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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정말 성공과 행복이 찾아올까요? (feat. 바버라 에런라이크)

-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

이진남

2023-01-13

우리는 어릴 적 소꿉놀이에서 ‘나는 왕자, 너는 공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배트맨처럼 망토를 두르면 배트맨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그것들이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수많은 거짓말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Q. ‘하면 된다!’ 이 소리는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입니다. 불굴의 의지로 난관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어낸 사람들이 늘 하는 말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이 말도 유명한 사람들이나 베스트셀러에서 흔히 나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전 쉽사리 긍정이 되지 않습니다. 

굳은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려고 해도 과거의 실패가 떠오르고, ‘또 안 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노력해도 안 될 것만 같습니다. 왜 저만 두렵고 왜 저만 부정적인 마음에 휩싸이는 걸까요?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쳐먹으면 정말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렇게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비법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태도

 

 

 

A. 긍정주의에 취하지 마세요.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눈 똑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하면 된다!' 의 정체

우리가 사는 2023년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질주하는 사회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정신없이 달려가는 상황에서 나 혼자 넋을 놓고 있으면 도태되고 무언가 얼빠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경쟁이 디폴트가 된 무한경쟁 사회에서 질주의 속도는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속도 경쟁에서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채찍은 ‘하면 된다!’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런데 이 ‘하면 된다!’라는 구호는 1970년대 시월유신과 새마을운동,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국가적으로 외쳤던 말이었습니다. 생산의 속도를 극대화하려는 이러한 국가적 구호는 소련의 스타하노프 운동, 북한의 천리마 운동과 같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엄청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그 노력의 대가는 누가 가져가는지는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나 사회주의 사회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면 된다!’를 외치는 자는 노동의 결과를 즐길 수 있는 마부였고, 그에 따라 앞으로 달려 나가는 자는 노동만 하고 결과에서 소외되는 말이었습니다.

 

경주하는 말들은 옆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립니다. 앞만 보고 치달리는 것이 경주마의 미덕이기 때문입니다. 경주마는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빨리 달리는 것에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풍요로운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은 ‘하면 된다!’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일반 시민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사사로운 이익이나 편안함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리 모두’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말이 마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이제는 경제적 격차뿐 아니라 교육적, 문화적 격차로 그 격차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면 된다!’에서 주어가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하면 된다!’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럼 이렇게 대답하세요. ‘됐네요!’

 

 

‘하면 된다!’에서 ‘하면 될까?’로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당신은 아마 이렇게 물어보실 겁니다. 전 이렇게 말합니다. 우선 덮어놓고 ‘하면 된다!’라고 외치는 긍정주의가 왜 문제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상과 현실이 왜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이해 위에서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찾아내야 합니다.

 

 

고민하는 모습

 

 

긍정주의는 왜 문제가 될까요? 긍정주의의 첫째 문제는 진실을 가리고 불의를 덮어버리는 데 있습니다. 긍정주의는 세상의 밝은 부분만 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앞의 ‘좋은 것’과 뒤의 ‘좋은 것’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미 없는 동어반복(tautology)이 되어버립니다. ‘A=A’와 같이 말이죠. 두 번째로, 이 ‘좋은 것’의 의미가 서로 다른 것이라고 본다면, 아마도 앞의 ‘좋은 것’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지나가는 것’ 혹은 ‘불의를 보고도 덮어버리는 것’이 될 것이고, 뒤의 ‘좋은 것’은 ‘불화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상태’나 ‘법의 심판을 모면하는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따라서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도록 놓아두어서도 안 됩니다.

 

둘째, 긍정주의는 우리를 의미 없이 소진시킵니다. 긍정주의의 배후에는 경쟁을 정당화하고 그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미화하는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각종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는 성공의 비결은 긍정적 마음을 갖고 빈틈없는 시간관리와 인맥관리를 주문합니다. 빈틈없는 자기관리와 계획에 따라 짜인 일정만을 살아야 합니다.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지루한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리는 전투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남겨지는 것은 너덜너덜한 멘탈, 번아웃, 우울증, 불안, 외로움 밖에 없습니다. 충전하려고 가는 여행도 전투적으로 치루고, 휴대폰에 남겨진 사진은 출퇴근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줍니다.

