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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K-콘텐츠에 열광하는가!

- K컬처로 인문하기 -

by 양경미 / 2022-05-24

K컬처로 인문하기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요, 드라마, 음식, 영화 등 문화전반을 통틀어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K컬처 현상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난 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부러워만 했던 과거로부터 탈출한 점은 환영하고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K컬처 현상의 원천이 무엇이고 나아가 K컬처의 어떤 면이 세계의 주목을 끄는지, 앞으로 K컬처가 추구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본격적으로 고찰해본 적은 없는 듯하다. 인문학의 시각으로 K컬처 현상을 진단하고 그것의 무궁한 가능성과 열린 미래를 그려보는 장을 마련해봤다.


콘텐츠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더 감동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연출기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K-리얼리즘으로 불리는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폭력적이고 리얼한 장면이 많다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K-콘텐츠



계절의 여왕 5월이면 프랑스에서는 칸 영화제가 개최된다.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되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송강호, 배두나 주연의 〈브로커〉, 그리고 배우 이정재가 주연과 연출을 맡은 〈헌트〉가 참석을 확정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던 칸 영화제에서 2021년 한국영화가 또다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제 75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이미지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제 75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이미지 출처: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최근 K-콘텐츠는 세계 3대 영화제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섭렵하며 위상을 높였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4관왕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2022년 넷플릭스로 방영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최고의 작품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소개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만들기’, ‘구슬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는 세계인들이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 최근에는 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파친코〉 또한 인기몰이 중이다. 이제 K-콘텐츠는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FESTIVAL DE CANNES PALME D'OR 제 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주)바른손이앤에이 15세 이상 관람가 2019 봉준호 감독 작품 5월 30일 대개봉 기생충 /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그리고 윤여정 WINNER 전세계 영화제 비평가협회 112관왕 THE OSCARS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BAFTA 제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전 세계가 기다린 어느 한국 가족의 원더풀한 이야기 낯선 땅에 뿌리내린 희망 미나리 정이삭 감독 작품 절찬상영중 PLAN B 24 PANCINAMA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기생충〉(좌)과 〈미나리〉(우) 포스터(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세계가 K-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까지 세계는 왜 K-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원천은 바로 감독의 창의력에 있다. 먼저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대부분은 오리지널 시나리오 즉, 창작 시나리오다. 미국에서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역할이 분업화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대부분 감독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직접 쓴다. 원작이 있는 콘텐츠를 사용하더라도 감독(또는 작가)의 취향에 맞게 각색하는데 그 과정에서 감독의 상상력과 개성이 잘 드러난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옥자〉와 〈기생충〉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다.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웹툰 원작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했다. 그 밖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도 창작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을 소화해 내는 대표적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2020 오스카 시상식 봉준호 감독(이미지 출처:GQ)

2020 오스카 시상식 봉준호 감독(이미지 출처:GQ)



한국적 특성을 살린 독특한 소재 또한 K-콘텐츠만의 강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국형 사극 좀비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다. 한국적인 배경을 다루면서도 서구권에서 어필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식 시즌제를 표방하며 풀어낸 독특한 혼종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영화와 드라마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외면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유는 K-콘텐츠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소재가 세계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상업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한국 영화계는 2000년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이때부터 웰 메이드(Well-made)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른바 상업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양적인 성장은 물론 질적인 발전을 함께 이룬 것이다. 이 시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이 속속 등장했고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최고 70%를 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이창동 감독들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K-콘텐츠는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적은 제작비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K-콘텐츠의 장점이 되었다. 한국은 배우, 감독, 작가의 개런티와 제작 인력의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저렴하지만 CG(Computer graphics, 컴퓨터 그래픽)와 VFX(Visual Effects, 특수효과)의 결과물은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완다비전〉의 제작비는 회당 최대 297억 원이고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은 회당 119억 원이다. 반면 국내 드라마 〈킹덤〉은 회당 23억 원, 〈오징어 게임〉은 회당 22억 원이다. 〈오징어 게임〉은 총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자돼 1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냈다. K-콘텐츠는 고부가가치산업인 콘텐츠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이기 때문에 해외 OTT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는 것이다.



(왼쪽부터) 영화 〈괴물〉, 〈실미도〉, 〈올드보이〉의 스틸컷(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왼쪽부터) 영화 〈괴물〉, 〈실미도〉, 〈올드보이〉의 스틸컷(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K-콘텐츠가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가 열광한 K-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많이 담겨있다. K-콘텐츠에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관한 주제와 이슈가 빠지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부터 드라마 〈킹덤〉, 〈오징어 게임〉 그리고 〈지옥〉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민들의 늘어나는 부채와 치솟는 집값 등 심화되는 불평등 구조를 상기시키면서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영화 〈기생충〉은 빈부격차 문제를 조명했고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을 얻기 위해 빚에 떠밀린 서민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게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지옥〉은 대중의 공포를 양분 삼아 권력을 장악한 이들에 의해 비이성적으로 돌아가는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의 모습을 지적한다.



살인인가 천벌인가 지옥 HELLBOUND 연상호 감독 작품 넷플릭스 시리즈 11월 19일 공개 NETFLIX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포스터(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동아시아의 중심이 된 한국 영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영화의 국제화를 발견할 수 있다. 송강호, 배두나 주연의 영화 〈브로커〉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일본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한국이 투자배급을 담당한 한국영화다. 또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중국의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일본과 중국에서 명성을 떨친 감독과 배우임에도 한국과 영화 작업을 한 것이다. 이제 한국영화계는 동아시아의 허브이자 포탈이 된 셈이다. 세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한국을 발판으로 삼고 있다.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K-콘텐츠가 지닌 숙제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이라는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접목하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인의 인기를 얻은 작품 〈킹덤〉,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소재가 글로벌 콘텐츠 소비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K-콘텐츠의 성공 배경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불평등, 불공정과 같은 이슈와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내포돼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K-콘텐츠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더 감동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연출기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K-리얼리즘으로 불리는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폭력적이고 리얼한 장면이 많다고 관객들의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만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조커〉는 몇몇 폭력적인 장면으로 약자의 고통과 분노를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하도록 했다. 모든 것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연출할 경우 관객들의 공감도와 몰입감이 더욱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회적 이슈와 약자에 대한 주제 외에도 좀 더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의 콘텐츠 소비 양상은 다양해지고 있다. 극장을 찾는 이유도 단순히 스토리만 보려는 것이 아닌 스펙터클한 영상을 보고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OTT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다. K-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으면서 동시에 좀 더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K컬처로 인문하기] 세계는 왜 K-콘텐츠에 열광하는가!

- 지난 글: [K컬처로 인문하기] ‘드라마 한류’에서 멈췄다면 ‘케이드라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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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평론가 사진
양경미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 연세대 겸임교수, 한국영상콘텐츠학회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직무대행,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인정소위원회 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 심의위원을 역임했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겨레신문, 서울경제, 데일리안 등에 기명 고정칼럼을 기고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대종상영화제, 춘사영화제 등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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