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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360 테마토크 - 횡단 #2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다

민소연

2020-01-29



인문360은 2020년 첫 주제인 ‘횡단’을 중심으로 김현민 기자와 김봉석 인문360 편집장, 그리고 백민석 작가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어본 테마토크를 진행했다. 3개월 동안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긴 여행을 다녀온 백민석 작가의 흥미로운 경험과 깊이 있는 성찰, 김현민 기자와 김봉석 편집장의 다각도의 관점과 의견은 우리가 지금까지 막연하게 느낀 ‘횡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중 몇 가지 화두를 소개한다. 전체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의미'



횡단 테마토크 현장


김현민 - 편집장님께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비록 인간은 유한하지만 까마득하게 오래된 유적 등을 통해서 다른 시간대를 느낀다고. 작가님이 아까 6시간의 시차를 경험하면서 각 지역에 내릴 때마다 시계 바늘을 돌린다고 하셨는데, 저도 장거리 여행을 갔을 때 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시계 바늘을 돌립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돼요. 굉장히 철학적인 말인 것 같지만 정말 실질적으로 그러한 감각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런 경험이 작가님에게 어떤 생각을 갖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백민석 - 시간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신뢰라 할 수 있죠. 왜냐하면 시간이 한 시, 두 시, 세 시... 이렇게 차례대로 흘러간다는 생각을 못하면, 그런 믿음이 없으면 사람이 잠을 잘 수가 없잖아요? ‘6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고 6시간 후에 일어났더니 9시간이 흘러 있다? 이러면 세상을 어떻게 살겠어요? 인간이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유일하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게 시간에 대한 믿음인데, 그것이 세계의 총체성을 구성하죠. 세계라는 것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총체성인데, 그런 것을 구성하는 것이 시간이겠죠.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확실하고 확고하게 감각을 갖추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김봉석 편집장 - 시간의 편재성을 느낄 수 없는 인간


김봉석 -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시간이 편재(在)한다.'는 개념.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펼쳐져 있다는 것을 현대 물리학에서는 이미 진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간이 시간은 '흘러간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어쨌든 인간은 뭔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체험이라든가 아니면 약간 초월적 현상이 아니면 사실은 (시간의 편재성을 느끼기가) 불가능하거든요. 결국은 인간은 순차적인 시간만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결국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한, 시간의 본질이라는 것 자체를 느끼기는 쉽지 않은 거죠. 어떻게 보면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다른 것들을 체험하고 싶어서. 예를 들어서 예전에 저는 북경을 90년대 중후반에 처음 갔었는데, 그때 느낀 것은 북경이라는 곳은 한국으로 따지면 60년대부터 다 있구나,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가 한 거리에서, 블록마다... 이런 느낌들... 그런 느낌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역사를 바꾼 인류의 횡단 



김현민 - 역사적으로도 횡단하는 사람들에 대한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고 작가님이 사전에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조금 들어보고 싶어요. 


백민석 작가


백민석 - 뭔가 위기가 있을 때, 사람들이 자기가 살던 지역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죠. 

이를테면 에드워드 기번이라는 사람이 쓴 <로마제국 쇠망기>를 보면 사례가 잘 나와 있죠. 한 4세기부터 이민족들이 이탈리아로 치고 내려옵니다. 위에서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훈족, 스키타이,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쪽에 있던 그런 이민족들이 이탈리아로 침공해서 결국에는 서로마 제국을 망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로마제국 쇠망기>라는 것이 로마제국에 대한,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민족의 침략에 로마가 어떻게 당했는지에 대한 역사서도 되거든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반달족, 그들이 5세기에 내려와서 서로마제국을 멸망시켰죠. 반달족도 기근으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위기와 시련에 대응해서 결국에는 대륙을 횡단해서 이탈리아까지 왔던 거죠. 개인이든 민족이든 위기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살던 데를 떠나서 다른 데로 횡단을 하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이탈리아 사람들도 이번에는 동진을 하죠. 반달족이 서진을 했다고 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동진을 해서 이스라엘을 점령하잖아요? 이스라엘을 점령해서 자기네 교회를 세우고, 거기서 십자군 전쟁도 일으키고... 그 이유도 분명히 있었죠. 유럽에서 정신적 위기가 벌어지죠. 종교가 위기에 처하고 사람들이 구심점을 잃어가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거죠. 지금의 페르시아, 예루살렘 그쪽을 점령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횡단이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혜초 스님 있잖아요? 혜초 스님이 인도로 건너 간 게 아마 8세기인가 그럴 거예요. 그래서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책도 남기고 했는데, 그 분도 개인적인 정신적 위기를 겪고 그것을 종교로 극복하기 위해 인도까지 갔을 거 아니에요? 그런 위기들이 사람이 횡단을 하게 만드는 거죠.


김봉석 - 저는 미드, <바이킹스>를 봤을 때 사실, 그에 대한 생각을 좀 했어요. 바이킹이 살던 곳이 북구니까 춥고 먹을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굶주리면서 자기들끼리 늘 싸우는 거죠. 그중에서 평민이었던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바다 멀리 가보자 우리, 거기에 뭔가 있을 거다'라고 해요. 바다 끝에 가면 벼랑이 있고, 벼랑 밑에 괴물들이 있다고 믿으며 거기가 세계의 끝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가자’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처음엔 모두 미친놈이다 하지만, 결국은 가요. 그래서 영국을 침공하는 거죠. 그 평민이었던 주인공은 나중에 왕까지 되고요. 그 와중에 바이킹들의 욕망은 단순하게 침공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들의 땅을 만드는 것이죠. 영토를 확장하고 개척하는 거죠. 그래서 프랑스, 지중해까지 나아가고... 

그런 욕망이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저는 <바이킹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개인들의 욕망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선구자의 용기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인간의 애초에 근원적인 갈망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나서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 테마토크 참여자 - 백민석, 김현민, 김봉석 

○ 영상, 스틸 촬영 - 이중일, 백승화,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이중일 

○ 도움 주신 곳 - 명필름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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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에 깃든 이야기를 보고 들어 글을 쓴다. 언젠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이미지_ⓒ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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