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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자라나는 우리 동네 도서관

강원 춘천, 담작은도서관

인문쟁이 김지영

2018-11-01

 춘천은 잔잔한 풍경이 만들어내는 느긋함이 매력적인 도시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내게 그 매력은 지루함으로 다가왔고, 더 화려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왔을 때, 춘천은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마냥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동네의 흘러가는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골목길로 나섰다. 


담작은도서관의 노란 표지판

▲ 담작은도서관의 노란 표지판 ⓒ강태화


 추억에 젖게 하는 초등학교 사거리 뒤로 ‘담작은도서관’의 샛노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표지판을 따라 한 발짝 들어가면 펼쳐지는 작은 골목길에는 호랑이 벽화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래된 골목길 저 너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이를 위한 책 놀이터


담작은도서관 전경

▲ 담작은도서관 전경 ⓒ강태화


담작은도서관 입구

▲ 담작은도서관 입구 ⓒ강태화


 비밀의 공간처럼 골목길 끝에 숨겨진 담작은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으로, 2008년 개관해 벌써 1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담쟁이 넝쿨과 나무가 둘러싼 3층짜리 건물 곳곳에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느껴진다.


(왼쪽부터)1층 외곽, 2층으로 올라가는 깊은 층계, 3층에서 바라본 2층 풍경

▲ (왼쪽부터)1층 외곽, 2층으로 올라가는 깊은 층계, 3층에서 바라본 2층 풍경 ⓒ강태화 


 도서관 입구에 자리한 북카페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이곳을 찾은 사람을 정겹게 맞이한다. 이곳에 기부된 책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카페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펼쳐진다. 1층은 영·유아를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그림책과 놀이도구가 마련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동굴처럼 만들어져있어 벽 대신 자리한 높은 서가를 탐험하는 듯하다.


도서관 곳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어린이들

▲ 도서관 곳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어린이들 ⓒ강태화


 2층에 있는 다락방은 3면이 창문으로 되어있다.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공간을 활용한 것으로 아이들이 비밀 아지트처럼 책을 읽으며 놀기에 좋다. 또한 온전히 영·유아를 위한 공간이었던 1층과 달리, 2층에는 그림책뿐 아니라 장르문학, 만화책, 전문 서적 등 다양한 책들이 마련되어 있어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마지막 3층에는 다양한 디지털 자료와 정보기기, 그리고 여러 가지 활동을 위한 동아리실이 있다. 옥외공간과 연결된 하늘정원에서는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독서의 감성을 더해준다. 


(왼쪽부터)삼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다락방, 하늘정원

▲ (왼쪽부터)삼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다락방, 하늘정원 ⓒ강태화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도서관

 

 10년의 세월 동안 아이들에게 두 팔 벌려 품을 내어준 탓일까. 담작은도서관의 소파에는 아이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초등학교 1학년 꼬마가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는 10년이면 수많은 아이가 도서관을 거쳐 갔을 법하다.


장난스런 낙서들은 도서관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 장난스런 낙서들은 도서관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강태화


 아이들과 10년을 함께 한 담작은도서관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도서관과 동고동락하며 하루을 보내는 전부용 사서를 만나봤다.


Q. 도서관이 동네의 중심이 아니라 한적한 골목길 어귀에 있는 게 신기해요. 특별히 이곳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담작은도서관이 개관한 2008년은 기적의 도서관이 전국적으로 생길 무렵이었어요. 기적의 도서관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전용 문화 공간을 강원도에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것이 담작은도서관이에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이던 추억의 만화방에서 모티브를 따서 오래된 골목길에 자리를 잡게 됐어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것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담작은도서관이 있는 정겨운 골목 풍경

▲ 담작은도서관이 있는 정겨운 골목 풍경 ⓒ강태화


Q. 도서관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던데, 어린이도서관으로서 담작은도서관이 갖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A. 2만 7천 권의 장서 중에서 80%가 그림책, 동화책 같은 어린이 자료에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특징이죠.


 개관 초에는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도서관이 자라듯이 아이들도 자라 금세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서 그림책 프로그램의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도 시작하게 됐어요.


 2014년 시작한 ‘수다쟁이북스 컬렉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에요. 공포, 추리 탐정, 판타지, 로맨스를 주제로 매년 주제를 선정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요. 사서, 지역의 동화작가, 이용자분들, 자원 활동가들이 모여서 직접 선정한 책들과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예를 들어 추리 탐정이 주제였던 해엔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사서들이 연기하고 아이들이 직접 탐정이 되어 사건을 추리해나갔죠. 직접 움직이며 참여할 수 있다 보니 반응도 좋았어요. 그다음 해에는 판타지를 주제로 ‘나니아 연대기’를 선정했어요. 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는 상황을 도서관으로 들어오면 새로운 동화 속 세계가 펼쳐지는 식으로 재현했어요. 터키 젤리도 먹어보고, 하얀 마녀 얼굴을 상상해 그려보기도 하고요. 이 프로그램은 호응이 무척 좋아서 지역의 초등학교와 연계해서 진행하기도 했어요.


‘수다쟁이북스 컬렉션’ 중 추리탐정컬렉션을 참여하는 아이들

▲ ‘수다쟁이북스 컬렉션’ 중 추리탐정컬렉션을 참여하는 아이들 ⓒ강태화


Q.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도서관과 아이들이 함께 자란다는 느낌도 들 것 같아요.


A. 맞아요. 10년 전 ‘북스타트’라는 영·유아 공동육아 책 읽기 모임을 함께 했던 아이가 있어요. 그 아기가 자라서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어요. 얼마 전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담작은마켓’에 직접 만든 장난감을 들고 왔어요. 그 모습이 참 기특하고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도 아이들이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려고 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설퍼도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고 싶어요.



<관련 장소>

 -담작은도서관 : 춘천시 효자문길 7번길 10(효자동 469~4번지) 24336

- TEL : 033-256-6363

이용시간

  화,수,목 10:00~18:00

  금 11:00~21:00

  토,일 11:00~18:00

  (월요일 및 국가지정공휴일은 휴무)


- 효자동 낭만골목 : 강원 춘천시 효자동 541-6


<관련 링크>

홈페이지 : https://dam.winbook.kr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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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인문쟁이 김지영

2017,2018 [인문쟁이 3,4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며 대안학교에서 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강원도를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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