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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곳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인문쟁이 정지안

2019-02-12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포함된 충남 서산은 아름다운 서해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인 어리굴젓은 특유의 짙은 바다향과 시큼한 감칠맛으로 인기가 좋고, 조수간만의 차이로 인해 길이 열렸다 닫히는 간월도를 찾는 발길이 잦다. 게다가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가 많이 일어났던 지역이기도 해 관련 역사적 볼거리도 많다. 


그러나 서산시 인지면, 사방이 탁 트인 벌판에 생소한 기념관이 하나 있다. 시원하게 뻗은 소나무 여러 그루가 둘러싸고 있는 서산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이다.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든 고려 말, 조선 초의 천문학자 류방택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자, 최첨단 관측 장비로 우주의 별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산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입구 Ⓒ정지안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내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본

▲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내 천상열차분야지도 석각본 Ⓒ정지안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로 그 역사적 의의가 깊다.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을 방문한 관람객이 가장 처음 보게 되는 것 역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석각본이다. 그러나 이 세계적 유물의 제작자 류방택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금헌 류방택(琴軒 柳方澤, 1320~1402)은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를 살았던 천문학자다. 그는 두 임금을 모실 수 없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의로 조선 개국 이후 서산 도비산에 은둔했으나, 후에 태조의 명에 따라 천문도를 제작하게 되었다. 


과거 천문 현상은 왕의 정치 행위에 대한 하늘의 대답으로 여겨져, 왕의 운명을 점치는 용도로 쓰이는 동시에 왕의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어느 날 천문도 탁본을 받게 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왕의 탄생을 알리고자 했던 태조는 이 탁본을 돌에 새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고구려 시대 평양 하늘을 기준으로 제작됐던 천문도인 탓에 당시 한양의 천문 현상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 달라진 별의 위치와 시간 측정 기준 등을 다시 계산한 이가 바로 류방택이다.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해설 천상열차분야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전천석각전문도로서, 고구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처음 제작된 이 천문도는 중국의 석각천문도와는 달리 1,467개의 별을 그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새겨 넣은 과학적인 천문도다. 이 천문도는 천문학가 류방택의 계산에 기초해 권근과 서문관 직원등 11명의 학자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태조때 흑요석에 새긴 것(국보228호)과 조선 숙종때 대리석에 새긴 것(보물837호)이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이 천문도는 세부분으로 나누어 내용을 배치하고 있따. 천문도의 윗부분에는 해와 달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하늘의 형체를 본떠 적도와 황도 부근을 12지역으로 나눈 12차와 이에 대응하는 지상의 분야에 맞추어 별자리의 위치와 크기를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은하수와 1,467개의 별이 원안에 표시되어 있으먀, 천문도의 아래에는 고대 우주분과 28수의 별자리 설명 그리고 천문도를 만들게 된 경위,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적혀있다.

▲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해설 Ⓒ정지안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하늘의 별을 세세히 기록한 천문도로 당시 천문학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사료다. 긴 이름에는 하늘의 모습을 12차로 나누어 배열하고, 땅처럼 구역을 나누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무려 1400개가 넘는 별이 새겨진 천문도는 북반구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별자리가 그려져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리고 별의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달리한 점은 한 층 더 앞서나간 천문학 수준을 보여준다.


만원 지폐에 숨어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이야기 북두칠성 우리별자리이야기 태미원 천시원 자미원

▲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소식지 ‘류별’에 실린 우리 별자리 이야기 Ⓒ정지안


특히 별자리만을 기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람들의 생활상을 반영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별자리마다 상징하는 계층을 달리해 왕실을 의미하는 별자리가 모인 곳을 자미원(紫微垣), 정부시설과 관료를 의미하는 별자리가 모인 곳을 태미원(太微垣), 일반 백성들을 의미하는 별자리가 모인 곳을 천시원(天市垣)이라 불렀다. 이는 땅처럼 구역을 나누어 그렸다는 천문도 이름의 뜻에서도 언급된다. 세 장소의 명칭에 쓰인 원(垣)은 담장을 뜻하는데, 이는 큰 담장 안에 여러 별 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음을 가리킨다. 



어린이를 위한 천문기상과학관


 만원 지폐에 숨어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이야기 일식과 월식, 1만원권에 담긴 천문학

▲ 만원 지폐에 숨어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이야기 Ⓒ정지안


까마득한 유물 같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 언제나 숨어있었다. 만원 지폐의 뒷면을 보면 혼천의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보현산 천문대 광학천체망원경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자주색과 남색의 원과 선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형태의 그림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별자리의 모습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천문과학 기술을 표현한 것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천문학의 역사에 있어서 얼마나 큰 의의를 지니는지 엿볼 수 있다.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천상열차분야지도 별자리 체험 장소 천상열차분야지도

▲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 천상열차분야지도 별자리 체험 장소 Ⓒ정지안


이해할 수 없는 한자와 와닿지 않는 오래된 역사 이야기 탓에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어린이들에게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은 미래를 이끌어나갈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전시 방식을 시도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도장으로 제작해 흥미를 돋우고, 무수히 많은 별을 빛으로 형상화한 전시 공간을 통해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버튼을 눌러 천상열차분야지도 상의 별자리들을 한눈에 볼 수도 있는데, 직녀성, 견우성,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 등 우리나라만의 별자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전시 공간을 넘어 천체투영실에서 돔 스크린으로도 밤하늘을 학습할 수 있다. 천체관측실에서는 관람시간표에 따라 망원경으로 직접 우주의 별을 볼 수 있다.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은 고려와 조선의 천문학자 류방택의 업적을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들이 그가 꿈꿨던 천문 탐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류방택 별’이 되기까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은 많은 조명을 받아 사람들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류방택이라는 이름과 그가 제작을 이끌었던 천문도는 그렇지 않다. 1985년에 국보로 지정했으나, 복원 전에는 마멸이 심해 상세한 모습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류방택이 우리나라의 천문과학 발전에 남긴 업적을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연구에 힘쓴 결과, 2000년 12월 보현산천문대에서 발견된 새로운 소행성을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IAU MPC)’로부터 ‘류방택 별(Yubangtaek, 2000XC44)’이라고 공식적인 승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조상의 뛰어난 업적을 기억하는 일은 미래로 향하는 발전과도 맞닿아 있다. 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이 더 높고, 더 먼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 바란다.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주소 : 충청남도 서산시 인지면 무학로 1353-4 

전화번호 : 041-669-8496 

홈페이지 : http://ryubangtaek.or.kr/ 

이용시간 : 매일14:00~22:00 월요일휴무 설,추석 당일 휴관, 공휴일 익일 휴관

장소 정보

  •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 천상열차분야지도
  • 류병택
  • 서산천문기상과학관
  • 천문학
  • 조선하늘
  • 자미원
  • 태미원
  • 천시원
정지안
인문쟁이 정지안

2018 [인문쟁이 4기]


정지안은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까지 20여년을 살았고, 10여년 꿈이란 것 때문에 서울 생활을 했다. 그 후로 직장 때문에 충남 당진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직장에서 잘려 놀고 있는데, 여하튼 20여년 살고 있다. 이것저것 별것 없는 일을 하면서 산 세월을 합치니 50은 넘었고, 60도 내일 모레인가보다. 사람들은 언제나 파란하늘을 보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가끔은 하루 종일 하늘마저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도 그런 나를 위하는 사람도 역시 나 여야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살기를 바란다. 좀 느리게 살아 보기를 바란다. 내가 느리게 사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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