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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마음의 글자를 전합니다

인문쟁이 김세희

2018-03-13

 

 


서울


손으로 마음의 글자를 전합니다

손글씨로 마음을 보내는 사람들

 


 


글을 쓴다고 하지만 대부분 글자들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치고 있죠. 이 글을 만드는 지금도 저는 톡톡 키보드를 누르고 있습니다. 빠르고 수정하기 쉽고 종이 낭비도 없으며 못생긴 필체가 감춰지는 이 방법을 뿌리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마감만큼은 잠시 놓고 싶어집니다.


홈리스의 자활을 위한 잡지 『빅이슈』 신도림역 1번 출구 판매원 

 

'빅이슈' 신도림역 1번출구 판매원의 손편지(2월)

 ▲ 『빅이슈』 신도림역 1번출구 판매원의 손편지(2월)


평소 신도림역을 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남편과 저는 일부러 신도림역 1번 출구를 찾았어요. 보통 『빅이슈』 판매원을 ‘빅판’이라고 부릅니다. 독특한 빅판이 그곳에 있다고 듣고 찾아갔어요. 『빅이슈』 안에 그가 쓴 손편지가 있다는 소식이었죠, 복사로 된 편지였지만 꾸준히 손글씨를 배우며 매달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빅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잡지 안에 판매원의 손글씨를 만날 수 있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혹한이라는 시련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빅판의 마음을 손에 담았습니다. 숨가쁜 일정 속에서 종종 도망치고 싶던 틈이 그가 쓴 기형도의 『엄마걱정』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빅이슈』 2월호에 담긴 빅판의 모습신도림역 1번출구 빅판의 일터

 ▲  『빅이슈』 2월호에 담긴 빅판의 모습과 신도림역 1번출구 빅판의 일터


약소한 오렌지 주스를 건네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나왔던 신도림역 1번 출구 빅판의 손글씨 이야기를 보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죠. 그저 솜씨가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던 빅판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거친 바람 속에서도 보드라운 글을 짓는 동안 눈물을 흘리진 않았을까요. 그 정성을 만나고 있노라니 겸허해집니다.


삼청동과 덕수궁의 '온기 우편함'을 찾아보세요!

 

덕수궁에서 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온기 우편함

 ▲  덕수궁에서 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온기 우편함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풀어놓고 싶을 때, '온기 제작소'에서 마련한 온기 우편함에 익명으로 편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1~2주 후면 우리가 적은 주소로 누군가가 답장을 보낸다고 해요. 비영리단체인 '온기 제작소'는 노란 우편함을 서울에 두 곳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덕수궁, 나머지 하나는 삼청동 옆에 말이죠. 온기 우편함이 담긴 주변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았어요. 지나가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예쁘고 귀여운 온기 우편함에게 한 번쯤 눈길을 보내더군요. 

 

안국역에서 삼청동으로 가는 길목안국역에서 삼청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온기 우편함

 ▲  안국역에서 삼청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온기 우편함

  

슬쩍 우편함 안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몹쓸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실행하진 않았어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연이 담겨져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거죠. 누구든 온기 우체부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해진 활동 시간에 꾸준히 손편지로 답장을 적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해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실천을 하고 있을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필사모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움받을 용기' 중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필사해 본 일

 ▲  '미움받을 용기' 중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필사해 본 일


아는 언니가 필사를 시작했다고 안부를 전했습니다. 정말 책의 내용을 고스란히 옮기는 작업이었어요. 블로그를 하고 있기에 간간히 그녀의 필사 내용을 탐독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열심히 필사한 기록들을 사진으로 남겨 올려두었지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고른 것 같았습니다. 뜨개질을 할 때의 감정일까. 책을 대하는 정성어린 마음을 의미하는 걸까. 블로그에 띄운 글자보다 그녀의 손글씨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다르구나. 그녀의 손글씨를 본 것도 처음인 것 같고 글씨체에 담겨진 그녀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녀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기도 했고요.


손편지 제작소 광고를 보면서

 

'손편지 제작소'의 조아름 대표의 모습(현대자동차그룹 광고)

 ▲ '손편지 제작소'의 조아름 대표의 모습(현대자동차그룹 광고) ⓒ 손편지 제작소


우연히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청년창업의 사례를 담은 장면이었는데 '손편지 제작소' 조아름 대표의 양천구 사랑방 ‘손편지 교실’ 모습이었습니다. 문득 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부족한 사람인데도 인문학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인문 360도와의 추억을. 톡톡 두드리는 지금의 방식이 아닌 꾹꾹 눌러담아 보내고 싶은 마음을 말이죠.


인문쟁이로서 행복했습니다      

 

인문쟁이 3기의 끝자락에서 쓴 손편지 엽서는 성미산마을 사진가였던 가림토 作

 ▲  인문쟁이 3기의 끝자락에서 쓴 손편지 엽서는 성미산마을 사진가였던 가림토 作 




사진= 김세희, 빅이슈, 온기 제작소, 손편지 제작소,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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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링크

신도림역 1번출구 <빅이슈> 판매원의 이야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173919 

온기제작소 : https://www.ongistudio.or.kr/

손편지 제작소 : http://www.handyletter.co.kr/

장소 정보

  •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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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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