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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널 : 마을의 세 가지 분석

양용기

2017-06-16

마을의 세 가지 분석

 

‘마을(Thorp)’이라는 의미는 늘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그곳은 추억의 시작이며, 가장 순수한 영역으로 우리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최소한 골목 세대에게는 그렇다. 마을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동일한 목적을 갖고 형성되었다. 농촌, 어촌 그리고 산촌과 같이 말이다. 마을을 도시의 발달에 합류시켜 도시의 종류와 크기를 인간의 성장기와 비교하여 구분한다면, 어린아이와 같은 시간대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은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연스러운 영역이다. 마을의 원조는 동굴이라고 볼 수 있다. 동굴은 인간이 자연과 맹수로부터 보호받기 위하여 초기에 집단으로 생활한 곳이다. 도구의 발달과 불의 발견으로 동굴을 나와 생활한 곳이 마을의 초기 형태이다.

 

카메룬의 마을 형태

▲ 카메룬의 마을 형태 ©『Die Geschichte der Stadt』 Leonardo Benevolo 지음, Campus Verlag

 

지금도 카메룬에 가면 이러한 초기 마을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이 마을의 형태를 살펴보면, 지름 30미터 정도의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하나의 출입구 주변에 남자들의 숙소가 위치하고 경계선을 따라 여자들의 숙소가 배치되어 있다. 추장의 숙소는 곡물창고와 가까이 있는 외부로부터 가장 먼 위치인 중앙에 놓여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자들의 숙소마다 부엌이 배치되어 있으며 소규모의 곡물창고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 형태가 단순한 구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카메룬의 마을 형태 입면

▲ 카메룬의 마을 형태 입면 ©『Die Geschichte der Stadt』 Leonardo Benevolo 지음, Campus Verlag

 

마을이 갖는 의미는 각기 다르다. 마을은 구성원 간의 공통의 목적 아래 형성되지만, 추가적으로 더 많은 추상적 요소들이 자연 발생된다. 이를 바탕으로 마을을 물리적(Physical), 실효적(Effectual) 그리고 연상적(Associative) 의미로 구분한다. 물리적(Physical)인 의미는 마을의 규모를 말한다. 마을 위치를 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자연적 조건이다. 앞에서 예로 든 카메룬처럼 평지에는 울타리가 필수적이다. 울타리는 규모를 나타내는 역할도 하지만 마을 형성의 주 목적인 방어적 기능이 더 강하다. 평지는 지평선과의 관계가 중요 요소로 작용하며, 울타리는 맹수나 다른 마을의 공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한다. 울타리는 영역에 대한 메시지가 강하다. 공동체의 조직적인 구성을 위한 기본 틀이 될 수 있으며, 마을 내 각 영역의 세분화를 위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초기 마을 형성은 단순한 의도로 만들어졌으며 가족적인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질서를 부여받고 이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마을의 규모가 커지게 되며, 상하관계의 필요성에 의해 영역을 구분하는 울타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처럼 산악지대가 많은 경우는 주변의 지형이 울타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초기 마을의 형태이다. 그래서 농촌이나 산촌의 마을은 골짜기에서 시작한다. 주변의 자연환경이 자연스럽게 타 지역과 시각적 그리고 영역별로 구분되며 마을의 확장은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이러한 지형적 확장이 평지에서는 중앙을 기준으로 균등하게 확대되는 반면 골짜기 마을은 산세 지형을 따라 확장되기에 그 분포가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어촌의 경우 분포기준이 해변이므로 이 선을 따라 마을이 분포된다. 그 시대의 욕구와 생활패턴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마을은 점차 발달되면서 기능이 추가되어 도시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 어촌 마을

▲ 신석기 시대 어촌 마을

 

실효적(Effectual) 의미로서 마을은 삶의 시작, 곧 심리적인 의미이다. 육체적인 고향이 부모라면 영역적인 고향은 마을이다. 마을을 구성하는 요소가 바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 울타리인데 이 울타리의 추상적인 상징이 ‘울’의 의미, ‘우리’이다. 인간은 다른 생물체에 비해 육체적 단점이 많아 공동체적인 생활 방식을 통해 그 단점을 보완하려는 욕구가 있다. 사회계약론의 대표적 인물인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는 인간에게 자기애와 자비심이 있다고 믿는다. 마을과 도시를 기능적 면이 아니고 인간의 필요성에 기초하여 분석해 본다면 마을은 자기애가 강하고 도시는 자비심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자기애는 자연법에 더 가깝다. 또한 자비심은 자기애에 근거한 이익을 위한 필요이다. 울타리라는 개념은 마음의 경계선이다. 심리적으로 마지막 울타리를 의미하는 영역은 도시보다는 마을이 더 강하다. 자기애의 발상지는 바로 부모이다. 그래서 우리는 명절이 되면 부모가 계신 곳으로 가고 싶어 하고 타향에서 지치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바로 마지막 동류(Nos semblables)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찾는 것이다. 고향이라는 장소의 연상적인 영역으로 마을을 떠올리는 것은 바로 그곳에 연상할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잠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쉼터를 마을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상적(Associative) 의미로 마을은 전례에 대한 기억이다. 이러한 예로 독일의 도시계획을 들 수 있다. 독일의 도시계획에는 도시에서 마을을 떠올리는 전례적인 상징적 요소를 간직하려는 의도가 담겨있고, 도시를 마을과 같이 과거 그대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대부분의 독일 도시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고향의 개념을 갖게 하는 마을 시스템을 유지하려 한다. 이는 거대한 대지 규모 때문에 자율적으로 마을의 변화를 주지 못하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 독일의 자동차 번호판은 그 도시의 이름 첫 알파벳을 갖고 있어 자동차의 번호판을 보면 고향마을에 대한 전례를 떠올리는 연상이 가능하다. 마을이라는 이름 그 자체는 그 어느 영역보다 연상적 전례로 삼을 만한 상징이 많은 곳이다. 평화롭고 안정감을 찾는 지역이 있다면 아마도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전례적 상징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상징으로는 지역의 입구, 다양한 골목길 그리고 무엇보다 마을 구성의 원천이 되는 ‘이웃’이라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마을에 대한 의미를 3가지로 분석했지만 마을은 지역적인 의미 그 이상을 갖고 있다. 요즘의 아파트 세대에겐 마을의 의미가 다를 것이다. 나는 그들이 마을 이름 속에 담겨있는 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도시속 빌딩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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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용기
양용기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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