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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우리 소리의 기록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인문쟁이 홍경아

2020-01-28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아름다운 전경

▲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의 아름다운 전경 ⓒ홍경아

 

원감상실에서는 전국 팔도의 대표 민요를 들어볼 수 있다

▲ 1층 음원감상실에서는 전국 팔도의 대표 민요를 들어볼 수 있다. ⓒ홍경아


최근 유튜브에서는 9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 프로그램을 재생해주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채널이 인기다. 90년대 노래를 들어보면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삐삐(무선호출기)’나 공중전화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비단 사용하던 물건뿐만 아니라 남녀의 연애관, 일과 성공에 대한 생각 등 그 시대를 풍미하던 가치관이 노랫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90년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30~40대에게는 향수를 일으키고, 당시 음악을 모르는 10~20대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여겨져 인기가 많다. 이렇듯 동시대 사람들이 함께 듣고 정서를 공유했던 노래에는 그 시대의 감성과 문화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주로 농사를 짓던 시기, 사람들의 애환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노래로 시대를 표현했을까.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 농사 소리부터 일상의 소리까지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던 다양한 소리를 들어보았다.


소반을 닮은 테이블에 앉아 민요를 들을 수 있다. / 문구: 아름다운 창덕궁을 바라보며 지역별 대표적인 우리 소리를 선택해서 들어 보세요

▲ 소반을 닮은 테이블에 앉아 민요를 들을 수 있다. ⓒ홍경아


민요를 선택하면 가사를 보며 들을 수 있다. / 문구 : 뉠릴리 타령 평안도와 황해도의 대표적인 유흥요 중 하나이다. 후렴에 '뉠릴리' 가사가 있어 뉠릴리 타령이라 부른다 니 리닐리리 니나나니가 났다 야따 여봐라 말 들어보소 지금 이 때는 어느 땐가 양춘가절은 호시절에 잎은 피어서 쌍쌍하구 꽃은 피어서 만발한다 | 니리니리닐리리 니나나니가 났소 이 있고도 목먹는 놈은 양장군의 호걸이고 이 없고도 잘먹는 건 영웅호걸이 나로구나

▲ 민요를 선택하면 가사를 보며 들을 수 있다. ⓒ홍경아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박물관에 들어서서 곧장 음원 감상실로 향했다. 소반을 닮은 테이블에는 전국 팔도의 대표 민요와 사투리가 담긴 민요를 들어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 ‘쾌지나 칭칭 나네’를 비롯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타령을 들을 수 있다. 전통 요소를 잘 살린 공간에 태블릿 PC를 적절히 활용해 소리를 좀 더 편리하고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창밖으로는 한창 공사 중인 창덕궁의 모습이 보였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음원 감상실에 앉아 전통 민요를 들으며 창덕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상설전시관으로 가는 길

▲ 상설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홍경아


사진의 키오스크에서는 연못의 개구리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사진의 키오스크에서는 연못의 개구리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홍경아


지하1층의 키오스크에서는 우리 소리 들어보기, 우리 소리 속 이야기 등을 들어볼 수 있다. / 문구: 우리소리 테라피 , 우리소리 들어보기, 우리소리 속 이야기

▲ 지하1층의 키오스크에서는 우리 소리 들어보기, 우리 소리 속 이야기 등을 들어볼 수 있다. ⓒ홍경아


지금은 듣기 힘든 밭 가는 소리, 밭 매는 소리, 맷돌질 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 / 문구: 우리 소리 들어보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했던 다양한 우리 소리를 들어보세요 밭가는 소리 밭매는 소리 맷돌질 소리 누에타령 사슴노래 맷돌질소리 무덤가래질소리 말질하는 소리

▲ 지금은 듣기 힘든 밭 가는 소리, 밭 매는 소리, 맷돌질 소리 등을 들을 수 있다. ⓒ홍경아


소리마다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 문구: 밭가는 소리 1) 마라소: 두 마리 중에서 오른쪽에 선 소, 2) 안소: 왼쪽에 선 소, 3) 방통이 그루터기, 4) 기름바우: 미끄러운 바위, 5)승지저술 당기게 '승지저슬'은 뜻모름, 가창자는 앞으로 기어 나간다는 뜻이라 함. 6) 생지가 든 보습이 안 가는 땅이 생긴다는 뜻. 어져어 저 소야 줄 잡아당겨라 이랴 이랴. 먼저 나가지 말고 두 마리가 잘 잡아당겨라 저 마라소1) | 마라소가 먼저 나가면 안소가2) 못나간다. | 이랴아 어서 가자 이라 저 마라소야 무릎을 끌고 댕겨라 어서 나가자 이랴 어서 가자 에녀 오 오오 마라소야 너무 나가지 말고 줄 당기게 이랴! | 저 방둥이에3) 무릎 차이면 발 다친다 이랴 어서 가자 기름바우다4) 밀어 디더라 돌바우에 발 다치지 말구 잘 잡아당기게 이라, 이랴! 밑에 소는 미끼러지니 발 맞춰 잘 잡어 당기고

