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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10,000년>展으로 본 인류 생존의 역사

물건의 역사는 곧 생존의 역사

인문쟁이 홍경아

2020-02-20

전시장 입구

 ▲ 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입구 ⓒ홍경아


오늘날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의 형태와 기능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각 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된 시발점에는 청동기, 철과 같은 물질과 더불어 물건의 탄생이 있었다. 험난한 자연에서 살아나가는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수렵, 채집을 위한 도끼가 생존을 위한 태초의 자산이었다. 농사를 짓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각종 도구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비로소 정착할 수 있었다. 인간은 활용 가능한 자원을 이용해서 생존을 위한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물건의 역사는 인간의 생존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인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는 도구를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을 보며 인류 생존의 중요한 매개로서 물질과 물건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물질 자원을 활용하는 종들은 많다. 그러나 세상을 활용하는 방법을 끝없이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도구를 제작하는 기술은 인간이 처음으로 갖게 된 가장 소중한 재산이자 생존의 기본 수단이었다. 언어는 이러한 기술을 전달하는 기본 매체였다.”  


_ 전시 설명 인용


왼쪽부터 별도끼(평창군 주진리-청동기시대, 국립중앙박물관), 바퀴날도끼(리우카-중석기시대, 핀란드문화재청), 달토끼(평택시 소사동-청동기시대, 국립중앙박물관)

▲ 왼쪽부터 별도끼(평창군 주진리-청동기시대, 국립중앙박물관), 

바퀴날도끼(리우카-중석기시대, 핀란드문화재청), 달토끼(평택시 소사동-청동기시대, 국립중앙박물관) ⓒ홍경아


“최초의 도구는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한 가지 물체였다. 한 개의 도구 안에 자르기, 긁기, 갈기, 뚫기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었다. 오늘날 강력한 다용도 전기드릴과 같이 손도끼는 하나의 기술적 단위로 이루어진 최초의 도구였다.” 

- 전시 설명 인용


놀랍게도 인간의 최초의 도구라 할 수 있는 손도끼는 지역을 떠나 형태가 거의 유사하다. 핀란드에서 도끼는 종류를 막론하고 생존을 위한 태초의 자산이었다. 손도끼가 점차 발전하면서 다른 도구와 결합되어 복합도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농사와 관련된 도구의 유사성도 흥미롭다. 낫은 핀란드의 것과 한국의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형과 풍토가 판이한 두 나라에서 사용했던 도구를 통해 인류 문화의 보편성을 느낄 수 있다. 


 핀란드의 낫. 한국의 낫과 형태가 유사하다. 손잡이는 나무, 날은 강철로 만들어졌다

▲ 핀란드의 낫. 한국의 낫과 형태가 유사하다. 손잡이는 나무, 날은 강철로 만들어졌다 ⓒ홍경아


설피. 한국의 설피와 닮았다. 핀란드에서는 봄에는 늪지대를 통과할 때 사용하고 겨울에는 눈밭을 걸을 때 사용했다. 향나무를 타원형으로 구부린 후, 발을 지탱하는 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 설피. 한국의 설피와 닮았다. 핀란드에서는 봄에는 늪지대를 통과할 때 사용하고 겨울에는 눈밭을 걸을 때 사용했다. 

향나무를 타원형으로 구부린 후, 발을 지탱하는 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홍경아


빵 집는 집게와 물을 긷는 나무 지게

▲ 빵 집는 집게와 물을 긷는 나무 지게 ⓒ홍경아


이번 전시는 핀란드의 물질문화와 디자인의 가치를 탐구하는 특별전으로 핀란드국립박물관이 기획한 특별전, <핀란드 디자인의 10,000년>의 첫 해외 순회전이다. 핀란드를 포함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지역의 디자인은 스타일보다는 기능과 구조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 많다.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뛰어난 기능성을 가진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이번 전시에서도 기본적인 쓰임을 고민하고 실용성을 극대화한 물건이 많다. 재료로 보면 핀란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기본으로 하면서 자작나무 껍질을 활용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추운 나라다 보니 부츠, 스키, 설피와 같은 물건의 디자인이 발전했다. 설피와 낫의 경우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것과 거의 흡사해 놀랐다. 힘겨운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삶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생존의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디자인을 떠나 기능에 주안점을 둔 생존도구로서 주목할 만한 물건들이다.  


