출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알레고리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와 교훈, 욕망, 현실, 고통, 희망 등을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해 내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화, 우화, 전설 등이 알레고리 예술 장르였다면, 대중문화 시대에서 알레고리 예술 장르는 소설, 영화, 만화 등이다.


정지된 이미지로 창작된 회화는 추상적 개념 상징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만화는 회화의 표현미와 소설의 이야기, 영화의 연출미가 결합된 스토리를 가진 최고의 알레고리 예술이다. 같은 시각 예술이지만 회화와 만화는 결을 달리한다. 가장 큰 차이는 만화에는 스토리 즉 내러티브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상징이 가득한 회화가 해석적 범주에 속한다면, 알레고리로서 만화는 이야기 범주에 속한다. 다시 말해, 회화는 그림 속의 대상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인식과 감상의 관건이었지만, 만화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를 결정한다. 이 알레고리의 내용, 구조, 종류에 따라 그 작품의 장르가 결정된다.



만화,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 더 충실한



만화 속 주인공을 대리 체험, 감정 이입하고 있는 독자 모습

(그림 출처: 손영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행동 이야기론은 캐릭터와 사건 전개, 스토리를 기본으로 하는 서사 장르인 소설, 영화, 연극 등을 비롯하여 만화에도 중요한 이론이다. 기승전결이라는 구조와 그 구조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플롯, 그리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대변하는 캐릭터들, 캐릭터들 간의 갈등과 대립 관계 등은 결국 관객들이 작품을 향유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극대치인 카타르시스는 플롯의 반전, 고통의 강도, 비극적 서사, 스펙터클에 기인한다. 이 모든 요소를 갖춘 만화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 예술로 간주한 회화보다 종합적인 시각 예술 장르다.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극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만 아니라,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라는 대목이다. 풀이하면, 극의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주인공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우리 관객도 그대로 느끼면서 감정 이입을 한다는 것이다.


여타 예술 장르도 그렇겠지만, 만화는 독자들에게 대리 체험, 감정 이입, 캐릭터 동일시를 극명하게, 그것도 시각적으로 충족해 주는 대중 예술이다. 그래서 어쩌면 만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가장 충실한 대중 예술이 아닐까 한다. 예컨대 우리는 액션 히어로 만화에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히어로에게 무한 동경은 물론, 그 히어로가 악을 응징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동화된다. 이처럼 만화는 상상이 현실을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그것도 다수가 아닌, 작가 혼자서 이야기, 캐릭터, 세계관 등을 모두 만들어 내는 종합 예술이다. 그런 점에서 만화가는 한 세계의 창조주로서 신과 다름없다.



신화의 영웅 vs 만화의 영웅



“내 아버지는 신의 제왕 제우스야!” “어? 내 아버지도 제우슨데, 누가 형이야?” “내 아버지는 크립톤 행성의 조엘이야!” “내 친아버지는 만화에 안 나와!”

(그림 출처: 손영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전형화는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을 통해 이뤄졌다. 매혹적인 뮤즈이면서 팜므파탈인 아프로디테 비너스, 여전사 아르테미스, 중상모략가 아테나, 냉소적이지만 여성 가장인 헤라, 이성적 반역자 아폴로, 방탕자 디오니소스, 독재자 제우스 등. 너무도 인간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없었다면 셰익스피어도, 막장 드라마도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캐릭터의 전형화도 (역시)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영웅 캐릭터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을 언급했는데, “비극과 서사시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들보다 훌륭한 인물을 표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인공은 결국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과 같은 인간 영웅을 의미한다. 헤라클레스,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페르세우스, 파리스 등 말이다. 신과 달리 인간 영웅은 거역할 수 없는 신탁(神託: 신이 인간에게 주는 응답)과 죽음에 맞서 고통을 이겨 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만큼 남과 다른 능력이 영웅 캐릭터에 부여되는 것이다.


