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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기 와 있는, 책의 미래

책, 오래된 미래에서 새로운 미래로

표정훈

2019-08-05

오래된 책들

 

 

종이를 여러 겹으로 겹쳐서 접지 부분을 묶어 몸체를 만들고, 몸체 뒷면과 표지를 커버로 보호하는 형태의 책, 그러니까 ‘코덱스(codex)’는 기원후 5~6세기 경 일반화되었다. 그 전까지는 두루마리 책이 일반적이었다. 코덱스가 대중화된 후,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이 있기는 했지만 책의 형태와 기본 구조는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다. 책을 접한 적 있는 6세기 서양인이 오늘날 책을 본다면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랄지도 모른다.


‘겉표지를 제외하고 최소 49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된 비정기간행물’. 1964년 유네스코가 발표한 ‘서적 및 정기 간행물 통계의 국제적 통일화에 관한 권고’에 나오는 책의 정의다. 한 나라가 일 년에 출판하는 도서의 양을 집계할 때 광고나 설명서 같은 팸플릿을 제외하기 위해 마련한 권고 기준이다. 1964년에 발표된 기준이기에 이후 진행된 출판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겉표지를 제외하고’라는 표현에서 이 기준이 종이책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리로 듣는 책, 그러니까 오디오북이라면 표지 개념도 페이지 개념도 모호하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2013년 20억 달러에서 2016년 35억 달러로 연평균 20.5%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통적인 종이책 시장이 1.9%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절대 규모에서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청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동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북은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동시에 운전이나 운동, 집안일 등을 병행할 수 있다. 종이책 읽기와 번갈아 할 수도 있다. 음성 콘텐츠는 평소 문자 콘텐츠인 책을 멀리한 사람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다보니, 새로운 독서 인구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kindle 여러 기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이북 콘텐츠


 

디지털·온라인·모바일로 대표되는 IT·네트워크 기술 발달에 따라 책도 변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 일반 단행본 전자책 매출은 1,82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7년 1,400억 원 대비 약 30% 상승한 규모다. 2017년 우리나라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도 이미 출판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출판과 교육 출판을 중심으로 이 기술이 결합된 종이책들이 드물지 않다.


종이책을 구매하면 그 일부는 전자책으로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종이책을 디지털로 읽게 해주는 앱 서비스, 기성 작가나 일반인을 포함한 신인 작가가 이야기를 채팅 형식으로 공유하는 스토리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콘텐츠를 쉽게 제작하고 그것을 주문 형 인쇄(POD) 방식으로 종이책으로 만들어 발송해주는 서비스 등. 전통적인 종이책의 콘텐츠, 제작, 유통 등과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종이책과 융합된 서비스들이기도 하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지금의 책



이러한 서비스들을 출판이라고 볼 수 있는가? 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킬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책의 개념을 지킬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과학소설(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유명한 말이다. 책의 새로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더구나 빠르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종이책과 새로운 책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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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
표정훈

작가, 출판칼럼니스트.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책·독서·출판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특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강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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