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는 길』의 저자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는 1965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그는 ‘문명과 야만 사이의 동맹’에 대해 성찰하고 ‘연극의 부정확한 힘’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감행했던 포로수용소를 소재로 하여 이 작품을 썼다.
‘히멜베크’에서 ‘히멜’은 ‘천국’, ‘베크’는 ‘길’이라는 뜻으로 독일어로 ‘천국으로 가는 길’을 뜻한다. 그리고 이 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가스실로 이동하던 길을 의미한다. 죽음으로 향하는 길, 두려움과 공포만이 가득한 길. 왜 6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어머어마한 수의 유대인들은 그 길을 걸어야만 했던 걸까? 어찌하여 사람들은 그 많은 유대인의 죽음을 내버려 두었을까?
세계사의 큰 아픔으로 남은 이 비극을 소재로 하여 후안 마요르가는 우리에게 무관심과 비겁함으로 끔찍한 현실에 가면을 씌우는 일에 동조하지는 않았는지 묻는다. 그만의 특유의 연극적 상상력으로 참상을 전하기보다는 한없이 나약하고 잔인한 인간의 부조리한 면을 드러내어 이야기한다.
소설가 김애란은 책 서평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나 소설은 무수히 많은데, 이걸굳이 희곡으로 접해야 하는 이유는뭘까? 얼마 뒤 책장을 덮으며 작가가 제 질문에 완벽하게 답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홍보용 수용소'라는, 그 자체로거대한 연극 세트장같은 곳의 상황을 보여주기에 '연극'만큼 적절한 장르도 없을 테니까요. ‘수용자를 연기하는 수용자’와 ‘연기를 지도하는 나치’, 그리고 ‘수감 환경을 감찰하러 온 적십자 직원’을 보며, 내내 무거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죄책감 아님 슬픔, 절망? 아마 모든 것을 아우른 무엇이겠지요? 흔히 우리가 ‘고통’이라 부르는 넓고 큰 감각이요. 언젠가 엄기호 선생은 ‘고통에 찬 사람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낸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소리’란 울음과 침묵 비명 같은 온갖 비언어적 형태의 표현들을 가리키는 거겠지요. 만일 그 ‘소리’가 ‘말’로 건너가기 전, 정류소처럼 잠시 들르는 장소가 있다면 ‘노래’나 ‘시’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부정확해서 더 정확한 어떤 지시의 공간이요. 그런 면에서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인 희곡은 인간의 고통을 담아내기에 적당한 그릇 같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의 고통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해주는 동시에 그 고뇌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주니까요. ”
이처럼 우리가 마주해야 할 부조리를 생생하게 직면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진정 천국으로 닿을 수 있는 길은 아닐까? 인문학고전극장을 통해 함께 그 길을 모색해 보아도 좋겠다.
| 관람 정보
명칭 : 철학자 김경집과 함께 읽는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문360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2021-01-13
[인문고전극장]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천국으로 가는 길』의 저자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는 1965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그는 ‘문명과 야만 사이의 동맹’에 대해 성찰하고 ‘연극의 부정확한 힘’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감행했던 포로수용소를 소재로 하여 이 작품을 썼다.
‘히멜베크’에서 ‘히멜’은 ‘천국’, ‘베크’는 ‘길’이라는 뜻으로 독일어로 ‘천국으로 가는 길’을 뜻한다. 그리고 이 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가스실로 이동하던 길을 의미한다. 죽음으로 향하는 길, 두려움과 공포만이 가득한 길. 왜 6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어머어마한 수의 유대인들은 그 길을 걸어야만 했던 걸까? 어찌하여 사람들은 그 많은 유대인의 죽음을 내버려 두었을까?
세계사의 큰 아픔으로 남은 이 비극을 소재로 하여 후안 마요르가는 우리에게 무관심과 비겁함으로 끔찍한 현실에 가면을 씌우는 일에 동조하지는 않았는지 묻는다. 그만의 특유의 연극적 상상력으로 참상을 전하기보다는 한없이 나약하고 잔인한 인간의 부조리한 면을 드러내어 이야기한다.
소설가 김애란은 책 서평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나 소설은 무수히 많은데, 이걸 굳이 희곡으로 접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얼마 뒤 책장을 덮으며 작가가 제 질문에 완벽하게 답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홍보용 수용소'라는, 그 자체로 거대한 연극 세트장 같은 곳의 상황을 보여주기에 '연극'만큼 적절한 장르도 없을 테니까요. ‘수용자를 연기하는 수용자’와 ‘연기를 지도하는 나치’, 그리고 ‘수감 환경을 감찰하러 온 적십자 직원’을 보며, 내내 무거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죄책감 아님 슬픔, 절망? 아마 모든 것을 아우른 무엇이겠지요? 흔히 우리가 ‘고통’이라 부르는 넓고 큰 감각이요. 언젠가 엄기호 선생은 ‘고통에 찬 사람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낸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소리’란 울음과 침묵 비명 같은 온갖 비언어적 형태의 표현들을 가리키는 거겠지요. 만일 그 ‘소리’가 ‘말’로 건너가기 전, 정류소처럼 잠시 들르는 장소가 있다면 ‘노래’나 ‘시’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부정확해서 더 정확한 어떤 지시의 공간이요. 그런 면에서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인 희곡은 인간의 고통을 담아내기에 적당한 그릇 같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의 고통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해주는 동시에 그 고뇌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주니까요. ”
이처럼 우리가 마주해야 할 부조리를 생생하게 직면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진정 천국으로 닿을 수 있는 길은 아닐까? 인문학고전극장을 통해 함께 그 길을 모색해 보아도 좋겠다.
| 관람 정보
명칭 : 철학자 김경집과 함께 읽는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일시 : 2021년 1월 21일(목) 오후 3시 ~ 4시 50분
주최/주관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람방법 : 공연 당일 인문360 유튜브 채널 생중계(https://www.youtube.com/360inmun)
문의 : 인문고전극장 운영사무국 02-332-3383(평일 10:00 ~ 17:00)
※ 본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하여 무관중으로 진행됩니다.
4회차 인문고전극장 신청하기 (공연 사전알림)
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천국으로 가는 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문고전극장] 3회차 인문고전극장 돌아보기
「인간과 기술」포럼 제2회차 '연사의 추천도서' 소개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