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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공간

훌륭한 건축가는 건축이 인간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양용기

2017-08-03


도시라는 개념이 구체화된 것은 산업화 이후이다. 우리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도시가 발전하면서 ‘스프롤(Sprawl) 현상(도시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주변으로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현상)’으로 인해 인간이 도시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화로 인해 인류의 삶은 윤택하게 개선었지만, 한편으로는 환경 파괴, 인간성 상실에 의한 범죄율 증가,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사회갈등과 같은 문제들도 껴안게 되었다. 그 바탕에는 우리의 삶이 점차 타의에 영향을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농경사회처럼 계절에 따라 작업 시기를 맞추다가 산업화의 시계를 따르다 보니 삶의 스케줄이 다른 시스템의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큰 이슈로 등장했고, 모든 전문분야와 더불어 건축에서도 해결책을 하나 둘 제시하고 있다.


빌딩이 늘어선 도시

▲ 빌딩이 늘어선 도시


도시의 구성 조건은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특별한 기능에 의하여 발생되었다는 점이다. 이 기능을 영역별로 나누면 개인(주거) 영역과 산업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도로’이다. 도시에서 도로는 굉장히 중요하다. 비록 도로가 경계선으로 작용하지만 이 두 영역이 시각적으로 만나는 것은 좋은 도시의 형태가 아니다. 르꼬르비제는 인구 집중화에서 오는 도시 영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300만 인구를 위한 ‘빛나는 도시’라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 두 영역 틀로 사이에 휴식공간으로써 녹지를 더한다. 이 도시를 위한 휴식 공간은 3가지 구분하는데 물리적 영역(Rest), 심리적 영역(Repose) 그리고 정신적 영역(Experience)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역들은 개인적 공간, 공적 공간, 휴식 공간으로 다시 나뉜다. 이중 개인적 공간과 공적 공간은 스프롤 현상으로 확장되지만 휴식공간은 오히려 다른 영역에 의해 감소되기에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한다. 


 물리적 영역으로서 휴식 공간의 취지는 바로 제로 영역, 제로 시간 그리고 제로 계획이다. 숫자로 말하면 ±0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어디에나 속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비무장지대 같은 ‘비 기능 영역’이 되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완충영역’이라 부르기도 한다. 좋은 도시일수록 이러한 영역을 갖고 있다. 공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영역이 하는 기능이 바로 도시의 휴식 공간이다. 로마에는 Villa Doria Pamphili, 뉴욕에는 Central Park 그리고 런던에는 Hyde Park 등이 있다. 공원이 계획적으로 등장한 것은 근대시대로, 프랑스식 정원과 영국식 정원 등이 있다. 공원이 갖춰야 하는 요건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영역으로부터의 시각, 청각, 물리적 분리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휴식 공간으로서 올바른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다.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서울로 7017’이다.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아이디어는 참으로 좋은 발상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분리 조건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이와 유사한 뉴욕의 The High Line이다.

서울로 7017 모습


뉴욕에 위치한 The High Line 모습

1. 서울로 7017 모습 ©Keneckert / 2. 뉴욕에 위치한 The High Line 모습 ©David Shankbone_flickr.com

 

시각적 영역이 물리적으로 분리 되어야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만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건축 공간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택 같은 경우 개인 공간인 방(Room)과 준 개인 공간인 화장실 등이 있고 공용 공간으로 거실을 만드는데, 이 공간을 다른 공간에 비해 더 신경쓰는 이유는 바로 휴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실 같은 경우 큰 유리벽을 설치하며 이를 ‘Picture Window’라고 부른다. 이는 공간에 각기 다른 물리적 느낌을 연출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Picture Window를 통하여 좋은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요즘은 대형 TV를 Picture Window처럼 사용하도록 제조하고 있다. 물리적 영역은 인간을 위한 휴식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연 동식물에게는 녹지로서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녹지는 반드시 연결되어 있어야만 인간과 동식물에게 가치가 있다.


공원 전경

▲ 공원 전경


심리적 공간으로서 휴식과 유사한 요소는 바로 고요함이다. 고요는 ‘적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규칙적인 어떤 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휴식공간은 타 영역과 청각적으로 분리 되도록 시도한다. 공원의 경우 경계선으로 숲이나 울타리를 조성하여 방음벽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자연의 소리나 분수 등을 이용하여 소리를 중화하기도 한다. 소리는 집중을 유도하기 때문에 휴식 공간에서 소리는 중요한 요소이다. 휴식 공간의 사용자들이 스스로 시각적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건축 공간에도 적용이 된다. 공간을 배치할 때 이러한 공간들은 다른 공간 사이에 두거나 층 배치를 다르게 하여 보호한다. 중정을 설치하여 외부 공간으로부터 분리하거나,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처럼 수공간을 큰 유리벽 앞에 두어 벽의 개념을 잘 활용하기도 한다.

정신적 영역으로서 휴식 공간은 경험이다. 윌리엄 W. 카우텔은 공간의 경험 방법으로 육체, 감성 그리고 지성을 소개했다. 육체적 경험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며 가장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 감성적인 경험은 상식을 동반하는 경험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또는 음악회 같은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얻는 휴식을 말한다. 지성적 경험은 지식을 요구하는 경험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통한 휴식의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다. 이렇게 세가지를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나 공간을 제공하여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기본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휴식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에서 출발한다. 훌륭한 건축가는 물리적 방법을 통해서만 작업하지 않는다. 건축이 인간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공간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의도적인 휴식을 얻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어 작업한다. 그것이 바로 완충 영역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제로 영역’이다.


도시속 빌딩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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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용기
양용기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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