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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왜 다시 주택인가

주거 양식의 변화

양용기

2018-04-04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처음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 등장했을 때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층의 주거형태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 4층 규모의 초기 아파트인 종암아파트는 사람 위에 사람이 사는 낯선 시스템이라 편안한 주거시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점차 아파트의 편리함이 알려지고 서울 한강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상류층의 인식이 바뀌고 초기 아파트는 문화주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파트는 수도 인구 밀집과 한국 전쟁 이후 서민의 주택건설이라는 특이 상황에 맞물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 나가게 된다. 그러나 아파트의 원조인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주택건설이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는 일시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자 서민을 위한 주거시설 공급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처럼 대단지 아파트 건설이 드물뿐더러 주도적인 주거정책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은 부족한 주거시설 해결과 장기적 주택의 모델이 없었기에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아파트가 진정 우리가 원하는 주거 양식이라면 이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형태에 적합한 주거형태가 아니라 단지 새로운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파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는 곧 대안이 생긴다면 아파트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파트가 주거문화를 잠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도시 집중화였다. 그래서 인구 분포율이 균등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로가 더 건설되어 도시의 연결이 짧아지고 인구의 증가율이 둔화해 각 지역의 홀로서기가 시작되면서 주거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곽길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모습

▲ 성곽길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모습


주거에 대한 새로운 시도


최근 주거문제에 대한 시각이 아파트에서 개인 주택으로 새로이 옮겨지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도시 기능의 세분화로 인한 도시 인구의 범위 확장, 고속화 도로 건설로 늘어난 도시연결의 효율성, 인구 감소에 따른 주거문제 둔화, 시민의 문화 욕구 증가, 부동산 투자가치로 아파트의 인기하락, 고령화 시대의 도래 그리고 가족의 세분화로 인한 주거면적의 소규모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면서 주거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아파트를 선호하는 큰 이유는 바로 범죄에 대한 안전문제 때문이었다. 아파트는 수위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주민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나, 개인 주택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시도된 것이 바로 용인, 판교, 광교 또는 동탄에 있는 단지형 단독주택, 블록형 단독주택, 전원주택이다. 하나의 영역 안에 개인 주택이 밀집해 있고 아파트와 같은 안전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아직 신도시라는 도시형 주거영역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초기에는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주거형태로 등장한 성격이 크다. 도심을 벗어난 단독 전원주택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는 도시에 적응해온 사람들에게는 시도하기 버거운 면이 있어 신도시에서 급속도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답답한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 내면에는 비록 공동의 면적이어도 주거 이외의 환경을 갖고 싶어 하는 바람도 있다. 주거면적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파트의 단점에 비교해 볼 때 단독주택은 심리적인 영역이 무한대에 가까운 확장성을 갖는다는 것이 우선적인 선호이유이다. 사실 이러한 단지형 단독주택은 유럽보다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미국 단독주택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관리되는 부대시설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거 형태는 개인 주택으로 가는 시발점으로, 인구의 감소와 도시의 세분화가 계속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과거의 개인 주택 평면이 다음 세대에도 진행될 것이다. 

 

길을 따라 드문드문 늘어선 전원주택

▲ 길을 따라 드문드문 늘어선 전원주택

 

주택의 디자인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주거형태가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바로 평면과 디자인이다. 한국에서 아파트가 시작되었던 시기는 질보다는 주거 문제 해결이 절박했다. 그러나 오늘날 단독주택으로 주거의 지형도를 이동하는 한국은 선진국 수준이고, 이를 주도하는 부류도 초상류층이 아니고 일반 상류층이며 고학력자들이다. 이들은 주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생활 수준을 고려하기 때문에 단독형 전원주택과는 상황이 다르다. 단독주택은 아파트가 가진 획일화된 평면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소통을 고려한 평면을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의 장점 및 생활(취미)과 휴식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특히 캐나다에서 시작된 주택의 디자인에 대한 지식도 널리 퍼져,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클래식한 디자인이 많은 반면 분당의 구미동 같은 경우에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적용해 내부뿐 아니라 외부적인 형태디자인에서 만족감을 나타낸다. 이는 기존 아파트가 갖지 못한 부분이다.

초기 관 주도하에 시도될 수 없었던 주거 정책이 이제는 우리 자체적으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회변화에 맞는 새로운 주거 형태의 등장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거의 형태가 곧 그 나라의 수준을 말한다. 지금 주거 형태의 변화가 온다는 것은 이제 우리의 수준도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photo ⓒ Sebastian Schuty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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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양용기
양용기

독일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박사, 독일 호프만 설계사무소, (주)쌍용건설 등을 거쳐 현재는 안산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철학이 있는 건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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