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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대는 없다

신진욱

2022-07-04

그런 세대는 없다, 신진욱 지음

신진욱 지음/개마고원/2022년/20,000원


 

문제는 ‘세대 간 불평등’이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다!

역대 그 어떤 선거와도 달리, 유독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온갖 ‘세대’가 호출되고 수다한 ‘세대담론’이 쏟아졌다. 이는 물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그중 특히 많이 불려나온 두 특정 세대(586/86 ‘기성세대’, 2030/MZ ‘청년세대’)는 서로 뒤얽히면서 ‘운빨 좋은 기성세대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그에 희생되는 청년세대’ 같은 유의 프레임까지 만들어졌다. 관련한 언론 기사 제목들만 봐도「불평등사회, 86세대에 책임을 묻다」「86세대 기득권 이제 양보해야 할 때」「586과 민노총 결탁, 젊은 세대 비정규직 내몰아」「청년들 힘든 삶에 책임지지 않는 586세대의 위선」「민주화세대, 86세대의 집합적 부도덕과 윤리 파탄」… 대개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끼여 스물네 살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스물세 살 알바생 이선호씨가 사망했을 때, 이런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에 대해 우리가 그 책임을 ‘기성세대’에게 묻게 되는 건 자연스런 수순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세대담론의 가해-피해 대립항은 뭔가 이상하다. 김용균씨의 어머니도 노동자이며, 이선호씨의 아버지도 아들과 같은 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로, 이들이 이른바 그 기성세대 아닌가. 한국의 산재사망자는 해마다 2000명을 웃도는데, 그 70%가 나이 50대 이상의 노동자로, 바로 그 기성세대다. 최악의 산재사망률을 보이는 한국의 현실이 특정 세대만의 고통이 아닐진대, 그렇게 세대불평등론으로 불려나오는 순간 중년과 노년의 마찬가지 고통은 주목되고 포착되어야 할 삶의 현실에서 배제되고 만다..


 『그런 세대는 없다』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세상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여럿이다. 국적, 인종, 젠더, 연령, 거주지, 주거 형태, 종교, 언어, 교육 정도, 직업, 자산규모... 그런 기준에 따라 위아래가 구별되고 차이가 차별로 바뀐다. 오늘날의 한국사회에도 다양한 기준에 의한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득권 기성세대와 희생자 청년세대 사이의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도드라졌다. 이 책은 세대 ‘간’ 불평등 논의가 희미하게 만드는 세대 ‘내’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50대 안에도 무주택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30대에 속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며 자산소득으로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세대 안에도 학력, 직업, 자산규모, 주거지역, 성별, 주택 소유 여부, 가치와 이념 등 다양한 기준이 교차하면서 갖가지 방식으로 분화된 다양한 집단이 존재한다. 그런 세대 내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세대 불평등 담론은 정작 더 중요한 불평등의 차원을 지워버린다. “우리 사회가 ‘기성세대’라는 모호한 관념을 향해 비난하고 있는 동안, 청장년 세대 내의 불평등이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한 채로 계속 깊어져 간다.” 이 책은 세대 간 불평등의 진면목을 보려면 우리 사회의 ‘하이클래스’에 속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재산과 지위와 사회적 연결망을 은밀한 방식으로 물려주면서 어떻게 대를 이어 기득권을 유지하는가를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수저’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상층계급이 사회적 견제를 피해 우리 사회 내에 지배적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라고 귀뜸한다. 저자는 세대와 계급이라는 변수를 교차시켜 한국의 선거 정치를 설명하면서 한국 정치에도 점차 계급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음을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치 현상의 기저에서 작용하는 사회적 요인들의 다이내믹을 이해하게 된다.

 


 

▶ 추천사: 정수복, 사회학자/작가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7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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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사회학자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 2005년부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베를린자유대와 오스트리아 그라츠대에서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알렉산더 폰 훔볼트 펠로우, 한국사회정책학회 부회장, DAAD독일유럽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민주주의, 정치담론, 사회운동, 불평등과 복지정치 등의 연구 분야에서 10여 권의 저서와 70여 편의 논문을 출간했다. 주요 저서로 「한국의 근대화와 시민사회」, 「시민」,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공저), 「한국에서 불평등 심화와 그 영향」(공저),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공저) 등이 있다. 최근에는 불평등의 정치적 원인과 결과, 사회적 약자의 임파워먼트, 21세기 사회운동과 거버넌스 변화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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