 

셋째, 긍정주의는 자발성을 강요합니다. ‘해야 한다’ 대신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같은 구호로 우리 모두를 한 방향으로 몰아갑니다. 규율에 대한 복종 대신 자발적으로 성과를 낼 것을 강요합니다.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의 말처럼,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하는 성과사회에서 우리 같은 성과주체는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자신을 착취합니다. 구조조정에서 해고된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는 자리에서도 남을 탓하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할 것을 강요합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한 스펙 쌓기 경쟁은 분명 남이 시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가 자기에게 강요하기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긍정주의는 기만적으로 우리의 뒤통수를 칩니다. 우리의 불안심리를 이용해서 불쾌한 현실에 눈을 감으라고 강요합니다. 긍정성이 객관적인 실재가 아닌데도 어떤 실체가 있는 것처럼 가장합니다. 논리적 오류도 서슴지 않고 이용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는 실험결과로부터 긍정적 감정을 품고 살면 스트레스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면역체계가 강화된다고 선전합니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전건부정의 오류입니다. 그런데도 긍정적 마음을 품고 기도하면 암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긍정주의는 모든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돌립니다. ‘긍정하라. 그리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말 뒤에는 ‘성공하지 못하면, 그 원인은 네가 충분히 긍정적 마인드로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거야.’라는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객관적 상황이나 여건, 환경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나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실패는 오롯이 나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됩니다. 스토아학파가 강조했던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도 여기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긍정주의는 위험합니다. 긍정주의는 현실에서 흐릿하게만 보이는 위험들을 무시하거나 가리기 때문에 위험을 키웁니다. 그래서 곪아 터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선장과 관련 공무원들이 그랬고,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괜찮겠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으니까.’ 이런 생각들이 드러나지 않은 위험(unknown risk)들을 깊숙하게 묻어버립니다.

 

 

‘하면 될까?’로 다시 ‘무엇을 어떻게 할까?’로

닥치고 긍정하는 긍정주의가 왜 문제인지 이해했으면, 이제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이해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어릴 적 소꿉놀이에서 ‘나는 왕자, 너는 공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배트맨처럼 망토를 두르면 배트맨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그것들이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수많은 거짓말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커스터마이즈된(customized) 검색 결과와 프레이밍과 이미징 작업으로 점철된 정치 프로파간다는 이미 우리는 충분히 기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기술이 비판적 사고입니다.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끊임없이 의심해보는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교집합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겁니다. 물론 이 세 가지는 굳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노력과 주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줄거나 늘거나 변하는 것들입니다.

 

단순히 긍정한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시크릿>에 나오는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이 황당한 주장이 아니라면, 마음 먹는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꿈꾸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멋진 꿈을 꾸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그 꿈이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깨닫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것을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이라고 합니다.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고 그 간격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눈높이를 낮춰 이상을 끌어 내릴 수도 있고, 꾸준히 노력해서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도 있습니다. 의지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훌륭한 행동을 반복해서 습관을 들이고 그 습관의 힘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멘탈도 털리지 않고 육체적 건강도 유지하면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장애물이 나오면 그 장애물을 피해갈 수도 있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장애물을 무시하거나 부숴버릴 수도 있습니다.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


왼쪽부터

왼쪽부터 『긍정의 배신』,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 없다』 (출처: 알라딘)



①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2011

세포생물학 박사면서도 미국사회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이 책에서는 긍정신학, 긍정심리학, 긍정을 강요하는 자기계발서 등 긍정주의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열정 착취에 질렸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②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줄리 노럼 지음, 임소연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5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사람들 유형별로 나눠 진정 성공적인 성격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긍정적인 사람이 왜 무책임하고 위험한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은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는 방어적 비관주의(defensive pessimism)가 왜 더 좋은 결과를 낳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③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 없다』, 이진남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2022

제가 쓴 책입니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 긍정심리학이 생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 비판적 작업 없이 받아들이고 전파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내놓은 책입니다. 긍정심리학이 왜 문제이고 그것이 어떻게 왜곡된 행복과 엉터리 과학인지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정말 성공과 행복이 찾아올까요? (feat. 바버라 에런라이크)

- 지난 글: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스마트폰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 어찌해야 할까요? (feat.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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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남

강원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성 토마스 대학에서 서양중세철학, 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리와 종교의 기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으며, 미국과 한국에서 철학상담사로 활동했고 철학카페를 조직하여 이끌어왔다. 사고와 표현과 같은 대학교양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종교철학』,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 없다』 등을 썼고, 『신학대전 28: 법』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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