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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목도헌책방

친구들과 함께 만든 마을 헌책방, 그 옆의 사진관

인문쟁이 원혜진

2020-02-15


얼마 전, 괴산읍내에서 15분 차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불정면 목도리에 헌책방과 사진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목도리는 면사무소와 시장이 있는 불정면의 중심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 아니라, 어떤 분들이, 왜, 헌책방과 사진관을 만들었는지 궁금했죠. 인터넷 검색으로 헌책방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책방 주인이신 정우창 님은 지금 괴산에 안 계시다며, 사진관 주인장 이영규 님의 전화번호를 주셨습니다. 약속을 잡고 아이와 함께 목도헌책방을 찾은 날, 이영규 님과 목공방의 서희용 목수님, 그리고 염색가 박미혜 님이 함께 계셨습니다. 아이는 동화책이 있는 방으로 쪼르르 들어가고, 어른들은 난로 앞 탁자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네요. 감사하게도 향 좋은 커피와 노랗게 구워진 달콤한 고구마, 새콤한 못난이 귤을 대접받았습니다. 


목도헌책방 내부 풍경

 

목도헌책방 내부

 ▲ 따뜻한 연탄난로, 나무와 책이 어우러진 느낌의 목도헌책방 내부, 정우창 님 ⓒ목도헌책방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공간입니다. 면 단위 마을에 들어가 책방 구실도 하고 커피도 팔고 마을 주민들 모임이나 아이들 공부 공간으로 사용할 헌책방을 만들자고 계획했지요. 2019년 5월에 만들었습니다. 흙살림연구소 이사 이태근, 오철수 시인, 서울대 백미숙 교수, 박석준, 모두 친구죠.” (정우창)


직접 뵙지 못하고 전화로만 만난 정우창 님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다정했습니다. 괴산군에서 가장 북쪽이며 충주시와 맞닿아 있는 불정면. 낮은 산을 두고, 너른 들을 질러 달천이 지나는 목도리. 길다란 목도교와 목도양조장 막걸리, 목도시장, 한가로운 풍경에 헌책방 옆 사진관이 더해집니다.


“저는 8년간 농림부 위탁으로 서울에서 산지귀농귀촌 학교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헌책방을 해보려고 한다고 이야기하자, 한 학생이 ‘선생님께서 헌책방을 하시면 저는 그 옆에 예쁜 사진관을 만들겠습니다’ 해서 사진관도 같이 문을 열게 되었어요. 목도리에 오시면 흙살림 동일한의원, 책방, 사진관이 다 옆에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맛있는 더치 커피를 서울의 반값으로 드실 수 있어요. (웃음) 그리고 얼마 전에 책방 서가도 짜고 집기도 만들어 준 목수 분이 책방 앞에 목공방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투병 중이라 책방에 있지 않지만, 함께 책방의 식구가 되신 분들이 계십니다. 근처에서 놀러왔다가 아, 이건 우리 거다 하고 와계시는 분들이지요.” (정우창) 


목도시장 옆 목도반점 맞은편의 목도헌책방 옆 목도사진관

 

목도시장 옆 목도반점 맞은편의 목도헌책방 옆 목도사진관

▲ 목도시장 옆 목도반점 맞은편의 목도헌책방 옆 목도사진관 ⓒ원혜진


괴산군은 유기농 장수도시입니다. 이태근 님은 1991년 괴산미생물연구회로 시작하여 땅을 살리는 흙살림으로 괴산에 자리잡았고, 30년 가까이 흙과 유기농에 열정을 바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태근 님의 지인으로 괴산을 오가던 친구들이 모입니다. 이태 전 박석준 님의 흙살림 동일한의원이 문을 열었고, 책을 기증받아 정가의 반값에 책을 파는 동네 사랑방 헌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오철수 시인은 그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시 모임을 엽니다. 덕분에 괴산 주민인 저는 호사를 누립니다. 헌책방도 좋고, 사진관도 정말 좋네요.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책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사진관 구경도 해봅니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바로 옆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됩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괴산에 헌책방을 낼까 해’ 하고 말씀하셨을 때, 손을 번쩍 들고 ‘저희가 그 옆에서 사진관을 할게요’ 했어요. 저와 남편이 동시에 손을 든 게 정말 1초도 안 걸렸죠. 귀농귀촌학교를 마치고 언젠가는 귀촌을 할 예정이었고, 교장선생님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저희도 함께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2월 모임에서 그 말씀을 하신 후 4월에 목도 집을 계약했습니다. (웃음) 아마 제가 이틀에 한번 전화를 드린 덕분에 일이 더 빨리 진행되었을 거에요.” (이영규) 


