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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빛바랜 추억을 찾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동네 한 바퀴

인문쟁이 이재형

2019-02-07

최근 <동네 한 바퀴>라는 TV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잊혔던 동네 골목에 숨은 인문학적 매력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이다. TV 화면 속 골목길을 볼 때마다 어릴 적 놀며 자랐던 동네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피어오른다.


태평동 골목길로 향하는 계단

▲ 태평동 골목길로 향하는 계단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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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동 언덕에서 내려다본 골목길 모습 ©이재형 


1960년대 말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골목길에는 수많은 이의 추억이 담겨 있다. 그 낡고 빛바랜 추억을 꺼내 보고자 카메라를 메고 무작정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을 찾았다. 가파른 언덕 사이로 자리 잡은 골목길을 마주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오래된 슈퍼 대원슈퍼과일야채

▲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오래된 슈퍼 ©이재형


태평동에는 어릴 적 드나들던 구멍가게를 닮은 슈퍼가 많다. 그중 한 곳에 들어서니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며 손님이 왔음을 알린다. 가게를 지키는 할머니는 마치 풍경의 일부인 듯 세월을 품은 모습이었다. 슈퍼를 나서니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띄었다. 전화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시절엔 급한 연락이 오면 전화기가 있는 이장님 댁이나 쌀집, 슈퍼로 뛰어가곤 했다. 이후 등장한 공중전화기는 필요할 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 공중전화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기 일쑤다. 


골목길에 나와 노는 아이들 모습이 정겹다.

▲ 골목길에 나와 노는 아이들 모습이 정겹다. ©이재형


슈퍼에서 산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요즘 도시 아이들은 방학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데,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영화에 등장할 법한 모습의 이발소 명랑이발관 이발

▲ 영화에 등장할 법한 모습의 이발소 ©이재형 


아이들을 뒤로하고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이발소가 보인다. 세련된 미용실이 흔한 지금, 삼색등이 돌아가는 옛날 이발소가 유독 반갑다. 주변에서 은은히 풍기는 이발소 특유의 냄새에 명절을 앞두고 아버지 손에 끌려 머리를 깎으러 가곤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옥상에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이 낯설고도 반갑다.

▲ 옥상에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이 낯설고도 반갑다. ©이재형 


이발소에서 나와 옆 골목으로 들어서니 어느 집 옥상에 널린 빨래가 눈에 띈다. 빨래부터 건조까지 세탁기가 해결해주는 요즘은 이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말끔한 옷가지가 옥상에서 겨울 햇빛을 받으며 나부끼는 풍경이 무척 정겹다. 


골목길 끝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가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 골목길 끝에 보이는 고층 아파트가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재형


빙빙빙 돌아라 내 팽이야

빨강노랑파랑 줄무늬의 오색의 내 팽이야

빙빙빙 돌아라 세상이 어지럽게

빙빙빙 돌아서 네 자릴 잡아라

돌고 도는 세상처럼 팽이는 돌아간다 


하성관의 노래 <빙빙빙>처럼, 추억이 깃든 골목이 하나둘 사라져도 세상은 돌고 돌아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 태평동 골목은 혼자 멈춰선 듯한 모습이었다. 축구공을 갖고 뛰노는 아이들과 세월이 묻어나는 이발소가 있는 태평동 골목에서 소중한 어린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꺼내 보는 빛바랜 앨범 속 흑백사진처럼 말이다. 다른 골목처럼 언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지 모를 이곳이기에, 다음 골목길 여행을 마음 깊이 기약해 본다. 


낡고 빛바랜 앨범을 닮은 태평동 골목길

▲ 낡고 빛바랜 앨범을 닮은 태평동 골목길 ©이재형


사진=이재형


* 공간 소개 및 관련 링크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골목길>

장소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시민로261번길 일대

문의 태평3동 행정복지센터 ☎ 031) 729-5710

장소 정보

  • 태평동골목길
  • 이발소
  • 대원슈퍼
  • 오래된골목길
  • 추억
  • 빙빙빙
이재형
인문쟁이 이재형

2018, 2019 [인문쟁이 4,5기]


이재형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7년째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고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끝낸 후 요즘은 아내와 어디론가 여행 떠나기를 좋아한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말처럼. 은퇴 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히 하며 ‘갑분싸’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생 2모작을 인문쟁이와 함께 하면서 여행과 인문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세계에서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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