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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

인간 본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

김선주

2017-10-19

정유정 작가

Q.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로 인한 삶의 변화가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A. “작가가 된 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무척 행복해요. 무엇보다 자유로워졌죠.”
어려서부터 작가가 꿈이었어요. 근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20대를 다 보내고 결혼을 했죠. 결혼할 때 남편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글을 쓰겠다고 약속했어요. 직장은 간호사 생활을 5년 6개월 정도 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9년을 보냈어요. 사람들이 제가 간호사 생활을 굉장히 오래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회사 생활을 더 많이 했어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부터 약속대로 습작을 시작했어요. 6년 정도 글을 쓰면서 공모전도 많이 떨어졌죠.(웃음) 드디어 청소년문학상을 탔는데 그 뒤로 청소년 문학 청탁만 들어오더라고요. 저는 원래 스릴러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재등단을 했어요. 그렇게 마흔셋에 『내 심장을 쏴라』로 다시 등단하면서 본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거죠.
직장 생활을 거의 15년 가까이 했는데 사실 저는 조직형 인간이 아니라서 힘들었어요. 작가가 된 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에서 무척 행복해요. 무엇보다 자유로워졌죠. 책을 내면 굉장히 바빠지는데 그렇게 바쁠 때도 심적으로는 편안해요.

 
  • 정유정 작가

Q.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에 끊임없이 천착해오셨는데, 이러한 탐구를 스스로 지속하게 하는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성격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관련 공부들을 계속 하다 보니 특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간호사 생활을 할 때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성격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일하던 곳이 중환자실이었는데, 거기에 있으면 죽기 직전이거나 극적으로 살아서 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돼요. 혼수상태 혹은 혼돈에 빠진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그럴 때 인간의 무의식은 대개 공격적으로 변해요. 그런 상황들을 겪다 보니 ‘무의식이란 뭘까’ 궁금해졌어요. 특히 간호대학 시절에 정신과 실습을 나갔다가 그게 저에게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관련 공부들을 계속하다 보니 특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과 출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대중 과학서에 관심이 많아요. 인간을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 생물학이라고 해요. 인간을 문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은 심리학이고요. 생물학이 육체만을 다룬다고 생각하는데 파고들어 가면 뇌과학, 인지과학, 인간의 사고나 본성, 성격 등이 생물학과 떼려야 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공부들을 하다 보니 점점 더 깊이 파고들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사회적인 현상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보니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관한 부분이 계속 걸리는 것 같아요.

 

Q. 이러한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 곧 인문학의 출발이 아닐까 싶은데, 인문이란 무엇일까요?ㅋ
A.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모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심리학도 인문학에 속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인간을 가장 문학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선택에서 감정을 빼면 합리적인 선택지만 남게 되기 때문에 선택이 굉장히 쉬워져요. 그러나 감정이 있기에 자신이 조금 불편을 겪더라도 타인과 상황을 고려하게 되고 선택이 어려워지는 거죠. 인문학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간 감정과 정서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이 있는 정서를 다루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범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결국 인문이란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모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정유정 작가

Q. 장르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자기가 정확히 어떤 장르를 쓸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자기가 정확히 어떤 장르를 쓸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분이 추리소설과 스릴러를 잘 구분하지 못해요. 추리소설은 ‘범인 찾기’가 목적이에요. 독자의 허를 찌르는 기발함과 범인을 끝까지 감추는 속임수가 중요해요. 독자와의 지적 게임이죠. 스릴러는 ‘살아남기’가 목적인 일종의 생존 게임이에요. 그러니까 범인이 일찌감치 밝혀지면 추리소설이 아니라 스릴러인 거죠. 이 둘을 독자들은 헷갈려도 재밌으면 그만이지만, 쓰는 작가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느 부분에 치중해야 하는지 알고 형식을 장악할 수 있어요. 작가가 형식을 장악하지 못하면 장르 소설에 있어서 맥이 빠져요. 장르 소설 작가는 자기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고, 내가 할 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그다음에 내가 하고자 하는 게 어떤 장르인지를 알고, 그다음에 형식을 장악해야 플롯을 짤 수 있는 거죠.

Q. 글을 쓸 때 인간의 심리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공부)이 있으신가요?
A.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책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그 사람의 책을 다 찾아 읽었어요.”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를 좋아하는데, 그분이 인간은 살인으로 진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쓰셨어요. 국내에서는 『이웃집 살인마』라는 제목으로 번역돼서 마치 스릴러 소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인간 본성에 있는 선한 부분과 악한 부분 중에서 질투•욕망•쾌락 등을 진화론적으로 다룬 책이에요. 그 책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그 사람의 책을 다 찾아 읽었어요. 그러면서 인간의 충동이 어느 지점에서 발동이 되는지 같은 문제들이 이해 가더라고요. 물론 여기서 이해를 한다는 건 ‘용납한다’는 뜻이 아니라 ‘안다’는 뜻이에요.(웃음)

 
  • 정유정 작가
  • 정유정 작가

Q. 타인을 이해하고 자기를 이해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A.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에서부터 시작해야죠.”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에서부터 시작해야죠. 살면서 힘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상처를 많이 주기도 하는 게 바로 가족이잖아요. 저는 거기서부터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이해하려면 역지사지가 필요해요.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죠. 사이코패스는 그게 안 된다고 해요. 그들은 인간의 감정은 귀신같이 알아채요. 타인을 파악하는 능력이 빠르고 머리로 이해는 해요. 다만 타인의 슬픔에 같이 슬퍼지진 않는 거죠. 사회가 좀 더 소통이 되려면 우선 공감 능력이 키워져야 하는데, 점점 공감 능력은 떨어지고 자기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염려되기도 해요.
자기를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인간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상대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해요. 사람이 한 시간에 평균 18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거울을 볼 때도 자기 자신을 사실대로 보지 않고 더 멋지게 더 예쁘게 보기도 하잖아요. 자기를 이해하려면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 해요. 일단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고 솔직한 모습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해요.

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학의 쓸모’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광활한 우주를 한계 없이 은유할 수 있는 분야는 이야기 예술 중 유일하게 문학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라는 것은 삶에 대한 은유예요. 문학은 이야기 예술의 한 분야인데, 요즘 이야기 예술 중 영화나 드라마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러면 이 영상 시대에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생각해보면 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저는 광활한 우주를 한계 없이 은유할 수 있는 분야는 이야기 예술 중 유일하게 문학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가장 본령이 되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방대한 것을 다룰 수 있기도 하고요. 영화나 드라마는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없지만 글은 쓰고 싶다면 ‘누구나’ 쓸 수 있어요. 문학의 효용성은 그런 데에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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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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