가죽과 나무로 만든 겨울 신발들, 왼쪽부터 부리 형태 부츠, 부츠, 신발

▲ 가죽과 나무로 만든 겨울 신발들, 왼쪽부터 부리 형태 부츠, 부츠, 신발 ⓒ홍경아


자작나무를 직각으로 엮어 만든 생활 소품. 자작나무로 엮은 신발은 숙련된 기술자가 1시간에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주로 여름에 신었는데, 삼림 지형에서는 더 오래 신을 수 있었다.

▲ 자작나무를 직각으로 엮어 만든 생활 소품. 자작나무로 엮은 신발은 숙련된 기술자가 1시간에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주로 여름에 신었는데, 삼림 지형에서는 더 오래 신을 수 있었다. ⓒ홍경아


위부터 물지게, 백팩(backpack) 틀. 백팩 틀은 낙하산부대원용 배낭 틀에서 착안하여 재해석한 작품이다.

▲ 위부터 물지게, 백팩(backpack) 틀. 

백팩 틀은 낙하산부대원용 배낭 틀에서 착안하여 재해석한 작품이다. ⓒ홍경아


자작나무로 만든 유아용 식탁 의자(벤 아프 슐텐, 1965년 제작). 55년 전 제작된 제품이지만 간결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 자작나무로 만든 유아용 식탁 의자(벤 아프 슐텐, 1965년 제작)

55년 전 제작된 제품이지만 간결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홍경아


플로렌시아 콜롬보와 빌레 코코넨이 쓴 글 / 이번 기획의 주된 목적은 디자인을 ‘지식의 축적'이라는 개념으로 선보이는 것입니다. 디자인으로 보는 시간의 개념은 정보를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킵니다. 10,000년 이라는 극한의 시간을 기준으로 설정한 이유는 핀란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원초적 시작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사물의 기원을 연구하거나 연대기적 관점에서 기술적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자원의 복합성'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아마도 해답은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사물 혹은 기술은 다양한 어쩌면 아주 먼 시간대로부터 고안된 발명들의 융합일 수 있습니다.

▲ 플로렌시아 콜롬보와 빌레 코코넨이 쓴 글 ⓒ홍경아

 


"이번 기획의 주된 목적은 디자인을 ‘지식의 축적'이라는 개념으로 선보이는 것입니다. 디자인으로 보는 시간의 개념은 정보를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킵니다. 10,000년 이라는 극한의 시간을 기준으로 설정한 이유는 핀란드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원초적 시작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사물의 기원을 연구하거나 연대기적 관점에서 기술적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자원의 복합성'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아마도 해답은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사물 혹은 기술은 다양한 어쩌면 아주 먼 시간대로부터 고안된 발명들의 융합일 수 있습니다." 

 

_ 플로렌시아 콜롬보와 빌레 코코넨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도록 중)


전시 막바지에서 이번 전시의 목적을 밝힌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전시를 다 보고나니 지식의 축적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인간은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생존을 위한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지혜와 지식을 축적해왔다. 오늘날 디자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디자인을 단순히 상품을 위한 포장, 더 나아보이기 위한 장식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태초를 살았던 인류의 지혜를 빌어 환경에 거스르지 않고, 지혜롭게 물질을 이용하며, 기능과 본질에 집중하는 디자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좋겠다. 


더불어 아날로그와 디지털간의 균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을 활용해서 얻은 이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많다. 디지털 기기로 처음 책을 접한 세대에 나타나는 난독증, SNS으로 좁아지는 인간관계의 지평, 휴대폰으로 인한 안전 사고 등 많은 문제가 등장했다. 디지털 시대를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안에서, 인간적 감각이 깃든 아날로그 영역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제품이 빠르게 생산되고 사라지는 지금,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생존의 지혜와 물건에 대한 감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문정보] 

국립중앙박물관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전

주소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홈페이지 : https://www.museum.go.kr/site/main/exhiSpecialTheme/view/specialGallery?exhiSpThemId=514903&listType=gallery

문의 : 02-2077-9000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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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쟁이 5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화가 날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생각을 기록해가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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