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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에서 만난 100년 등대이야기

제주 산지항로표지관리소(산지등대)

인문쟁이 배재범

2019-06-11

 

▲ 제주 별도봉에서 바라본 산지등대 ⓒ배재범


해질녘 멍하니 제주바다를 바라본다. 어둑어둑 내려앉는 어스름. 검붉은 밤바다에 하나둘 고깃배가 불을 밝히기 사작한다. 나도 모르게 혼자 동요 <등대지기>를 구슬프게 흥얼거린다. 무슨 동요가 이리도 가슴 아린지? 그리움, 슬픔, 처연함 등과 같은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 해질녘 한라산 기슭에서 바라본 제주 밤바다 ⓒ배재범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아마 저 멀리 사라봉, 별도봉 사이 ‘산지등대’가 제주 밤바다 수많은 고깃배와 여객선을 안내하고 있을 것이다. 급한 성미를 참지 못하고 바로 다음 날 제주 원도심 한편의 사라봉 언덕 산지등대를 찾아 나섰다. 사라봉 언덕 위 제주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하얀 쌍둥이 등대가 우뚝 서 있다. 해안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제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 여기에 산지등대가 있다.



산지등대는 언제부터 불을 밝혔을까?



 

▲ 제주 사라봉 언덕 위 산지등대 ⓒ배재범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 무인등대로 처음 불을 밝히기 시작한 산지등대는 1917년부터 등대지기가 상주하며 긴 세월 제주 앞바다의 안전을 지켜오고 있다. 현재까지 운영 중인 최신 기술이 탑재된 새로운 등대가 1999년 세워졌고, 기존 등대는 83년간 밝혀오던 등대의 역할을 새 등대에게 물려주고 그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덩치 큰 동생을 대견해하며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고 있는 형님처럼.

 

 

▲ 산지등대 동생 등탑(좌)과 형님 등탑(우) ⓒ배재범 

 

산지등대의 등탑은 백색 원형콘크리트 구조로 높이는 18m이다. 산지등대의 불빛은 15초에 한 번씩 반짝이며 그 빛은 추자도, 청산도, 보길도, 거문도까지 도달한다. 산지등대는 제주 북쪽 바다와 사라봉, 별도봉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그래서 등대 역할뿐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산지등대 그리고 등대지기!



산지등대 출입제한(2019. 4.~12.) 알림

▲ 무인화 정비공사 중인 산지등대 ⓒ배재범

 

긴 세월 제주 바다를 지키던 산지등대가 103년 만에 사람이 없는 무인등대로 전환된다고 한다. 밤마다 망망대해를 비추던 등대지기들도 올해 연말에는 산지등대를 떠나게 된다. 100여 년 긴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등대는 이제 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등대지기의 조정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등대지기란 말 역시 쓰지 않는다고 한다. 등대지기의 정식 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으로 무선 설비와 항로 표지 기사 자격증 등을 딴 후,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전문직이다. 긴 밤 홀로 불을 켜두고 사라봉 위에 홀로 서 있는 산지등대, 그리고 홀로 선 등대만큼이나 ‘등대지기’ 아니 ‘항로표지관리원’도 외로웠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0년 등대, 산지등대!



 

▲ 제주 밤바다를 지키고 서 있는 산지등대 ⓒ배재범


제주 앞바다 바라보며 산지등대에 서 있으면 제주항에서 묵직한 저음의 뱃고동이 북소리처럼 들린다. 눈 아래 제주여객터미널에서 뿌우우~~ 울며 사라져가는 여객선들을 바라보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산지등대와 등대지기의 추억을 고이고이 가슴에 담았다.




○ 공간 정보

주소 : 제주시 사라봉동길 108-1(건입동)

전화번호 : 064)722-5707

운영 시간 : 2019.12 까지 폐쇄 예정


○ 관련 링크

홈페이지 : http://www.portbusan.go.kr (부산지방해양수산청>등대안내)


○ 사진 촬영_배재범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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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권 배재범
인문쟁이 배재범

2019 [인문쟁이 5기]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탐험하고 알리는 인문쟁이가 되어 20대에 품었던 인문학도의 꿈을 다시 꾸고 싶은 50대 아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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