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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채식주의자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2021-02-08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산문집. 로스쿨 대신 로큰롤, 옥스퍼드 대신 해방촌...

전범선 지음/한겨레출판/2020/208/13,800원

 


1등만 기억하는 나라에서 1등으로 살았다. 그러나 막상 민사고에 가보니 부질없었다. 1등만 모인 1등 학교에서도 1등은 결국 한명뿐이다. 그제야 ‘공부는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에서 탈출했다. 내가 선택한 역사와 음악 두 분야 모두 줄세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독창성과 설득력이 관건이었다. 인문학과 예술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35쪽


다트머스에 재학 중이던 2012년, 나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그러다 피터 싱어의『동물 해방』을 만났다.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동물도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책이다. 나는 싱어의 논리를 반박하려고 발버둥 쳐보았다. 그의 주장에 동의했을 때 바꿔야 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옳았다. 나는 싱어가 ‘다윈주의 좌파’라고 부르는 이데올로기를 따르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68쪽


누구나 더 높은 곳을 꿈꾼다. 내가 원하는 삶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이 선망하고 떠받들어주는 삶이기에 그 욕망이 더 커진다. 최고의 최고를 축구하는 건 그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능력이 따르고 받쳐줘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코스를 밟은-민족사관고등학교·다트머스대학·옥스퍼드대학-청년의 앞날은 누가 봐도 전도양양했다. 그러나 주인공인 청년은 자신의 삶이 남의 눈치에 휘둘리는 방식으로 채워지는 것을 거부했다.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이 청년에 주목한 것은 그의 학력이 아니다. 성대 앞 서점 풀무질을 인수하고 밤에는 밴드 연주자로 살아가면서 독립문화인을 실천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자유에 최대한 충실하겠다는 그의 인생관을 잘 녹여낸 책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이력을 미련 없이 팽개치면서 ‘충분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안하게 사는’ 청년이다. 그의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천민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양반답게 살고 싶어하는 이 청년이 던지는 실존적 성찰은 제법 묵직하고 예리하며 균형도 갖췄다. ‘멋진 물고기’ 같은 청년 전범선을 응원하고 싶어하게 만드는 책이다.


추천사 : 김경집 위원 (인문학자·前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2월 추천도서> 인문예술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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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
전범선

1991년 강원도 춘천 출생. 글 쓰고 노래하는 사람.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밴드 ‘양반들’ 보컬이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상을 받았다. 이후 예술가 겸 사업가, 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책방 ‘풀무질’ 대표, 출판사 ‘두루미’ 발행인이다. 비거니즘 잡지 「물결」을 펴낸다. 2020년 현재 해방촌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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