신화 속 인간 영웅은 대부분 태생적으로 선택받은 자들이었다. 진정한 영웅은 고귀한 혈통이나 신성한 잉태를 통해 이미 예정되어 있거나 우월한 유전적 계급론를 지녀야 한다는 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었다. 영웅의 신성화에는 명분과 실리, 그리고 당위성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만화 속 영웅 캐릭터는 의외로 평범한 출생 신분을 갖고 있거나, 계급적으로 하찮은 존재이거나, 고귀한 계급이었지만 비극적 운명에 의해 버려지거나, 성격적으로 소심한 데다 심지어 버려져도 그 누구에게도 아쉬운 존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웹툰이 원작인 〈스위트홈〉의 현수,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은 지나치게 소심하고 평범하거나 학교나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서서히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렇듯 만화 속에서 평범했던 캐릭터는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끝내 과업을 완수하면서 현실적 영웅이 된다. 독자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하고 대리 만족과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영화와 만화를 보는 ‘진짜 재미’다.



만화에도 기호학이 있다고?!



태초에 여호와가 기호가 있어라 하니, 기호가 생겼다! “너는 오늘부터 아담이 아니라 기호니라!” “그럼 이브도 기호로 만들어 주실 거예요?”

(그림 출처: 손영오)



사실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다 기호다. 돈, 신호등, 말, 광고, 노래, 달력, 책, 대화, 주역, 타로, 화투… 심지어 아침마다 보는 똥까지도. 그래서 기호학은 인간이 생활하고 다루는 모든 상징체의 구조와 그것이 재현하는 사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기호학은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의 기표(記標)와 기의(記意)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사실 기호학은 이미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철학자와 중세 그리스도 신학자들에게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신화와 철학, 그리고 기하학을 통해서, 중세 시대에는 종교 회화 즉 성화를 통해서말이다.


특히 중세 시대에 동로마 제국을 중심으로 대중적으로 퍼진 성화(聖畵) 와 성상(聖像)을 이콘(icon), 도상이라고 한다. 이런 이콘에는 종교적 상징과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데, 이처럼 이콘 속 등장인물의 표정과 자세, 사물의 의미, 동작과 구도의 표현 기법, 표현된 색과 선의 특징 등을 분석하는 학문을 도상학((圖像學, Iconography)이라고 한다. 이 중세 도상학은 기호학의 기초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언어기호학, 시각기호학, 건축기호학, 음악기호학, 텍스트기호학, 연극기호학, 영화기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마다 각자의 기호학을 보유하고 있다.


기호학의 연구는 세 가지 관점에서 논의된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언어에서 사용하는 기호는 무엇이며, 이 언어는 어떠한 의미 구조를 만들어 내는가이다. 그래서 예술 장르마다 각자가 표현하는 언어의 기호가 다르다. 영화에는 영상 연출, 대사, 배우, 음향 효과가 기호라면, 음악은 박자, 리듬, 멜로디가, 문학은 텍스트, 문법 구조, 단어가, 회화는 선과 색, 구도가, 사진은 빛과 형태, 구도가, 건축에는 양식, 재료, 구조가, 연극에는 대사, 배우가 기호가 된다.


마찬가지로 만화에도 기호가 존재한다.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 만화는 여타 예술보다 훨씬 다양한 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기호들의 의미도 매우 복잡하다. 대사, 말풍선, 의성어, 의태어, 칸, 선, 점, 색, 면, 지문 등이 만화 기호다. 만화 기호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 그리고 그림 연출로써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화는 영화, 문학, 음악, 회화, 연극, 건축, 사진 등 모든 예술의 특징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에 다가서게 된다.


만화기호학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와 피에르 프레노 드뤼엘(Pierre Fresnault-Deruelle, 1943~) 등 유럽의 기호학자들이 이미지 기호학를 분석하기 위해 만화를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기호학자들에게 만화의 칸, 면, 장르, 글과 문자의 조합, 말풍선, 지문과 대사의 관계, 만화 담론, 영화적 연출 등은 회화와는 또 다른 이미지 기호학에 속했다. 이에 비로소 만화가 오락 예술을 넘어서 기호학 예술의 하나로 분류됐고, 이를 이론화하는 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시각 예술의 한 장르로서 만화는 회화처럼 조형심리학을 기본으로 하지만, 어쩌면 회화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호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재미난 점은 만화를 읽고 보기 위해서 우리가 만화기호학을 따로 배우지 않다는 데 있다. 만화도 보기 전에 만화기호학부터 배워야 한다면, 만화를 보겠는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웹툰