헌책방보다 더 카페같은 공간 목도사진관, 이영규 님

 

헌책방보다 더 카페같은 공간 목도사진관, 이영규 님

▲ 헌책방보다 더 카페같은 공간 목도사진관, 이영규 님 ⓒ목도사진관 


출판업과 사진 작업을 하던 이영규 님은 사진관을 열기 위해 상업 사진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사진관에 진열된 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아는 얼굴도 몇몇 보입니다. 이렇게나 자연스럽고 환한 웃음을 짓는 표정이라니, 괴산 사람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그대로 괴산의 작품이 됩니다. 사진에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다고 하지요. 저희 천방지축 4남매도 한번 데려와 사진을 찍어주고 싶습니다. 


“아이도 다 컸고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생각이에요. 교장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귀촌한 거죠. 송파 마을예술창작소에서 작업하다가 내려온 건데, 50대 초반에 내려오길 잘한 듯 해요. 이 곳에서 저는 상대적으로 젊은이가 되었고, 70이 되어도 계속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이영규)


내려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목도 상인회에도 가입했습니다. 주변 어르신들은 아직 책방에서 커피를 파는 것을 어색해 하시지만, 여러 사람들이 헌책방을 사랑방 삼아 드나듭니다. 박미혜 님은 귀촌한지 3년 정도 되었는데, 매일 책방에 들리며 금방 한 가족이 되셨고, 그 외에도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며 와인을 만드는 부부, 귀촌하여 집 짓고 사시는 할머니, 젊은 농부들 등 여러 분들이 모인다고 합니다. 목공방의 목수님은 귀농귀촌학교 교육생 출신 배승문 목수의 절친입니다. 


“일산에서 아이들 가구 만드는 공방을 오랫동안 운영했어요. 친구 소개로 책방과 사진관의 집기를 제작하면서 정우창 선생님을 계속 뵈었습니다. 저도 귀촌을 고민 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목공방을 열 장소를 찾아주셨어요. 정우창 선생님과 이영규 선생님 두 분 다 굉장히 에너지가 밝고 적극적이셔서, 이곳에 자리 잡는다면 서로 의지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과 공방을 구한 후 지금은 소일거리 정도 하고 있어요. 이 분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신다면, 저도 기꺼이 함께 할 생각입니다.” (서희용) 


목도공방 서희용 목수님과 결이 살아있는 인기만점 나무도마

 

목도공방 서희용 목수님과 결이 살아있는 인기만점 나무도마

 ▲ 목도공방 서희용 목수님과 결이 살아있는 인기만점 나무도마 ⓒ목도사진관 


사람들에게 반해서 귀촌하는 곳. 괴산은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기에 앞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곳이라는 정우창 님의 믿음이 이미 이루어진 듯 합니다. 특히 저는 이영규 님이 작업하신 성심이발관 장성칠 님의 소책자를 보고 감탄해마지않았습니다. 우리 동네 할머니들 이야기도 이렇게 기록해두면 참 좋겠다 늘 생각했었는데……. 책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으로 남게 될, 괴산의 이야기, 목도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됩니다. 


“이후의 제 꿈은 샵인샵을 만드는 것입니다. 주변에 능력있는 청년 농부들이 많거든요. 우리 지역에서 나는 상품을 이쁘게 꾸며놓고 판매하는 거죠. 책방을 허브로 삼아 그런 분들이 모이면 좋겠어요. 아이템이 구색을 갖추면 온라인으로도 진출하구요. 그리고 앞으로 책방과 사진관 옆에 빵집이나 화실 등이 더 생기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논의 중인 분들도 있어요.” (이영규)


목도헌책방은 현재, 모임 장소나 아이들의 학습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목도사진관은 인근 학교의 졸업 앨범 작업 등, 사진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진행합니다. 바람대로, 구수한 빵냄새 나는 빵집이나 할머니들 모이셔서 그림을 그리는 화실같은, 재미난 공간들이 좀 더 생기면 참 좋겠습니다. 친구를 따라 귀촌한 목도헌책방, 헌책방에 연결된 사진관과 목공방, 앞으로는 또 어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연결될까요. 생각만 해도 참 훈훈한 모습입니다. 좋습니다.


* 책방지기 정우창 님의 쾌유를 바랍니다. 

 

 

 

○공간 정보

주소: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로 35 

문의: 010-904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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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원혜진
인문쟁이 원혜진

2019 [인문쟁이 5기]


충북 괴산, 아이 넷과 함께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 철없는 엄마.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시골살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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