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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목소리

-식민지역사박물관-

인문쟁이 김세희

2019-01-15

전 세계에 대한의 독립 의지를 알린 3.1운동이 이번 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계층을 불문하고 온 민중이 전국적으로 뜻을 모아 태극기를 들었던 역사적 외침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후 긴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에게는 위안부와 같이 풀리지 않은 숙제가 많다. 그런 우리에게 얼마 전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의 공동 개최에 남북이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듯했다. 


1. 식민지역사박물관 (서울 용산구 청파로48다길 27)

▲ 식민지역사박물관(서울 용산구 청파로48다길 27) ⓒ 김세희

 

조국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이 담긴 ‘식민지역사박물관’도 역사를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공간이었다. 박물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느 일본인의 서투른 한국어가 들렸다. 한 안내 직원으로부터 일본 시민단체에서 종종 박물관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적을 초월하여 역사의 길을 따르는 그들의 발걸음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둘러봤다.



나라 잃은 설움, 일제강점기


2. 조선 침략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소재로 삼은 주사위놀이판(1911)

▲ 시민사회 공감과 연대를 위한 전시공간 ⓒ 김세희

 

일제 침략의 굴레에 놓였던 어둠의 시기, 일제강점기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의 2층은 그 시절의 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도 시작된다. 특히 ‘조선 주사위 놀이판’에는 조선을 나타낸 21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 내용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임진왜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지배해 마땅한 나라로 조선을 묘사하고 있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는 일본에 조공을 바치던 속국으로 그려진다. 주사위 놀이를 통해 일본 아이들에게 왜곡된 시각을 주입했다는 사실은 일제의 치밀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3. 전쟁에 참여한 사람의 무운(武運)을 위한 천인침

▲ ‘강제병합’까지 조선 침략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을 소재로 삼은 주사위놀이판(1911) ⓒ 김세희

 

천황의 백성으로서 기쁘게 목숨을 바치라 강요당하던 일제강점기. 일제는 곳곳에 신사를 만들어 참배 하고, 창씨개명을 의무화하는 등 황국신민화정책을 펼쳤고, 청장년층 조선인은 전쟁터의 총알받이가 되었다. 박물관에는 1m 정도 길이의 흰 천에 붉은 실이 꿰어진 허리띠인 ‘천인침’이 전시되어 있다. 여성 천 명이 한 땀씩 꿰매어 만들어지는 띠는 총알을 비껴가게 하는 부적처럼 여겨졌다.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던 때에 오갔던 천인침에는 일장기 허리띠라도 만들며 간절히 빌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 담겨있다. 조선인 최초 중일전쟁 전사자인 이인석의 어머니가 천인침을 전달하지 못해 슬퍼했다는 이야기는 그 참혹한 역사를 되짚어보게 한다. 



3.1 독립선언서 초판을 보다

 

4.  3.1 독립선언서 초판

▲ 전쟁에 참여한 사람의 무운(武運)을 위한 천인침 ⓒ 김세희

 

걷잡을 수 없는 일제의 가혹한 식민 지배에도 광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민족의 구심점으로 작용했던 3.1운동이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3.1 독립선언서’에서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첫 줄의 '조선(朝鮮)'이 선조(鮮朝)'로 뒤바뀐 것이다. 인쇄된 2만 1천 장 중 활자가 뒤바뀐 것은 초판의 증거로 국내에는 극소수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 곁에는 3.1 운동을 계기로 독립 의지를 불태우며 임시정부를 수립했던 기록들이 함께 있었다. 숱한 좌절 속에서도 이 땅의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흔적은 더욱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무장 투쟁을 벌이던 간도와 연해주의 독립군과 태평양 전쟁 발발 후 국내에서 해방을 준비하던 애국지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Begin Again

 

5. 1만 2천 장의 친일 인명카드(임종국 카드)

▲ 3.1독립선언서 초판 ⓒ 김세희

 

그러나 협력과 저항이라는 갈림길에서 모든 것을 바쳤던 애국지사와 달리, 노골적으로 친일 행위를 일삼았던 지식인들도 있다. 이는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매듭지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친일 행적까지 낱낱이 기록했던 친일연구가 임종국(1929-1989)의 자취는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친일한 일제하의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참회와 반성이 없었다는 해방 후의 현실이 문제였다."

-임종국 선생 유고 중에서-


6. 식민지역사박물관 옥상에서

▲ 실증적으로 살펴보는 친일의 기록, 1만 2천 장의  친일 인명카드(임종국 카드) ⓒ 김세희

 

잘못의 인정과 진실한 반성을 강조한 그의 한 마디는 평화를 위해 나아가려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어떤 태도로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한 마디였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의 정신을 기리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후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잊지 않는 2019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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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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