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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

인류 너머의 사랑

김선주

2018-01-18

 

Q. 국내 1호 야생 영장류학자로 알려져 계신데, 생태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관심 있던 것을 계속 가져온 케이스죠. 연구 주제를 정할 때 괴로웠어요. 하나를 파야 하는데 하다 보면 다른 것도 좋더라고요. 연구하던 어떤 것이 다른 것과도 엮여 있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긴팔원숭이를 연구했었는데 이 동물 하나의 생사에 천착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구 분야가 생태학이라는 건 다른 분야와 달리 연구 대상에 정이 들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안녕이 걱정되는 수준이 돼요. 심지어는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윤리적인 당위성마저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넓은 것, 생명이 가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면을 찾다 보니 생명 다양성까지 미치게 됐어요.

 
  •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

Q. 생태계라는 말이 자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만큼 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생태계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A. “저절로 꾸려나가는 법칙 같은 거죠. 강자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서로 얽혀있으면서 상생과 경쟁, 기생의 구조가 있는.”
저절로 꾸려나가는 법칙 같은 거죠. 강자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서로 얽혀있으면서 상생과 경쟁, 기생의 구조가 있는. 경제나 문화생태계 등 은유적인 표현을 하는 많은 경우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을 말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해요. 그런데 동시에 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요하죠. 생태라는 말이 너무 난잡하게 쓰이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만 친환경이나 녹색 냄새만 나면 다 생태라고 하니까 단어의 가치가 퇴색될 때도 있어요. 생태라는 말이 쓰이려면 정교하게 얽혀있어야 하고, 하나가 지배하고 있어도 안 돼요. 그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건 없어요. 지배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가령 경제생태계라고 했을 때, 대기업이 시장을 다 잠식하고 있는데 이걸 약육강식이니 적자생존이니 하면서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거죠. 실제 정글은 그런 식으로 되어있지 않아요. 다양한 것들이 공존하죠. 자기 입맛에 따라 생태계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자연을 거울삼을 다른 경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우리는 자연에서 어떤 것을 거울삼아 배울 수 있을까요?
A. “자기의 가치를 잘 모르면서도 가치 있는 행동을 하거나 발산할 때 가장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간단한 예를 들면 쓰레기 같은 것이 있겠죠.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면 중 하나는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무리 완전무결한 사람이라도 쓰레기를 벗어날 수는 없어요. 은행나무 같은 가로수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건 원래 흙바닥에 떨어져서 다 먹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보도블록에 떨어지면 쓰레기가 된다는 거예요. 자연에서는 재활용이 잘 되고 시스템이 완전해요.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은 아무것도 안 해도 쓰레기를 만드는 거죠. 비둘기나 들고양이를 무시하고 살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쓰레기를 덜 만들고 사는 존재예요. 그들은 모르고 있지만 오히려 모르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게 참 아름답죠. 자기의 가치를 잘 모르면서도 가치 있는 행동을 하거나 발산할 때 가장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
  • 야생학교 도시인의 생태감수성을 깨우다 /  비숲 / STOP

Q. 종이 다양한 것이 정글의 법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인간은 다양성을 곧 다름으로 보고 배척하는 경우가 많아요.
A. “다양성을 인정해야만 건강한 생태계가 될 수 있겠죠.”
이제는 한국에서도 다양성이 가치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성과 균일함의 가치가 굉장히 난잡하게 존재해요. 다양성 가치가 사회에 적용되는 것을 보면 서로가 너무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눈치를 보고 현재 있는 기호에 맞추려고 하는 시도가 대부분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중요거든요. 현재의 기호가 잘 구성돼있으니까 새롭게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필요해요. 방송도 대중이 원하지 않는다며 항상 같은 것만 만드는데, 대중이 좋다고 하는 게 정말 좋은 거라면 지겹다는 시청자 평도 없고 새로운 기획안이 부결되는 일도 없어야죠. 그렇지 않으니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거고, 또 그렇게 다양성을 인정해야만 건강한 생태계가 될 수 있겠죠.

Q. 우리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생태학적 관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생태학적 관점은 인간사회가 위기에 와있는 이 시점에 당연히 채택해야 하는 관점이에요. 진짜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자연과 지구와 전체 인류가 잘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니까요.”
살면서 가져야 할 하나의 관점이 있다면 그건 생태학적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의 근본 원리가 생물계에 체화되었다면 그게 곧 생태적 관점인 것 같아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게 자본주의라고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그것의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잖아요. 자본주의가 정말 꼭 필요한 거라면 자기 아이한테도 처음부터 재무회계 가르치고, 돈이 중요하다거나 다른 사람보다 너부터 챙기라는 교육을 해야죠. 하지만 우리는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고 돕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삶을 가르치잖아요. 그건 우리가 가치와 의미가 있는 삶을 원한다는 거예요. 생태학적 관점은 인간사회가 위기에 와있는 이 시점에 당연히 채택해야 하는 관점이고,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심지어 민주주의도 그 아래죠. 진짜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자연과 지구와 전체 인류가 잘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니까요. 따라서 생태주의는 분야와 상관없이 차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분야라도 접점은 있어요. 자기가 전혀 다른 분야라고 해서 생태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건, 그건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사람이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은 거예요. 자기가 혼자 관심 없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

Q. 도시인들이 갖추어야 할 공존과 상생을 위한 노력과 자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생태와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는 나서서 보듬어주고 사회의 가치로 포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캠페인도 좋지만 캠페인의 한계는 한번은 하더라도 유지가 힘들다는 거예요. 그러니 자기의 기준을 조금 낮추더라도 계속해서 그런 삶을 살고 추구해야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에요. 인간을 넘어선 사랑만이 저는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에 국한하는 순간 인종과 종교와 같은 부분 집합을 깔게 되기 때문에 그것을 열어놓음으로써 통합적으로 사랑할 수 있어요.
한국사회는 연애나 결혼을 하면 이성 친구는 다 끊어야 하고 남을 멀리함으로써 나와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이상한 증명 관계가 있는데, 환경과 인간 사이의 이분법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돼요. 인간을 사랑하면 환경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되는 거죠. 환경보전을 하자고 하면 개발이다 뭐다 해서 ‘일단 인간이 살고 봐야지’ 하는데, 사실 인간과 자연의 균형은 99대 1이거든요. 환경 때문에 이것도 못 하고 저것도 못 하면 힘들다고 하지만, 동물들과 녹지는 당장 생명의 위기, 멸종의 위기에 놓여 있어요.
그러니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자는 거에요. 우리가 생태를 얼마나 왜곡하고 멀리 두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기대고 활용하고 있는지를요. 그만큼 생태와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는 나서서 보듬어주고 사회의 가치로 포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인간의 존재감을 약화하면서 별것 아닌 자원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을 멋으로 아는 삶이 좋은 삶인 거 같아요.”
인간의 존재감을 약화하면서 별것 아닌 자원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을 멋으로 아는 삶이 잘 먹고 잘사는 길인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영화의 명장면으로 찰리 채플린이 빵 두 개만을 가지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어요. 가장 적은 것을 가지고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하는데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 아닐까 싶었어요. 예술에서도 그렇고 삶에서도 그런 걸 추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최소를 가지고 최고를 하는 그런 세계관을 가지고 산다면 그게 인간답게 사는 삶이고 후회되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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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선주
김선주

월간 『Chaeg』『TheSeoulive』 에디터(기자). 책의 물성과 글의 냄새를 좋아하여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하며 산다. 자신만의 세계를 선명하게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지나온 길에 찍힌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매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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