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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2022-08-29

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저, 민은경 옮김/문학동네/2022년/14,000원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대표작인 『사랑의 역사』(2005),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위대한 집』(2010), 그리고 최근작 『어두운 숲』(2017)에 이르기까지 예리한 지성과 섬세한 감성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남자가 된다는 것』(2020)이 출간되었다.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근 20년간 작가가 여러 지면에 발표했거나 새로 집필한 소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어린 소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여러 국면에 놓인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 폭력과 권력, 사랑과 정체성 등 인간의 가장 복잡하면서도 본질적인 속성들을 독창적인 화법과 시각으로 탐구한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뒤얽힌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술 방식을 추구했던 장편소설에 비해 이 책에 실린 단편의 서사 구조는 보다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암시와 함의가 밀도 있게 담긴 정갈하고 시적인 문장들은 반복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며 독자의 적극적인 읽기를 유도한다. 또한 기존 장편이 대체로 등장인물의 특수하고 사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 소설집에는 좀더 역사적, 시대적 산물로서의 개인들, 현실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 시절 저명한 조경사의 조수로 일했던 경험을 회고하는 「정원에서」나, 명시되지 않은 재난으로 인해 난민 수용소에서 배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음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아무르」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을 경고하며 모든 시민에게 가스마스크를 배급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미래의 응급 사태」는 약 20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 중 하나는 모든 단편이 저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 단편의 집필 시기에 시간차가 있음에도 마치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읽힐 만큼 긴밀한 구성력과 조직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가로서 거쳐온 사유의 흐름과 변화를 개괄하는 동시에 작품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은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을 사랑해온 기존 독자들뿐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남자가 된다는 것』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첫 번째 책을 펴낸 스물다섯 살 때부터 이미 ‘문학의 신동’으로 불렸던 니콜 크라우스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남자가 된다는 것 TO BE A MAN』. <미래의 응급 사태>를 포함해 총 여덟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맨 앞의 수록작은 이제 십대 아이를 둔 화자가 삼십여 년 전 자신이 그 나이 때 스위스의 하숙집에서 만났던 언니를 떠올리며 뒤늦게 깨달은 삶의 불온성과 매혹에 대해 말하는 <스위스>. 어떤 사람을 만난 지 반평생이 지난 후에도 그 만남이 “무르익어 터지며 온전히 실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명징하게 보여주는 단편소설이 또 있을까.


 조금 어려운 선택이긴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한 편만 언급해야 한다면 지금은 아무래도 현재 상황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미래의 응급 사태>를 고를 것이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모든 주민은 지역 배급소에서 가스마스크를 보급 받아 가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가스마스크를 왜 써야 하고, 그런 자기 보호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관리자들은 말해주지 않는다. 가스마스크라는 이 중요한 사물은 한 젊은 지식인 부부, 안정된 평균에 가깝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다 읽고 나면 나면 요즘 우리가 상시 착용하다시피 하는 ‘마스크’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될지 모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산책길에서 가스마스크를 쓴 행인을 보며 화자가 하는 진술만으로도 이 소설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니콜 크라우스가 이 단편을 발표한 건 거의 이십여 년 전인데도.


 풍부하면서도 사색적인 문장을 곱씹어보고 싶어서 표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남자가 된다는 것>까지, 단숨에 달리듯 읽고 싶지 않은 책이다. 남성과 여성, 사랑과 폭력,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아주 작은 일에서 불가해한 생의 상처와 부조리를 보는 작가의 눈에 조용히 감탄한다. 무엇보다 이 첫 소설집을 공기처럼 가득 채운 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 하는, 본질적이나 잊기 쉬운 질문이다.


 

 

▶ 추천사: 조경란, 소설가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8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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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

현대 소설가
1974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마셜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서머빌 칼리지와 코톨드 예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첫 장편소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05년에 발표한 『사랑의 역사』는 오렌지상(2006)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고 윌리엄 사로얀 국제 집필상(2008)을 수상했다. 니콜 크라우스는 2007년 문학잡지 〈그란타〉가 10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뽑혔고, 2010년에는 〈뉴요커〉 선정 주목할 만한 ‘40세 이하의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위대한 집』(2010)은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와 오렌지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애니스필드-울프 도서상을 수상했다. 2017년 네번째 장편소설 『어두운 숲』을, 2020년 여성성과 남성성, 폭력과 권력, 사랑과 정체성 등 인간의 가장 복잡하면서도 본질적인 속성들을 깊고 대담하게 탐구한 첫번째 소설집 『남자가 된다는 것』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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