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고수목마의 절경’ 제주 마방목지를 찾아서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 마방목지

인문쟁이 배재범

2020-02-11


제주하면 가장 먼저 경치가 생각나는가? 어떤 이는 성산일출봉을 떠올릴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눈 쌓인 한라산이 생각날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 최고의 절경으로 십경(十景)을 꼽는데, 이른바 ‘영주십경’이 그것이다. 영주는 탐라와 함께 제주의 옛 명칭 중 하나다. 그 중 하나가 한라산을 배경으로 말들이 중산간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인 ‘고수목마(古藪牧馬)’다. 말의 고장답게 제주에는 말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와 장소들이 있다. 눈 내리는 겨울 한가운데 제주 말 이야기를 따라 한라산 중산간 마방목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한라산 기슭, ‘고수목마(古藪牧馬)’  풍경

▲ 한라산 기슭, 영주십경 중 하나인 ‘고수목마(古藪牧馬)’ ⓒ제주관광공사



제주에서 언제부터 말을 길렀을까?



중국의 역사서인 <삼국지>의 위서동이전은 제주를 ‘마한의 서쪽 바다 가운데 큰 섬’이라 언급한다. 여기에 ‘주호(州胡)’라는 공동체가 있는데, 그들이 소와 돼지를 잘 기른다(好養牛及猪)고 기록하고 있다. 제주에 소나 돼지 사육에 대한 기록은 있으나 말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고려 문종 27년(1073년)과 고종 45년(1258년)에 각각 탐라가 조정에 말을 공물로 바친 기록이 있는데, 소형마인 과하마가 사육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말이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 원종 14년(1273년) 삼별초를 평정한 후 제주도를 직할령으로 삼으면서부터라고 한다. 1276년 처음으로 몽고 말 160필을 가져와 수산평(현재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몽고 스타일의 목마장을 설치했으며, 그 후 규모가 더욱 확대되어 고려 말기에는 약 3만 필 정도가 사육되었다. 제주도는 당시 세계제국이었던 원의 14개 국립 목장 중 하나였다고 한다. 원이 제주에 목마장을 설치하면서 원의 선진 말 사육법과 거세술 등이 전해졌다. 몽고에서 들여온 전투용 말과 제주의 토종 과하마의 잡종 교배로 태어난 말이 제주 환경에 차츰 적응하면서 오늘날 제주마로 이어졌을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347호 제주 마방목지!



한라산 기슭, 제주 마방목지 입구

▲ 한라산 중턱 견월악 인근의 제주 마방목지 입구 ⓒ배재범


제주대학교에서 서귀포시 방향으로 난 516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옛 제주마 목장을 제주축산진흥원이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마방목지’를 만날 수 있다. 한라산 중턱인 견월악(개오리오름) 인근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마방목지에 제주마들이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축구장 127.5배인 91만 제곱미터의 엄청난 초원이 펼쳐져 있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4월 중순까지 말들은 추위를 피해 이곳 방목지보다 해발 고도가 200미터 낮은 곳에 위치한 제주마 보호구역으로 옮겨진다. 필자가 마방목지를 찾은, 새해 첫눈이 내린 다음날에는 당연히 말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2020년 새해 첫눈이 내린 마방목지에는 말이 없었다!

▲ 2020년 새해 첫눈이 내린 마방목지에는 말이 없었다! ⓒ배재범


마방목지 설경

▲ 제주 마방목지 설경 ⓒ배재범


고수목마(古藪牧馬)’의 재현으로 알려지면서 제주 마방목지에는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마들은 월동을 위해 아랫마을로 옮겨지고 없지만 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라산 중턱 마방목지에는 눈이 쌓인다. 그리고 눈 쌓인 마방목지의 비탈진 언덕은 어느덧 아이들의 눈썰매장으로 변해있다. 마방목지 전망대에 서서 눈 쌓인 한라산 백록담 올려보고 제주 앞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진다. 고수목마를 목도하지는 못했지만 한라산 설경을 감상한 것으로 만족하며 산을 내려간다. 올봄 유채 만발하고 벚꽃 활짝 필 무렵 다시 이곳 마방목지를 찾아 제주마들의 생명력 넘치는 질주를 꼭 보리라.


 제주 마방목지 남쪽의 키 큰 곰솔(흑송) 한그루

▲ 제주 마방목지 남쪽의 키 큰 곰솔(흑송) 한그루 ⓒ배재범





○ 공간 정보

주소 : 제주도 제주시 용강동 산 14-3번지

운영시간 : 연중 개방 


 

장소 정보

  • 고수목마
  • 마방목지
  • 천연기념물
  • 영주십경
  • 한라산
  • 중산간
  • 삼국지
  • 위서동이전
  • 과하마
  • 삼별초
  • 수산평
  • 목마장
  • 제주축산진흥원
  • 월동
  • 백록담
  • 곰솔
제주권 배재범
인문쟁이 배재범

2019 [인문쟁이 5기]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탐험하고 알리는 인문쟁이가 되어 20대에 품었던 인문학도의 꿈을 다시 꾸고 싶은 50대 아저씨입니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고수목마의 절경’ 제주 마방목지를 찾아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