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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토스, 미래로 스파이크

제100회 전국체전 배구 여자고등부 결승전

인문쟁이 김은영

2019-11-01


누군가 뜨겁게 무언가를 쫓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 운동 경기를 볼 때 그렇다. 경기장 안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희열과 감동이 따라온다. 스포츠 경기에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룰이 있고 그 규칙 안에서 선수들은 갈고 닦아온 실력을 선보인다. 결과를 떠나 사람들은 그 치열하고 생생한 땀의 현장에 빠져들고 싶어 경기를 응원하고 관람하는 게 아닐까. 가을 하늘이 바다 빛처럼 푸르른 어느 날, 제100회 전국체전 배구 종목 결승전이 열리는 세화여고 체육관을 찾았다. 


세화여자고등학교, 체육관 풍경

▲ 세화여자고등학교와 체육관 모습 ⓒ김은영



100번째 전국체전, 다음 100년을 향해



고등학교 체육관을 찾아 전국체전의 경기를 보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로 100회째를 맞은 전국체전의 시작은 1920년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이다. 그 경기는 서울 배제고보에서 열렸다. 2019년 100회를 기념해 체전이 처음 시작했던 서울로 돌아와 다시금 새로운 100년을 향해 발돋움 하는 것이다. 백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성의 느낌과 더불어 꾸준히 지속해왔다는 성실함이 ‘체육’이라는 분야가 주는 감동과 닮아 있다. 역시나 오랜 역사를 지켜온 세화여고 배구 경기장 앞에는 네트 위로 공을 두고 스파이크와 블로킹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배구 선수들의 그림이 붙어 있다. 맑은 가을 날씨와 함께 사람들이 체육관 앞에 모여 사진을 찍는다. 체전을 진행하는 스텝들과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체육관 앞 전국체전 지원센터, 대진표 / 문구 : 배구 - 여자고등부(단체전) 경기장 : 세화여자고등학교 체육관 서울 중앙여자고등학교 광주 광주체육고등학교 경기 한봄고등학교 충남 청수고등학교 대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충북 제천여자고등학교 전남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 강원 강릉여자고등학교 대전 대전용산고등학교 경남 진주선영고등학교 부산 남성여자고등학교 인천 부개여자고등학교 경북 포항여자고등학교

▲ 체육관 앞 전국체전 지원센터와 배구 종목 여자고등부 대진표 ⓒ김은영


총 47개의 경기 종목이 열리는 체전에서 배구 종목은 고등부와 일반부 경기로 나누어 치러진다. 14개의 시ㆍ도를 대표해 한 팀이 선발되고 그 팀들이 지역의 이름을 걸고 승부를 겨룬다. 여자 고등부 결승전의 주인공은 경상남도 대표 진주 선명고등학교와 경기도 대표 한봄고등학교다. 한 팀은 전년도 대회 우승팀이고 한 팀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도전자 팀이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밖까지 함성소리가 뜨겁다. 



경기(한봄고) vs 경남(선명고)



경기 전 준비 중인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는 양 팀 선수들 ⓒ김은영


민트색 코트와 높은 천장의 경기장 안에는 이미 각 팀의 선수들이 코트에 나와 몸을 풀고 있다. 관객석 역시 절반 이상이 차 있다. 코트 옆으로 붙어 있는 관객석은 선수들과 거리가 가까워 이따금씩 선수들이 스파이크 한 공이 날아온다. 잠시도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검은 민소매 유니폼의 선명고 선수들은 코치의 리드와 함께 리시브를 연습 중이다. 붉은색 상의를 입은 한봄고 선수들은 스파이크에 열중한다. 한봄고 선수들 뒤에는 ‘수일여중’이라 써진 운동복을 입은 학생들이 관객석으로 날아가는 공을 막아주고 있다. 마치 방패처럼 둘러싼 학생들의 모습이 듬직해 보인다.  


경기 시작, 입장하는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경기를 시작하며 코트에 입장하는 양 팀 선수들 ⓒ김은영


오전 11시, 경기가 시작한다. 선수들은 일렬로 서서 코트에 입장하고 네트를 마주한 채 서로 악수한다. 결승전까지 오기 위해 치러야 했던 수많은 경기들, 그 시합의 전과 후에 흘려야 했던 땀과 눈물들이 선수들의 어깨에 어려 있는 듯하다. 전국에서 단 두 팀만 오를 수 있는 결승전 자리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이미 두 팀의 실력과 노력을 증명한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한다. 벌써 가슴이 크게 두근거린다.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 열띤 경기를 펼치는 양 팀 선수들 ⓒ김은영


첫 세트는 한봄고의 우세다. 점수 차가 조금씩 벌어지며 한봄고가 첫 세트를 가져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명고는 주축 선수 중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봄고의 초반 기세가 거세다. 그러나 잠시의 휴식 후 두 번째 세트가 시작하고, 이번에는 선명고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야말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두 팀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동점을 거듭한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접전이다. 격렬한 경기 분위기에 한봄고 코치가 옐로 카드를 받기도 한다. 한 점, 한 점, 세트 스코어를 쌓아가던 선명고, 두 번째 세트를 따낸다. 승부는 다시 원점이다. 