▲ 소리마다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홍경아


박물관 곳곳에는 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름은 소리박물관이지만 시각 자료도 풍부해 각종 소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자주 들었던 개구리 소리는 이제 때를 맞춰 시골을 찾지 않는 이상 쉽게 들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민 다수가 농사를 지어 살던 시대에는 밭 갈던 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도시 생활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무척 생소하다. 박물관이 마련한 우리 조상들의 삶의 소리를 들으면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삼스레 사라져 가는 소리가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하 상설전시관의 전경

▲ 지하 상설전시관의 전경 ⓒ홍경아


무형문화재의 소리는 독특한 장치를 통해 들을 수 있다. / 문구: 무형문화재 속 우리소리 우리소리 계승의 기반이 되는 기록물

▲ 무형문화재의 소리는 독특한 장치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홍경아


퀴즈를 맞추면 인형들이 강강수월래 노래에 따라 회전하며 춤을 춘다

▲ 퀴즈를 맞추면 인형들이 강강수월래 노래에 따라 회전하며 춤을 춘다. ⓒ홍경아

 

장례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곡소리를 통해 망자의 죽음을 애도한다.

▲ 장례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곡소리를 통해 망자의 죽음을 애도한다. ⓒ홍경아


지하 상설전시관에는 주제에 따라 소리를 엮어놓은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의례와 위로의 소리’ 코너에서는 장례의 모습과 함께 장례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장례 음악은 오래전 드라마에서나 얼핏 들어본 것이 전부였다. 전통 장례문화를 체험할 일도 흔치 않거니와 장례문화도 이미 현대화되었기 때문이다. 곡소리는 망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데, 그 표현 방식에 일정한 격식과 절차가 있다. 곡소리는 유족들이 오열하며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고안되었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와 인간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렇게 잊힌 소리를 모으고 알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민족 고유의 삶의 모습을 잘 간직할 수 있고 대중은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다고 느꼈다.


‘민요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지친 삶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전통 장례에서 마을 사람들이 불러주는 노래는 이승을 떠난 망자의 영혼을 달래고 남아있는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였다. 삶에 지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오히려 슬픔을 드러냄으로써 자기 정화에 이르는 노래도 있다. 노래를 통해 우리는 삶을 다시 이어갈 용기를 얻게 된다.’ -의례와 위로의 우리소리 설명 중-


놀이와 우리소리 코너 / 문구: 놀이와 우리소리

▲ '놀이와 우리소리' 코너 ⓒ홍경아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노래 / 문구: 널뛰는 소리 나무노래 다리세기 쿵덕쿵 쿵덕쿵 널 뛰는데 탱자어미 밀감나무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노래 ⓒ홍경아


그네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종이로 재현했다. 보름달에 비친 모습처럼 아름답다.

▲ 그네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종이로 재현했다. 보름달에 비친 모습처럼 아름답다. ⓒ홍경아


‘놀이와 우리 소리’ 코너에서는 우리 민족의 풍습과 놀이의 즐거움을 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추석 당일 밤에는 강강술래를 부르며 풍요를 기원했고, 그네뛰기며 각종 놀이를 즐길 땐 언제나 노래가 함께 했다고 한다. 한쪽에는 둥근 원통 안에 종이를 이용해 그네뛰기, 널뛰기 등 우리 전통 놀이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마치 보름달에 비친 모습 같아 아름다웠다. 우리 민족 특유의 흥과 에너지를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논 삶는 소리, 그림을 터치하면 소와 사람이 움직인다. / 문구: 논 삶는 소리 소를 몰아 써레로 논을 갈아엎으며 하는 소리 강원 홍천 <논 삶는 소리> 용환칠 이러 어디야 잘두 간다! 철벙철벙 잘두 간다! 이러 어디여 다려라

▲ 논 삶는 소리, 그림을 터치하면 소와 사람이 움직인다. ⓒ홍경아


일과 관련된 노래, 노동요도 민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볍씨를 뿌려 모내기를 하고, 잡초를 제거하고 가을에 벼가 익으면 추수를 하고 타작을 하는 등의 한 해 농사 과정이 노래에 녹아들어 있다. 논 삶는 소리는 ‘이러 어디야 어 잘두 간다! 철벙철벙 잘두 간다!’ 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인데, 듣다 보면 힘을 북돋우는 느낌이 전해진다.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고 흥을 돋우는데 노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초가집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재현해놓았다.

▲ 초가집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재현해놓았다. ⓒ홍경아


민요는 우리 민족의 삶을 주제로 한 노래였다. 생각해보면 소리란 결국 삶에서 나오는 리듬이 아닌가 싶다. 삶의 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바뀌면서 삶의 소리도 빠르게 변했다. 비록 겉모습과 생활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지만 희로애락과 세상살이에 대한 애환이 담긴 민요를 들으며 한국인의 얼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던 중 기증자를 기리는 설치물에 쓰인 문구에 눈이 머물렀다. ‘소리는 발생과 함께 흩어집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후대에 소리를 물려줄 수 없다. 소리를 잃는다는 건, 삶에 대한 기억을 잃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민요를 전시, 보존,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 소리박물관을 통해 우리 소리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느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장소 정보

  • 서울우리소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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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홍경아

2019 [인문쟁이 5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화가 날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생각을 기록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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