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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수명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 이달의 질문 -

이정모

2021-01-04

 

 


인문쟁점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인문학적 과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은 사색,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만든 코너입니다. 매월 국내 인문 분야 전문가 두 사람이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봐야 할 만한 인문적인 질문(고민)을 던지고 여기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1983년 대학에 갔을 때 선배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몇 번 갔습니다. 한쪽에서는 가야금병창을 하고 있고 모든 하객이 돌아가면서 큰절을 올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죠. ‘나도 아버지 환갑잔치를 꼭 열어드려야겠다’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가 아닙니다. 아버지가 환갑이 됐을 때는 아무도 환갑잔치를... ...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3년 5월호 표지, 타임 2015년 2월호 표지

<좌>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3년 5월호 표지, <우> 타임 2015년 2월호 표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3년 5월자 표지기사의 제목은 “이 아기는 120살까지 살 거야”였습니다. 조동사 will을 써서 단언하였죠. 불과 2년 뒤인 2015년 2월 23일자 <타임>의 표지기사는 조심스럽게 조동사 could를 썼지만 숫자는 142로 늘어났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will과 could 모두 적절한 조동사죠.


막연한 주장이 아닙니다. 올해 11월 27일자 우리나라 언론에는 일제히 “회춘의 꿈 현실로?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로 되돌아갔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KAIST와 아모레퍼시픽의 연구를 다룬 기사죠. 실제로는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로 돌아간 게 아니라 피부 세포의 노화를 막는 원리를 발견했을 뿐이지만 우리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굳이 연구를 살펴볼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로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1983년 대학에 갔을 때 선배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몇 번 갔습니다. 한쪽에서는 가야금병창을 하고 있고 모든 하객이 돌아가면서 큰절을 올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죠. ‘나도 아버지 환갑잔치를 꼭 열어드려야겠다’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가 아닙니다. 아버지가 환갑이 됐을 때는 아무도 환갑잔치를 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회갑을 맞았을 때도 역시 회갑잔치 같은 것은 하지 않더라고요.



1만 2천년동안 진행된 지구 인구변화추세(이미지 출처 : our world in data)

1만 2천년동안 진행된 지구 인구변화추세(이미지 출처 : our world in data)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구의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류의 인구는 약 1만 2천 년 전 신석기시대를 맞이할 때 불과 400만 명 정도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인구가 서서히 늘기는 했지만 이는 지구 생태계가 견딜 수 있는 정도였죠. 하지만 산업혁명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석탄과 석유라는 값싸고 강력한 에너지원을 획득한 인류는 지구 역사상 볼 수 없었던 생물량 증가를 보이죠. 


인류의 생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지구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컨대 지구상에 최소 1만 5000종이나 되는 개미들 전체 무게와 1종 뿐인 인간들의 전체 무게가 같아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급격한 인구 증가는 지구생태계를 단순화시켰고 그 전까지 촘촘했던 생태그물망을 느슨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자연 생태계에 미안할 뿐, 우리의 생존과 바로 연결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대변화에 따른 연령별 인구 구성( 이미지 출처 : national stastical office)

우리나라의 시대변화에 따른 연령별 인구 구성(이미지 출처 : national stastical office)



그런데 어느덧 이게 우리의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연령별 인구 구성이 달라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적당한(?) 시기에 사망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훨씬 적게 태어나는데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구구성을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에서 흔히 말하는 피라미드 꼴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말에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4세 이하의 어린이 인구를 초과했지요.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죽하면 2015년 UN은이 청년의 정의를 새로 바꿨을까요?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18~65세가 청년이고 65~80세가 중년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지금의 노인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노인이 일을 함으로써 젊은 세대에게 부양의 의무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많은 문제가 남습니다.


 

[이달의 질문] 개인의 수명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 질문자 -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 관장)

 

Q. 존경하는 김경집 선생님께 여쭙니다. 현재 추세라면 과학과 의학은 인간의 수명을 150살 이상으로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지구 안에서 무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지구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 집단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위적인 수명 조절이 필요한 시대가 올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결정은 어떤 기준으로 누가 해야 할까요?

 

 

 

1월 [이달의 질문] 개인의 수명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⑨

12월 [이달의 답변] 모든 답이 그런 건 아니지만 모든 질문은 옳으니까요 ⑧

12월 [이달의 질문] 쏟아지는 시집들... 우리는 시를 왜 읽어야 할까요?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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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연세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생화학을 공부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유기화학을 연구했지만 박사는 아니다.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을 거쳐 현재는 국립과천과학관장으로 일하면서 대중의 과학화를 위한 저술과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이 가르쳐 준 것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달력과 권력> <공생 멸종 진화> <해리포터 사이언스>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등을 썼으며 <인간이력서> <매드사이언스북>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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