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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위하여

기획노트

장석주

2015-11-27

  • 시작을 위하여

    사진=이한구 작가

기원전 6세기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불멸’이 ‘유한’이고, 끝과 죽음을 머금은 ‘유한’이야말로 ‘불멸’을 머금는다는 역설을 펼쳤다. “불멸은 유한하며, 유한한 것은 불멸한다./살아 있는 사람은 타인의 죽음을 살며/죽은 사람은 타인의 삶을 산다.”(‘단장’) 살아 있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의 시간을 살고 있다. 거꾸로 죽은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에 기대어 자신들의 죽음을 산다.

시작은 끝으로 이어지고, 끝은 다시 시작을 물고 돈다. 개인과 국가가 도모하는 일들은 다 시작이 있고 시작은 끝을 향하여 내달린다. 불멸은 유한한 모든 것들의 불가능한 꿈이기에, 우리는 끝을 애석해 하지 않고, 아울러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작은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서 땅을 비옥하게 만들 것이기에! 그리고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야 비로소 더 많은 밀알을 맺듯, 끝은 언제나 또 다른 결실을 낳는 또 다른 시작이 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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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장석주

(기획자문위원)시인. 인문학 저술가. 『월간 문학』 신인상에 당선해 문단에 나오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하여 시와 평론을 겸업한다. 스물 다섯에 편집자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13년 간 직접 출판사를 경영한 바 있다. 1993년 출판사를 접은 뒤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방송진행자로도 활동했다. 시집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 를 포함해 『마흔의 서재』, 『새벽예찬』, 『일상의 인문학』,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등 다수의 저서를 냈으며 최근 필사에 관한 저서인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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