경남 대표 진주 선명고 선수 경기 모습

▲ 경상남도 대표 진주 선명고 선수들의 경기 모습 ⓒ김은영



손에 땀을 쥐는 막상막하의 승부



선수들의 진지하고 치열한 모습에 관객의 함성도 커진다. 각 팀의 응원단은 막대 풍선과 북을 치며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운다. 배구 종목의 매력은 점수를 땄을 때 환호하는 선수들의 모습이다. 선수들은 양손을 치켜들고 승리의 세레모니를 하듯 코트를 한 바퀴 돈다. 점수를 잃어도 둥글게 모여 서로의 어깨나 팔을 두들긴다. 같은 팀끼리 유독 많은 스킨십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게 배구 종목이다. 반면에 상대 팀과는 2.2미터 높이의 네트를 앞에 두고 결코 서로의 코트를 넘어가거나 몸이 닿는 법이 없다. 양 팀은 마치 넘지 않은 경계선을 두고 서로의 단결력을 겨루는 듯하다.  


경기를 마치고 기뻐하는 선명고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서로 모여 기뻐하는 선명고 선수들 ⓒ김은영


첫 세트를 내주고 둘째 세트를 따낸 선명고는 높이에서 앞선다. 성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신장으로 스파이크와 블로킹을 오가며 화려한 기술을 선보인다. 반면에 한봄고 선수들은 작고 단단하다. 한봄고 선수가 파워 넘치는 서브로 공을 보내면 관객석에선 절로 탄성이 새어나온다. 감독과 코치부터 코트 안 선수들까지 끊임없이 소리치며 경기장의 기세를 장악하고 빈틈없는 조직력으로 점수를 따낸다. 


경기도 대표 한봄고등학교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기록석

▲ 경기도 대표 한봄고등학교 선수들 ⓒ 김은영


세트 스코어 1 대 1에서 시작한 세 번째 세트는 다시 한봄고가 가져간다. 선명고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네 번째 세트가 시작하고, 한봄고가 서브에서 실수를 한다. 그 기회를 틈타 선명고가 3~4점차로 앞서간다. 마치 2세트 경기를 다시 보는 듯하다. 선명고는 능수능란한 변칙 기술을 선보인다. 네 번째 세트는 선명고의 승리. 승부는 마지막 세트까지 이어진다. 경기 시간은 두 시간을 향해가고 양 팀의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뛰고 있다. 


치열하게 경기중인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양 팀 선수들의 서브 모습 ⓒ김은영


응원석의 북소리마저 긴장감이 감돈다. 처음 5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동점이다. 8점의 선은 한봄이 먼저 넘는다. 그러나 다시 10점에서 동점. 마지막 5세트는 15점을 먼저 따는 팀이 이긴다. 


응원하는 관객들과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관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과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는 양 팀 선수들 ⓒ김은영


그리고 이어지는 한봄고의 공격, 선수들이 포효한다. 15점을 먼저 따낸 한봄고가 승리를 가져간다. 최종 스코어 15 대 13. 경기 전 언니들의 공을 받아주고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중학생 동생들이 코트로 뛰어간다. 승리자들이 어깨를 부둥켜안고 기뻐한다. 제100회 전국체전 여자 고등부 금메달의 주인공은 경기도의 한봄고등학교다.  


승리로 기뻐하는 한봄고등학교 선수들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승리 후 응원단과 함께 기뻐하는 한봄고등학교 선수들 ⓒ김은영


은메달인 선명고 선수들의 두 눈이 빨갛다. 그 어떤 말로도 선수들의 서운함은 달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선명고등학교 선수들은 작년의 우승팀답게 멋진 경기를 펼쳤다. 몇몇 선수들은 프로지명을 받아 내년에는 프로배구 경기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메달 수여식 모습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메달 수여식을 갖는 양 팀 선수들 모습 ⓒ김은영


챔피언의 자격이 충분했던 한봄고등학교 선수들, 전년도 우승팀답게 여유 있으면서도 끈질긴 자세로 승부를 포기하지 않던 선명고등학교 선수들. 두 학교의 십대 선수들은 그야말로 멋지고 아름다운 스포츠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지만 결국 그들 모두 승자라는 조금은 상투적인 말로 감동의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또 한 번 빛나는 메달의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오늘의 경기는 끝이 났지만 내년 이맘때면 또 다시 휘슬이 울리고 코트의 선수들은 다시 마주 설 것이다. 그렇게 전국체전의 열기는 계속 피어오를 것이다. 


선수단 단체사진 / 현수막 문구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배구 경기장 ▲ 양 팀 선수단의 단체 사진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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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은영
인문쟁이 김은영

2019 [인문쟁이 5기]


서울에 살며 일하고 글 쓰는 사람. 비와 냉면을 좋아하고 자서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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