디지털 시대에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OTT 기반의 VOD,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웹소설, SNS에 연재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그리고 웹툰이다. 특히 웹툰은 2004년 네이버가 처음 사용한 뒤 디지털 시대의 만화를 대신하는 용어가 되었으며 우리나라가 만든 최초의 디지털 만화의 이름이 되었다. 만화는 1990년대 후반 IT 붐이 일면서 온라인 만화 혹은 디지털 만화로 불렸지만, 데이터 포맷만 종이 버전에서 디지털 버전으로 바뀌었을 뿐 만화의 뷰어 형태는 여전히 출판 만화의 면과 칸으로 구성된 페이지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2003년 포털 사이트 미디어다음이 ‘만화 속 세상’ 에 강풀의 〈순정만화〉를 연재하면서 웹툰의 서막을 열어 놓았다가, 2004년 네이버가 ‘네이버웹툰’이라는 웹툰 플랫폼을 본격화하면서 웹툰이 매일 연재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만화라는 용어보다 더 친숙하고 대중화되었다. 결국 웹툰은 ‘인터넷과 스마트 디바이스 환경에 맞춰진 디지털 만화’를 의미하며,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원천 콘텐츠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태생적으로 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발전한 웹툰은 만화와 다른 유형을 보인다. 먼저, 만화가 면과 칸을 통해서 지그재그 형의 독법을 따른다면, 웹툰은 컴퓨터 모니터와 디지털 디바이스 뷰어의 특성에 맞게 가로가 아닌 세로 스크롤의 무한 증식을 활용한다. 다만, 세로 스크롤의 단점은 출판 만화처럼 가로로 긴 와이드 컷 연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출판 만화는 가로로 책을 넘겨서 읽었다면, 웹툰은 세로로 터치를 하면서 읽는 리터러시 방식을 택한다. 최근 들어 카드뉴스 형태의 가로 웹툰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웹툰의 한 형태로 컷툰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웹툰에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영화나 사진처럼 360도 파노라마로 웹툰 속 이미지를 볼 수 있고, 이름을 입력하면 웹툰 속 등장인물의 말풍선에 유저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증강 현실과 다양한 소리와 움직임을 보여 주는 효과 등뿐만 아니라 유저의 터치를 감지하고 떨림을 보여 주는 햅틱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제 웹툰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한다는 것이 적확할 정도로 창작과 향유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이런 신기술도 중요하지만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 웹툰의 진짜 가치는 여전히 스토리의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에 달려 있다. 웹툰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디지털 전환을 새롭게 이뤄낼지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문학, 음악, 건축, 영화, 사진, 연극 등 예술의 다양한 특성을 함축하고 있는 만화는 종합 예술 가운데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만화는 따분한 천국보다 재미난 지옥이 아닐까!



[장르문화 속 인문 찾기] 인문학을 통하면 더 많이, 더 잘 보이는 만화의 세계

- 지난 글: [장르문화 속 인문 찾기] 영웅은 더 이상 그냥 퇴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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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 작가 사진
박세현

만화평론가. 만화문화연구소 엇지 소장.
철학과에서 미학과 미술 이론을 공부했으며, 상명대학교 만화영상학과에서 석사 학위, 세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명대학교와 공주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학과 예술사, 만화미학과 만화비평을 가르쳤으며, 현재 만화문화연구소 ‘엇지’ 소장과 만화이론가로 활동하면서, 경기대학교에서 대중문화와 교양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캐리커처의 역사』 『미술 속 만화 만화 속 미술』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 『만화가 사랑한 미술』 『만화로 교양하라』 『이원복』 『세기말의 그림은 악의 꽃이었다』 『만화미학 아는 척하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미학 아는 척하기』와 프랑스 그래픽 노블 『피노키오』가 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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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사진 이미지

변**

2022-01-08

감사합니다.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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